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돈화문국악당은 2023 공동기획 시리즈의 열한 번째 공연으로 가야금 연주가 박세연의 <신쾌동의 伽倻琴>을 오는 9월 2일(토) 오후 7시 선보인다.

<신쾌동의 伽倻琴>은 박세연의 가야금 독주회 ‘본연’ 시리즈의 여섯 번째 공연으로 거문고산조의 명인으로만 알려져 있던 신쾌동의 음악을 재조명한다.

산조란 장구반주에 맞추어 다른 악기를 독주형태로 연주하는 것을 말하며, 4∼6개의 악장을 구분하여 느린 장단에서 빠른 장단 순서로 연주한다. 거문고산조는 거문고로 연주하는 민속 기악 독주곡이다.  거문고산조는 수수하면서도 웅장하고 막힘이 없는 남성적인 절제미가 돋보이는 음악으로, 우조와 계면조를 섞은 빠르고 느린 리듬이 조이고 풀고 하면서 희노애락의 감정을 잘 표현한다. 

거문고산조는 백낙준(白樂俊, 1899~1952)이 창시했다. 고종 33년(1896) 백낙준이 처음으로 연주하였으나 일부층으로부터 거문고의 품위를 손상시킨다는 비난을 받아 빛을 보지 못하였다. 그러나 나중에 점차 인정받기 시작하였다. 

거문고산조에는 ‘한갑득류’와 ‘신쾌동류’의 양대 산맥이 있다. 신쾌동이 스승인 백낙준의 산조를 다듬어서 새로 만든 거문고 산조가 신쾌동류이다. 신쾌동류는 중중모리와 휘모리의 두 악장을 새로 짜서 스승의 산조에 넣은 것이고, 이 점이 한갑득류 산조와 구분된다.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는 왼손으로 뜯거나 치는 자출(自出) 기법과 화려한 농현이 아주 근사하다.

박세연 '신쾌동의 伽倻琴' 포스터. 이미지 서울돈화문국악당
박세연 '신쾌동의 伽倻琴' 포스터. 이미지 서울돈화문국악당

거문고산조의 명인 신쾌동(申快童, 1910~1977)은 본명이 신복동으로 1910년 전라북도 익산 삼기면 오룡리에서 태어났다. 소리를 잘하고 풍류를 즐기던 아버지 신선조의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부터 음악에 큰 관심을 보여 재동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고 전해진다.

신쾌동은 아홉 살 때인 1921년 박생순(朴生順)에게 1년 동안 양금(洋琴) 풍류를 배웠고 열두 살 1923년에는 박학순(朴學淳)에게서 가야고 풍류와 가야금 산조를 배웠다. 13세에서 15세까지는 박생순에게 단소와 대금을 익혔으며, 후에 단소명인 전용선에게 단소 풍류와 산조가락을 배웠다. 열다섯 살 때 정일동, 김용근에게 거문고를 배웠다. 신쾌동은 거문고의 진가를 알고 난 후 거문고 가락을 찾기 위해 40리나 떨어진 이리에 있는 율객들의 모임인 율계(律契)를 찾아가 10여명의 회원과 함께 풍류 합주를 한바탕 타고 돌아오곤 하였다.

신쾌동은 열일곱 살 때 충남 강경으로 거문고산조의 창시자 백낙준(白樂俊, 1899~1952)을 찾아가 4년 간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거문고산조를 배웠다. 거문고산조를 배우고 난 직후부터 신쾌동에게 거문고가락을 배우려고 몰려든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한다. 그 후 서울로 가서 '조선성악연구회(朝鮮聲樂硏究會)'에 몸을 담고 기악을 가르치면서 이동백(李東伯) 명창과 정정렬(丁貞烈) 명창에게서 ‘적벽가’를 비롯한 여러 소리를 배웠다. 그의 목구성이 워낙 좋아 이동백과 정정렬은 서로 신쾌동에게 소리를 가르치려 했다고 전한다. 이때 그들에게 소리를 배운 솜씨로 신쾌동은 거문고병창을 개발하였고, 1938년 2월 20일 신쾌동에 의해 ‘거문고병창’이 처음으로 경성방송국의 방송을 탔다.

1956년 7월 18일 신쾌동은 미국공보원에서 독주회를 연다. 이것이 현대적 의미의 최초 거문고 독주회이다. 1967년 6월 23일 거문고산조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6호로 지정되어 신쾌동은 인간문화재가 되었다.

신쾌동류 거문고 산조는 진양조 장단으로 시작하여 중모리, 중중모리, 엇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의 장단으로 구성된다. 대부분의 산조음악이 다분히 열정적이지만 선비의 악기였던 거문고로 연주되는 산조음악은 이지적이고, 철학적이고, 명상적이다. 5선보에 채보된 신쾌동류 거문고산조 악보는 신쾌동의 《현금곡전집(玄琴曲全集)》에 전한다.

박세연은 그간 한성기, 김태문과 같이 사라졌던 옛 명인들의 음악을 복원 및 재현하여 현시대에 재조명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이번 무대에서는 신쾌동이 남긴 가야금 연주자료를 바탕으로 가야금산조와 풍류, 남도민요 ‘새타령’을 복원하여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 목원대학교 한국음악과 이태백 교수가 고수로 함께 무대에 오르며, 윤중강 음악평론가가 신쾌동의 음악을 해설할 예정이다.

박세연 가야금연주가는 “공연을 통해 옛 명인 신쾌동의 음악적 이면과 깊이에 좀 더 다가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가야금연주가 박세연은 서울대학교 국악과에서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마쳤다. 총 17회의 독주회와 협연, ‘금琴을 품다’와 ‘상상의 숲’, ‘한성기 가야금산조 / 김죽파 가야금산조’, ‘竹坡風流 : 김죽파 전승 민간풍류’, ‘철가야금과 육자배기’를 출반했다. 2016년부터 전통 음악으로만 구성된 ‘본연’ 시리즈의 공연을 기획하여 국악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연구와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2020년 KBS 국악대상 연주 현악상을 수상했다. 현재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의 단원으로 왕성하게 연주 활동하는 중견 연주가이다.

한편, 2021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서울돈화문국악당의 ‘공동기획 프로젝트’는 예술가의 안정적인 공연 진행을 위해 극장 대관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공연의 홍보마케팅과 인력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신쾌동의 伽倻琴> 외에도 9월에 다채로운 공동기획 프로젝트 공연들이 예정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