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위안부’피해자에 대해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하고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취지의 논문을 국제학술저널 《국제법경제리뷰》에 게재하려던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주장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11일(현지시간)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저널 측은 홈페이지에 “(불충분한) 역사적 증거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며 “현재 조사 중이며 향후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일본법학 미쓰비시 교수가 오는 3월 《국제법경제리뷰》에 게재할 논문 요약문. [사진=국제법경제리뷰 갈무리]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일본법학 미쓰비시 교수가 오는 3월 《국제법경제리뷰》저널에 게재할 논문 요약문. 해당 논문에 대해 저널 측은 역사적 증거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사진=국제법경제리뷰 갈무리]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社의 기부로 만들어진 하버드대 로스쿨 일본법학 미쓰비시 교수직에 재직하는 램지어 교수는 2018년 ‘일본사회와 문화 이해 및 홍보에 기여한 공로’로 일본 정부의 훈장을 수여 받은 인물이다.

램지어 교수는 2019년 3월 ‘위안부와 교수들’이라는 제목으로 하버드 로스쿨에 토론문을 제출한 바 있다. 일본의 역사부정론자들의 입장에서 ‘위안부’논쟁 현황을 점검하고, ‘위안부는 성노예가 아니다’라는 이론을 전개했다. 그는 이중 후자만 정리해 이번에 논문으로 제출했다.

렘자이어 교수의 논문은 ‘태평양 전쟁의 성매매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라는 제목으로 《국제법경제리뷰》 65권 2021년 3월호에 게재 예정이며, 해당 내용이 지난 1일 해당 저널의 온라인 판을 통해 알려졌다.

이에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학생회(KAHLS)는 4일 램지어 교수를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비판에 가세해 논문의 신뢰도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공화당 소속 영 김(한국명 김영옥, 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11일 트위터를 통해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 그 내용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동북아역사재단(이사장 이영호)는 해당 논문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반박했다. 주요 사유로는 ▲성매매 계약과 관련해 근거 법령, 계약주체 간 관계, 계약 조건, 공권력 관리에 대한 언급이 없는 점 ▲일본인 창기의 ‘성매매 계약’을 주로 살펴보면서 조선인 ‘위안부’의 피해는 없다는 논리 비약으로 전개한 점 ▲‘위안부’ 모집 대상이 일본인과 조선인이었다고 주장하나 아시아‧태평양 지역 여성들이 피해 입은 사실과 배치되는 점 ▲일본과 식민지에 차별적으로 적용된 공창제 실태를 무시하고 공‧사창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점 ▲업자의 불법행위를 비호한 공권력의 책임을 무시한 점 ▲편향되거나 자의적인 참고문헌을 채택한 점 등을 들었다.

동북아역사재단 측은 “현실의 정치적 주장을 위해 실재 존재하지 않았던 역사상을 만들어 내고 한일 역사부정론자들의 계보 안에서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교수’라는 간판으로 ‘권위’를 포장하고 있으며, 산케이신문의 도발을 계기로 ‘위안부’ 피해 부정론이 다시 정치쟁점화시키고 있다.”고 했다.

또한, “논문을 옹호하는 이들은 ‘위안부=성노예’론을 부정하고 궁극적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권력의 가해책임을 부정하는 것이다. 이들은 ‘위안부’피해부정을 위해 역사적 사실과 다른 ‘일제시기 공창제’를 자주 소환하고 있다. 일본군‘위안부’ 문제는 단절적으로 이해하기보다 당대 정치권력의 성격과 사회시스템을 드러내면서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