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왕실에서 왕의 존재와 권위를 나타내고자 왕의 공간에 설치하는 회화인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를 완료한 후 처리 과정 연구 결과를 담은 《창덕궁 인정전 일월오봉도 보존처리》 보고서를 지난 19일 발간하였다.

보존처리 보고서 [사진=문화재청]
보존처리 보고서 [사진=문화재청]

창덕궁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조선시대 궁궐로, 전쟁과 같은 공식 궁궐 사용이 어려울 때를 대비해 지은 경복궁의 이궁이다. 창덕궁의 중심건물인 인정전은 왕위를 이어받는 의식이 거행되는 왕의 즉위식과 외국 사신을 맞이하는 등 공식 행사가 열린 곳으로, 궁궐의 위엄과 격식을 간직했다.

일월오봉도는 해와 달, 산과 소나무 그리고 파도치는 물결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각 요소들에 대해 여러 가지로 해석되나 해는 양, 달은 음 그리고 가운데 그려진 다섯 개의 산봉우리는 오행五行을 의미하며 왕조가 영구히 지속되리라는 의미를 담았다. 임금이 계시는 곳이라면 어디든 임금이 앉는 어좌 뒤편에 병풍으로 설치되어 국왕의 존재와 권위를 표현했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오직 조선에서만 발견되며, 현재 만 원권 지폐 속 세종대왕 뒷 배경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창덕궁 인정전의 일월오봉도는 4폭 병풍으로, 일반 관람객들에게 개방되어 바깥 공기에 노출되는 환경변화로 인해 화면이 찢어지고 터지며 착색제가 들뜨고, 구조를 지탱하는 병풍틀도 틀어지는 등의 손상을 입었다.

(왼쪽) 보존처리 전, (오른쪽) 보존처리 후 [사진=문화재청]
(왼쪽) 보존처리 전, (오른쪽) 보존처리 후 [사진=문화재청]

훼손된 일월오봉도는 역사와 전통이 담긴 문화재가 오래도록 잘 보존되도록 2015년 말에 국립문화재연구소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졌다. 전면 해체 후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하고 병풍틀의 수종과 사용된 안료, 배접지, 바탕 화면의 재질 등 상태 점검했다. 그리고 재질 분석을 거쳐 손상 양상별로 분류하고, 유물 보존처리 과정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실행에 나섰다.

화면 건식 세척 [사진=문화재청]
화면 건식 세척 [사진=문화재청]

우선 안료 안정화 작업 후 건식세척으로 표면의 이물질을 제거했다. 그림을 한 폭씩 분리한 뒤 오염을 완화시키는 습식세척 과정을 거치고 결실 부분에 새로운 비단을 제작해 채워 주변부 색상과 어우러지도록 하는 보채작업도 진행했다. 또한 기존 병풍틀이 충해(蟲害)와 틀어짐 등 구조적인 손상으로 인해 재사용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종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 제작했다.

1840년에 시행된 과거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의 답안지 [사진=문화재청]
1840년에 시행된 과거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의 답안지 [사진=문화재청]

해체 과정에서 화면-배접지-1960년대 신문지-과거시험 답안지-병풍틀의 순서로 겹쳐진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다. 1960년대 신문과 그 안쪽에 있는 고문서가 발견되어 고문서 전문가와의 공동 연구 과정 이후 병풍틀 첫 번째 배접지로 사용된 여러 장의 시권 중 총 27장이 과거시험 답안과 관련 있는 시권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중 25장의 시권이 동일한 시험에서의 답안으로 1840년에 시행된 과거 시험에 떨어진 사람들의 답안지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조선 왕실에서 제작한 일월오봉도가 낙폭지落幅紙를 재활용해 표지에 덧붙여 사용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전면 해체 보존처리는 2016년부터 시작해 지난 2021년 말 작업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그동안의 보존처리 과정과 재료 분석 내용, 일월오봉도 병풍의 변형에 관한 미술사적 연구와 장황의 고증, 병풍틀에 배접 된 시권의 내용과 의미 등을 상세히 실어 보고서로 발간했다. 보고서는 국립문화재연구소 누리집, 문화유산연구지식포털에도 공개하여 누구나 열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