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7년 탄생한 대한제국은 1910년 망했지만,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진 것은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 상해 임시정부가 ‘민주공화제 대한민국’을 선포하면서부터다. 대한제국은 왜 망했나?

역사칼럼니스트 김세곤 호남역사연구원장이 펴낸 《대한제국 망국사》(온새미로, 2023)는 대한제국의 탄생 전야와 탄생 그리고 망국까지의 과정을 살펴본다.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망국(亡國)의 원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망국의 과정을 제대로 살펴보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망국의 과정을 알다 보면 망국의 원인은 저절로 규명될 수 있다.

'대한제국망국사'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대한제국망국사' 표지. 사진 정유철 기자

 

대한제국의 탄생과 소멸 과정을 《대한제국 망국사》를 통해 대략 살펴 보자.

1897년 10월 12일 대한제국이 탄생했다. 고종황제는 1899년 8월 ‘대한국 국제(大韓國 國制)’를 제정하여 전제군주제를 확립하였다. 1903년 4월에 러시아는 군사를 출동하여 멋대로 용암포를 점령했다. 1904년 2월 6일 일본 연합함대는 진해만을 점령했다. 이어 육전대가 상륙하여 마산의 전신국을 점령했다. 일본의 대한제국 첫 침략이었다. 2월 23일 일본은 한일의정서를 체결하여 한반도를 병참기지화하였고, 8월 22일에는 고문정치를 통해 내정간섭을 하였다. 1905년 11월 17일 일본은 대한제국과 을사늑약을 체결하여 외교권을 강탈했다. 황실은 일본으로부터 금 2만원(환산하면 25억 원)을, 이완용은 1만원, 기타 대신들은 3천 ~5천 원을 뇌물로 받았다.

1910년 8월 29일 나라가 망했다. 하지만 ‘이왕가’로 격하된 황실과 이완용, 민영휘 등 매국 친일파 70여 명은 호사를 누렸다. 1919년 고종이 승하하고, 3·1운동이 일어났다. 상해 임시정부는 ‘민주공화제 대한민국’을 선포했다. 대한제국은 역사에서 영원히 사라졌다.

이 10여년의 역사를 《대한제국 망국사》는 여섯 개 장으로 나누어 담았다.

제1장 대한제국 탄생 전야에서는 동학농민전쟁부터 아관파천, 고종의 친러정책을 다룬다.

제2장 대한제국 탄생과 독립협회 활동에서는 독립신문 창간, 독립협회 창립, 대한제국의 탄생, 만민공동회, 독립협회 강제 해산까지를 살폈다.

이에 제3장 대한제국-황제 1인의 나라에서는 재정권과 군권, 인사권을 장악한 고종 황제, 매관매직이 풍습이 된 대한제국, 고종 즉위 40년 경축식 무산, 군함 양무호 국제 사기 사건을 다룬다. 제4장 러일전쟁 발발과 역술·미신에 빠진 고종에서는 러일전쟁의 배경에서부터 국외중립선언, 러일전쟁 발발, 한일의정서 체결, 고문정치, 역술과 미신에 빠진 고종을 다룬다.

제5장 포츠머스 조약과 을사늑약에서는 러일전쟁의 주요 전투,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러시아와 체결한 포츠머스 조약, 가쓰라-태프트 밀약, 제2차 영일동맹, 을사늑약, 우군 하나 없는 대한제국, 일제에게 뇌물을 받은 황실과 대신들을 다룬다. 제6장 헤이그 특사와 망국에서는 헤이그의 세 특사, 고종 황제의 강제 퇴위, 안중근의 이토 히로부미 처단, 순국열사와 친일파, 고종의 승하와 3·1운동 그리고 대한민국의 탄생까지 다룬다. 6장 끝에는 청나라 개화사상가 양계초(1873~1929)가 쓴 조선의 망국에 관한 글을 소개하였다.

저자는 “1897년 10월에 탄생한 대한제국은 일본과 러시아의 세력 균형 속에서 자주독립과 근대 국민국가를 수립할 마지막 기회였다. 하지만 대한제국은 탄생 13년만인 1910년 8월 망했다”고 평했다.

저자는 대한제국이 망한 것은 크게 보아 국내 문제와 국제관계로 설명한다. 국내 문제는 ‘견제 없는 절대 권력’ 때문이었다. 암군(暗君) ·혼군(昏君)으로 평가되는 전제군주 고종은 부패하고 무능했다. 국제문제는 ‘코리아패싱’이다. 1895년 시모노세키조약, 1896년 베베르-고무라 각서 등 여러 번의 러일협정, 그리고 1902년 제1차 영일동맹과 1905년 가쓰라-태프트 조약과 제2차 영일동맹 그리고 포츠머드 조약에서 조선은 번번이 패싱 당했다. 고종이 고작 한 일은 한반도 중립화 선언이었지만 자강(自强) 없는 선언은 국제적 웃음거리였다.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1945년 8월 15일에 한국은 해방되었지만 곧 미소 열강에 의해 남북이 분단되고 말았고 아직도 통일은 머나먼 길이다.”

김세곤 원장은 “치욕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마음에서 《대한제국 망국사》를 섰다고 밝혔다.

“임진왜란 7년 전쟁을 겪은 류성룡은 ‘잘못을 뉘우치려 경계하여 나무라고 훗날의 환난이 없도록 삼가고 조심한다.’는 의미로 《징비록》을 지었다. 《대한제국 망국사》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는 성찰에서 쓴 것이다. 치욕의 역사가 다시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

《대한제국 망국사》를 읽으며 성찰하고 8월 15일 광복절을 맞이하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