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 지음 "삽질하면 어때". [사진=세미콜론 제공]
박연 지음 "삽질하면 어때". [사진=세미콜론 제공]

 뉴욕과 베를린에서 철학을 공부했지만, 한 번도 전문적으로 배워 본 적 없는 ‘그림’을 업으로 삼은 박연이 두 번째 에세이 《삽질하면 어때》를 세미콜론에서 펴냈다.

그는 뉴욕 패션브랜드 ‘선대스쿨’과 지속적으로 협업하며 로고 디자인, 벽화, 잡지 커버 등의 작업을 해왔다. 공유 주거 스타트업 ‘셀립’의 디자인과 총체적 브랜딩도 담당하고 있으며, 한때 비건을 위한 사찰 음식점을 창업한 적도 있다.

다양한 시도를 해 왔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실패와 성공을 거듭했다는 뜻. 저자는 그 과정을 ‘삽질’이라 칭한다. 흔히 삽질은 별 성과 없는 헛된 일을 뜻하지만, 저자에게 삽질은 도전의 증표이자 성장의 발판이었다. 즉 이 책의 제목 "삽질하면 어때"는 저자가 그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무수히 외쳐 온 다짐이자, 실패가 무섭고 두려워 시도조차 않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주문이다.

1장, ‘살면서 한 번은 바닥도 쳐 봐야지!’에는 저자가 자신의 취향, 가치관 등을 형성하기까지의 삽질이 담겨 있다. 저자의 성장에 가장 강렬한 영향을 끼친 베를린 유학 경험과 뉴욕 복귀 후 겪었던 슬럼프, 병가 휴학 후 끝없는 우울에 빠진 그를 구제해 준 월정사 출가 이야기 등이 그려진다.

2장 '어떻게 살지는 내가 정해야지!' 에는 자신을 부풀리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스스로와 마주하게 된 저자가 자신에게 내린 분석과 평가를 바탕으로 새로운 도전들을 감행하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90년대생인 저자는 계속해서 변화하는 걸 즐기는 MZ세대답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왔다. 즉 이 책은 내 삶의 주인공으로 온전히 독립하고자 하지만 반복되는 시행착오와 삽질 속에 자주 좌절하는 90년대생에게 바치는 응원이자 헌사라고 할 수 있다.

 

                 세미콜론.  280쪽. 1만6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