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원주민’인 아이들은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 교사를 지도자로 우러러보지 않는다. 비단 교사뿐만 아니라 자신의 부모나 주변의 어른도 더는 인생의 지도자로 여기지 않는다. 이러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사는 어떻게 교육을 해야 할지 난감해한다.

해나 비치와 타마라 뉴펠드 스트라이잭이 쓴 《교사는 어떻게 아이의 삶을 바꾸는가》(박영주 옮김, 한문화)는 이런 교사들에게 지침이 되는 책이다. 거칠게 표현한다면 ‘생활지도책’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담은 내용은 깊고 넓다.

"교사는 어떻게 아이의 삶을 바꾸는가" 표지. [사진=한문화]
"교사는 어떻게 아이의 삶을 바꾸는가" 표지. [사진=한문화]

 저명한 교육자이자 공인 임상 상담 전문가인 저자들은 20년 넘게 현장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교사들과 상담하고, 교육자와 부모들을 대상으로 강연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실제 학교에서 변화를 일으킨 수많은 사례를 바탕으로 교실에서 일어나는 거의 모든 상황에 관한 현실적이고 직관적인 해결책을 알려준다. 이들은 세계적인 발달심리학자인 고든 뉴펠드 박사가 제창한 ‘관계기반교육’을 바탕으로, 교실에 변화를 가져올 해답을 교사와 학생들이 맺는 ‘건강한 관계’와 ‘유대’에서 찾는다.

저자들은 먼저 교육과 관련하여 아이들이 처한 상황을 분석한다. 학교 교육이 어려운 까닭은 아이들이 자라는 문화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며 그 이유 중 하나로 과학기술의 발달을 들었다. 요즘 아이들은 잘 갖춰진 디지털 환경에서 태어나서 자란다. 과학기술이 아이들을 어떻게 바꾸었나? 우리 주위에서 보듯이 아이들은 어른보다 빨리 배우고 어른을 가르치기까지 한다.

“아이는 이제 어른의 지도 없이도 과학기술에 의지해 즉각적으로 답을 얻고, 수년은 지나야 받아들일 만한 정보를 미리 습득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이가 어른보다 먼저 새로운 기술과 정보를 얻는 경우도 많다 보니, 아이는 어른에게 배울 것이 없다고 느끼고 어른이 지식 전달자로 부적절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게다가 많은 아이가 대면 소통이나 전화 통화보다는 메시지 교환을 훨씬 더 편하게 느끼는 것처럼 아이들은 다른 사람과 직접 소통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

두 번째로 저자들은 아이들이 놀이의 기회를 빼앗긴 것을 심각하게 본다. 놀이는 감정의 배출구이자 인생의 리허설 무대 역할을 하며, 아이들이 자신의 내면세계와 외부 세상을 완전한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수단이 된다. 놀이는 아이들의 삶에서 부가적인 것이 아니라 필수적인 것이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이제 아이들은 좌절과 불안을 발산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방법뿐만 아니라, 창의적인 발상을 마음껏 펼쳐 보이고 조용히 성찰할 수 있는 공간마저도 뺏기고 있다.

이렇게 어른의 지도 부족, 인간적인 유대 부족, 감정의 배출구 부족이 복합작용하여 아이들은 내면의 불안과 좌절감을 가득 안은 채 학교로 향한다.

저자들은 이런 아이들을 맞이한 교사는 교실에 ‘정서적 안전(emotional safety)’을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그 네 가지 실천사항을 제시한다.

ㆍ 학생들과 관계를 맺되, 교사가 지도자 역할을 하는 ‘올바른 관계’를 맺어야 한다.

ㆍ 힘든 상황에 부닥치더라도 학생과의 관계를 끝까지 보호해야 한다.

ㆍ 학생의 감정 건강에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문제 행동에 대응해야 한다.

ㆍ  학생들이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꿀 수 있게 도와야 한다.

《교사는 어떻게 아이의 삶을 바꾸는가》는 정서적 안전을 마련하는 데 가장 핵심이 되는 이 네 가지 사항을 자세히 다룬다.

중요한 것은 교사가 교실에서 주도권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따스하게 학생들을 돌봐주는 지도자가 되어야 한다. 교사가 ‘강력하면서 따스한 리더십’을 발휘할 때, 비로소 학생을 자석처럼 끌어당길 수 있다.

저자들은 교사가 학생과 맺은 관계를 발전시키는 아주 중요한 방법 중 하나는 ‘학생들과 보내는 시간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간은 즐겁지 않은 대상과 맺은 관계에서 자신의 마음을 터놓길 원치 않는다. 간단히 말해 아이들이 교사와 함께 있는 시간을 즐긴다면, 아이들은 상호 존중에 기반을 둔 관계에 훨씬 더 열린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교사가 서로에게 즐거움을 느끼는 교실을 만들어간다면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더욱 귀를 기울이고 학급 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될 것이다.”

저자들은 관계를 보호하고 확장하는 방법으로 아이들 편에 서는 것, 아이들의 선한 의도 찾아주기, 징계당한 학생에게 다리 놓기, 따로 불러 행동 바로잡기, ‘맺어주기’로 공동체 만들기를 제안한다.

또한 문제를 일으키는 학생에 대처하는 방법으로 ‘문제 행동의 이면 바라보기’를 제시한다. 여기에는 불안한 아이, 딴생각을 하는 아이, 방해하는 아이, 저항하는 아이, 마음의 문을 닫아 무심해 보이는 아이, 우두머리 행세를 하는 아이, 공격적인 아이, 남을 괴롭히는 아이에 교사가 각각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지 상세히 소개한다.

아울러 ‘문제학생’ ‘문제학급’이라는 낙인이 찍힌 학생이나 학급의 부정적인 정체성 바꾸는 방법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법은 이러한 상황에 놓인 교사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성장에 관심있는 모든 교사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교사와 학생이 함께 발전하는 이상적인 교실, 성장형 교실을 만들기 위해 교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들은 성장형 교실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정서적 안전’을 확립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교사가 학급을 이끌며 환경을 조성한다는 의미, 학생들이 교사가 자신들을 보살피며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느낀다는 의미이다. 정서적 안전을 지원하는 한 가지 방법으로 저자들은 학습 과정에서 나타나는 차이와 실수를 인정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학습 분위기를 ‘탐구 모드’라고 부른다. 교실에서 탐구 모드를 시행하는 방법으로 차이를 환영하기, 교사 자신을 예로 들기, 본보기를 보여주기라는 방법이 있다. 정서적 안전을 마련해주면 학생들은 보호받는다고 느낀다. 그리고 자기 안의 가능성을 펼치게 된다. 바깥세상을 마음껏 누릴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제공하는 정서적 안전에는 학생들의 ‘개인적인 성장’을 지원하는 힘과 더불어 학급 문화, 학교 문화, 지역사회, 우리가 사는 세상을 변화시킬 힘이 있다. 건강한 공동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 협력하며 공통된 인간성을 느끼고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마지막으로 “예술의 힘”을 강조한다. “‘예술’은 교사가 학생들을 단합시키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가장 특별한 도구이다. 예술은 능력, 종교, 문화, 배경을 뛰어넘어 학생들이 서로의 진짜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힘을 경험을 선사한다. 이러한 경험은 진정한 유대를 담아내는 그릇이 된다. 최근 들어 예술이 공동체의 정서적 건강과 행복에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인식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예술은 놀이처럼 ‘날숨’에 해당하는 배출구를 제공하며, 내면에 가라앉는 것을 밖으로 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 같은 일도 예술이라는 형태로 경험하면 감각을 고조시키고 감정을 자극하며 마음을 더 쉽게 움직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예술은 ‘감정의 놀이터’가 된다. 그러므로 놀이를 빼앗긴 아이들에게 예술 활동을 장려해야 한다. 예술은 아이들과 청소년을 위한 건강한 배출의 장이자 상호 유대를 맺는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저자들은 무기력하고 심지어 공포와 두려움까지 느끼는 교사들을 보면서 20년 넘게 아이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체험을 바탕으로 감정적 사회적 건강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그리고 캐나다 여러 지역에서 시행하고 이 모든 경험에 아동과 교육자를 향한 저자들의 마음을 더해 이 책에 담았다. 그래서 《교사는 어떻게 아이의 삶을 바꾸는가》는 교육현장에서 지치고 무기력하고 절망한 교사들에게 힘이 될 것이다.   

이 책 후반부에 담은 ‘부모, 교사, 교장, 상담교사를 위한 제안’ 또한 그냥 넘기기 아까운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