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수로 쏟아지는 빗속에서도 항아리는 더욱 싱싱해지고, 이슬에 젖은 청백자 살결에는 그대로 무지개가 서린다. 어찌하면 사람이 이러한 백자 항아리를 만들었을꼬…. (중략) 싸늘한 사기(砂器)로되 다사로운 김이 오른다. 사람이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달항아리를 사랑한 화가 故 김환기 화백은 가마 속 1,250도 뜨거운 열기를 견디고 나온 그릇 백자에서 따스한 체온을 느꼈다. 예술가들의 영감을 깨운 백자의 세계를 다룬 전시가 열리고 있다.
‘백자, 어떻게 흙에다가 체온을 넣었을까’ 기획전시가 오는 1월 29일까지 서울공예박물관(서울 종로구)에서 개최된다. 백자가 어떻게 세상에 나와 한국을 대표하는 공예이자 일상의 그릇으로 사랑받게 되었는지, 예술가들의 작품에 담은 백자, 그리고 한국 백자의 미래를 모색하는 동시대 작가들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만여 년의 시간을 통해 우리의 삶과 함께 성장한 도자공예는 고려시대 비색(翡色)의 청자에 이어 조선시대 백자의 발명으로 꽃피웠다.
백자는 백토가 나오는 지역의 특성에 따라 깨끗한 순백(純白), 눈꽃을 닮은 설백(雪白), 밝은 회색빛 은회(銀灰), 우유빛 유백(乳白), 희다 못해 푸른빛이 도는 청백(靑白)으로 탄생한다.
장인들은 자연에서 재료를 발견하고 끊임없는 실험 끝에 축적한 기술로 백자를 완성했다. 가마 안에 산소를 충분히 공급하여 850도에서 초벌로 굽는 산화, 초벌한 기물 위에 안료로 무늬를 그리고 투명 유약을 발라서 가마 안에 산소를 차단하여 1,250도로 굽는 환원을 거친 백자의 차이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중 ‘공존을 위한 모색’ 공간에서는 지금의 공예가들이 자신만의 공예언어를 구축하며 동시대가 필요로하는 기물을 만들기 위한 모색을 통해 창조한 새로운 백자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서울공예박물관이 2020~2021년 진행한 ‘백자공예상자 아카이브 프로젝트’의 성과를 선보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