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작시 요지일월,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작시 요지일월,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 무용단(예술감독 유정숙)이 오는 6월 16일(목)과 17일(금)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정기공연 ‘신(新)궁중나례’(연출 이인보)를 선보인다.

‘나례(儺禮)’는 고대 중국 장강 유역의 농업 민족인 신농(神農)씨족의 원시신앙에서 비롯되었다. 사료에 의하면 고려 정종(靖宗) 6년(1040)에 비로소 나례의 기사가 보여 정종대부터 계동대나례가 시행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중국 나례가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기 시작한 때는 고려 성종대. 당시 관부에서 당대(唐代)의 궁중 나의식을 그대로 수용하여 세말에 정례적인 국가의식으로 채용하면서부터인 것으로 추정된다.

고려 성종대 시행한 나례는 중국 당나라의 나례를 전범으로 한 것이나, 고려 말기에는 오락적 행사로 변모한 송대의 나례가 일부 수용되기 시작하였다. 조선시대에 들어서면 우리의 전통적 축역의식의 일부를 습합하여 한국적 나의식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새해의 악귀를 쫓는다는 목적에서 행하였는 차츰 중국 사신의 영접, 왕의 행행(行幸)·인산(因山) 때에도 앞길의 잡귀를 물리치는 의미로 시행하였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나 학연화대무,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나 학연화대무,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나례는 거행되는 장소와 주재자에 따라 일반적으로 궁정나(宮廷儺), 민간나(民間儺), 군나(軍儺), 사원나(寺院儺)로 나뉜다. 궁정나는 섣달 그믐날 밤 궁중과 민간에서 묵은해의 나쁜 기운을 물리치던 의식으로 특히 궁중의 나례는 궁중의 예인을 비롯해 최고의 민간 예인이 함께한 축제였다. 《고려사절요》 제8권 예종 2년(1116) 12월조에 나례에 관한 기사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크게 나례(儺禮)를 행하였다. 이보다 앞서 내시들이 나례를 좌우 편으로 나누어 승부를 다투게 하였는데, 왕이 또 여러 왕씨에게 명하여 분담하여 주관하게 하니 모든 광대·잡기와 지방의 기생들까지 모두 불러올려 사방에서 혼잡하게 모이니, 깃발이 길에 잇따르고 궁중에 가득하였다. 이날 간관이 합문을 두드리면서 간절하게 간하니 그중 심히 괴이한 것만을 물리치도록 명하였다. 날이 저물어서는 다시 모여들어 왕이 음악을 구경하려 하자 좌우가 어지럽게 다투어가며 먼저 연기를 보이려 하여, 다시 4백여 명을 물리쳤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이러한 궁중나례의 의미를 담아 코로나 종식과 희망의 시대를 기원하는 마음으로 연희를 현대적으로 해석해 선보이는 새로운 궁중나례를 무대에 올린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화 향아무락,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화 향아무락,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본래 궁중나례의 절차는 새 생명의 탄생과 즐거운 잔치의 시작을 알린 ‘관나(觀儺)’, 불꽃놀이로 보고 즐긴 ‘관화(觀火)’, 가상의 역귀를 쫓는 의식인 ‘구나(驅儺)’와 나라의 안녕과 복을 기원하는 ‘관처용(觀處容)’순으로 진행됐다.

국립국악원 무용단은 이번 공연에서 궁중나례 고유의 절차를 중심으로 주제를 설정해 기존의 궁중무용을 새롭게 구성하였다. 또한, 국내외 무대에서 연희를 현대적으로 표현해 화제를 모은 리퀴드사운드와 협업해 새로운 ‘신(新)’ 궁중나례로 선보인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구나 별기은, 사진촬영_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구나 별기은, 사진촬영_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먼저 나례의 시작에 앞서 문관들이 시를 지어 태평성대를 찬양한 ‘작시(作詩)’로 막을 연다. ‘문무(文舞)’를 중심으로 구성한 이 춤에는 요임금이 다스리던 태평성대를 의미하는 ‘요지일월(堯之日月, 안무 김태훈)’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어서 연꽃 속에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알리고 네 마리의 학으로 장수를 기원하는 궁중무용 ‘학연화대무’와 리퀴드사운드의 ‘광대희-청(靑)’이 어우러지며 ‘관나’의 화려한 시작을 알린다. '광대희-청(靑)'에서는 평화로움을 상징하는 파란 달빛을 징 소리와 연희자의 발림으로 시작하여 연풍대 동작과 번형을 반복하여 넘실거리는 달빛을 나타낸다.

불꽃놀이가 중심이 되는 ‘관화’에서는 아박(牙拍)과 향발(響鈸)을 들고 추는 ‘아박무’와 ‘향발무’, 북을 두드리며 하늘에 큰 울림을 전하는 ‘무고(舞鼓)’로 구성한 ‘향아무락(響牙舞樂, 안무 김혜자)’과 리퀴드사운드의 ‘광대희-적(赤)’이 선보이며 불의 폭발하는 에너지와 즐거움을 표현한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처용.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처용.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벽사의식에 해당하는 ‘구나’에서는 4개의 눈으로 역귀를 보고 물리치는 신령인 ‘방상시(方相氏)’와 함께 무녀들이 사대문 밖으로 지전춤을 추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별기은(別祈恩, 안무 김태훈)’이 무대를 꾸민다. 마지막 의식인 ‘관처용(觀處容, 안무 최병재)’에서는 오방색의 전통 처용과 흰색 탈과 옷을 입은 이 시대의 처용이 함께 어우러지며 새로운 희망이 가득한 새날을 맞이한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처용,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신궁중나례 관처용, 사진촬영 BAKI. [사진 제공 국립국악원]

국립국악원 무용단 유정숙 예술감독은 “나쁜 기운을 지우고 새로운 희망을 기원한 ‘나례’의 중심에는 예술로 화합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한 예인들의 정신이 담겨있다”며 “어둠을 깬 햇살이 밝아올 때 나례가 마무리되었듯 이번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새로운 희망과 밝은 기운을 가득 받아 가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립국악원 무용단 정기공연 ‘신(新)궁중나례’는 오는 6월 16일(목)과 17일(금) 저녁 7시 30분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