이재헌 Jaeheon Lee, 하나이면서 둘 One in Two, 2023, oil on canvas, 45.5x38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Jaeheon Lee, 하나이면서 둘 One in Two, 2023, oil on canvas, 45.5x38 cm. 사진 갤러리SP

갤러리SP는 이재헌의 개인전 《나의 유령 My Ghost Part II》을 10월 4일부터 개최한다. <꽃밭 속의 형상>과 <뷰어>, <아이돌> 연작을 포함한 20여점으로 이루어졌던 Part I에  이어 Part II는 <아이돌> 연작을 중심으로 한 인물화 66점을 선보인다. 이번 전시 《나의 유령 My Ghost》은 작가의 4년 만의 개인전이었던 2022년 《하얀 성 White Castle》에 이어 갤러리SP에서의 두 번째 전시로, 두 달에 걸친 두 파트의 전시로 구성되었으며 Part I은 2023년 8월 30일부터 9월 27일까지 개최되었다.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2,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2,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2015년부터 작가는 주변 인물, 한국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을 모델로 인물화를 시작되었다. 2017년부터 <아이돌> 연작을 본격적으로 작업하였고, <얼굴 습작>, <하나이면서 둘>, <하나이면서 셋>, <하나이면서 여럿>, <둘이면서 하나>, <셋이면서 하나>, <넷이면서 하나>와 같은 제목의 연작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재헌의 작업에서 인물은 하나의 몸에 여러 얼굴이 중첩되어 때로는 둘 또는 서넛이 합쳐져 있다. 얼굴의 이목구비는 그리고 지워낸 반복된 붓질로 뿌연 막이 입혀진 듯 현실에서 멀어져 보인다. 그러면서 인물이 입은 서양의 고전적 복장이나 광배는 그 인물에 성스럽고 종교적인 분위기를 부여한다. 오래된 성화(聖畫)와 같은 느낌을 준다.

갤러리SP 맹지영 큐레이터는 이재헌의 이러한 작업을 “지워진 듯 보이는 얼굴과 붓질이 살아 있는 의상과 배경의 상반된 표현은 실존적 형상과 미지의 공간을 한 화면 속에 담아내려는 작가의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0-2023, oil on canvas, 53 x 45.5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0-2023, oil on canvas, 53 x 45.5 cm. 사진 갤러리SP

이번 전시는 이재헌 작가가 지속적으로 탐구해 온 형상과 풍경의 관계를 넘어 인물의 형상에서 내포하는 실존적 자아의 존재에 좀더 집중한 인물화를 중심에 둔다.

맹지영 큐레이터는 “전시 제목인 ‘나의 유령’은 인물을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통해 존재가 가지는 불안의 실체를 바라보며 그 너머에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작가의 지속적인 고민과 믿음, 그리고 연마의 과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Part I에서 형상과 풍경을 오가며 그려왔던 작가의 행보가 점차 온전히 인물로 무게가 옮겨가고 있는 변화의 과정을 짐작해 볼 수 있었다면, Part II에서는 시간과 국적을 초월한 지워지고 중첩된 얼굴의 분열적이고 이중적인 자아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다. 작가가 그린 인물들은 인간이 근원적으로 지닌 불안과 우울을 포함하는 동시에 기대와 희망의 정서도 품고 있음을 일깨운다. 

이재헌 Jaeheon Lee, 셋이면서 하나 Three in One, 2023,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Jaeheon Lee, 셋이면서 하나 Three in One, 2023,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그림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은 여전히 두렵기만 하다. 하지만 그림의 이유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그림이 무엇인지보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마음 속 이 응어리를 설명하는 일이 더 어렵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내 모든 것이 폭발할 것만 같은 도취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반대로 그림과 그림을 그리는 일, 심지어 내 삶조차도 한없이 가볍게 느껴지기도 한다. 고양감과 절망감을 오가며 나는 무엇을 보고 싶었던 것일까? 그런데 과연 나는 진정으로 보고 싶었던 것일까? 어쩌면 바로 그 바라봄이 두려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삶 속에서 보통의 삶을 꿈꾸는 일은 얼마나 비겁한 일인가? 내 마음속 응어리가 나를 그림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이제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내 마음속에 응어리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릴수록 내 마음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유령의 믿음을 떠올린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그림으로 펼쳐져 있는 나의 유령들을 바라본다. 한없는 가벼움에 짓눌려 어쩔 수 없이 그렸던 바로 그 유령 말이다. 부디 그 가벼움이 유령의 무게로 온전히 남아 있기를...”(이재헌 '작가노트')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0-2023,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Jaeheon Lee, 아이돌 Idol, 2020-2023, oil on canvas, 53x45.5 cm. 사진 갤러리SP

이재헌 작가는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갤러리조선(2010, 서울), 플레이스 막(2018, 서울), 갤러리SP(2022,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플레이스 막(2019, 서울), 서울대 미술관(2020, 서울), 하이트컬렉션(2021, 서울), WESS(2021, 서울), 누크갤러리(2022, 서울), 챔버1965(2022, 서울), THE SHOPHOUSE(2023, 홍콩), 아트스페이스 호화(2023, 서울)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이재헌의 개인전 《나의 유령 My Ghost Part II》는 갤러리SP(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가길 30)에서 10월 28일까지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