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부터 정밀 발굴 중인 경주 쪽샘지구 신라고분 44호에서 비단벌레의 딸지 날개 2매를 겹쳐 물방울 모양으로 만들고 앞뒤판 둘레를 금동판으로 고정한 장식이 출토되었다. 가로와 세로 1.6x3.0cm에 두께 2mm정도로 소형으로 신라고분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바 없는 형태와 크기의 장식이다.

(위) 쪽샘 44호분에서 발굴된 비단벌레 금동장식 (아래 왼쪽) 딱정벌레목 비단벌레 (아래 오른쪽) 본래 상태를 복원한 형태. [사진=문화재청, 온라인 현장설명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위) 쪽샘 44호분에서 발굴된 비단벌레 금동장식 (아래 왼쪽) 딱정벌레목 비단벌레 (아래 오른쪽) 본래 상태를 복원한 형태. [사진=문화재청, 온라인 현장설명회 유튜브 영상 갈무리]

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무덤 주인공이 착장한 금동관 1점, 금드리개 1쌍, 금귀걸이 1쌍, 가슴걸이 1식, 금은 팔찌 12점, 금은 반지 10점, 은허리띠 장식 1점 등 장신구 조합과 비단벌레 딱지날개로 제작된 금동 장식 수십 점, 돌절구와 공이, 바둑돌 200여 점, 운모 50여 점 등을 지난 달 한꺼번에 발굴했다.

특히 가슴걸이는 남색 유리구슬과 달개가 달린 금구슬, 은구슬을 4줄로 엮어 곱은옥을 매달았는데 이런 형태는 황남대총이나 천마총 같은 최상위 계층 무덤에서만 확인되는 디자인이다.

발굴단은 장신구의 구성과 재질 등을 고려했을 때 44호 주인공인 신라 돌무지덧널무덤(적석목곽묘) 축조기(5세기 전후)의 왕족으로 추정된다. 장식대도가 아닌 은장도 도자(刀子 작은 손 칼)를 지닌 것으로 보아 여성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피장자의 신장은 약 150cm전후로 추정되며 장신구의 크기가 전반적으로 작은 점도 피장자가 여성일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왼쪽) 주인공 착장 장신구 셋트 (오른쪽)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세부. [사진=문화재청]
(왼쪽) 주인공 착장 장신구 셋트 (오른쪽) 금드리개, 금귀걸이, 가슴걸이 세부. [사진=문화재청]

이번에 출토된 비단벌레 장식은 기존 신라고분에서도 형태나 크기는 다르나 황남대총, 금관총, 계림로 14호 등 최상급 무덤에서만 출토된 바 있어 44호 피장자의 위계를 상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는 유물로 판단된다. 지금까지 발견된 비단벌레 장식은 모두 마구에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번 비단벌레 장식도 안장이나 장니(말다래)에 매달아 사용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주인공 머리맡 부장궤 안 철솥 바로 옆에서 함께 확인된 돌절구와 공이는 화강암을 연마한 것으로 상당히 정제되었다. 돌절구의 크기는 높이 13.5cm, 폭 11.5cm이며 함몰부 용량은 약 60ml이다. 이는 곡물을 빻는 용도보다 상징적 부장품이거나 약제를 조제하는데 사용한 약용 절구로 추정할 수 있다.

주보돈 경북대학교 명예교수는 “피장자가 평소 허약하거나 건강이 좋지 못한 상태여서 약용 절구가 필요했기 때문에 사후세계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의미가 담겨진 것 같다. 주변에서 나오는 ‘운모’도 약용의 의미로 사용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운모는 화강암 가운데 많이 들어있는 규산염 광물의 하나로 도교에서는 장기간 복용하면 불로장생할 수 있는 선약(仙藥, 신선이 되는 약)이라고 인식했다.

쪽샘 44호분에서 발견된 200여 점의 바둑돌들. [사진=문화재청]
쪽샘 44호분에서 발견된 200여 점의 바둑돌들. [사진=문화재청]

아울러 피장자 발치 아래에 부장된 토기들 사이에 대략 200여 점의 바둑돌이 모여진 상태로 확인되었다. 지름 1~2cm, 두께 0.5cm 내외로 색은 흑색과 백색, 회색으로 나눌 수 있다. 인공적으로 가공한 흔적이 없어 자연석을 그대로 채취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바둑돌은 과거 황남대총 남분에서 243점, 천마총 350점, 금관총 200여 점, 서봉총 2점, 등 최상위 등급의 돌무지덧널무덤에서만 출토된바 있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에는 효성왕(재위737~742)대 기록에 효성왕이 바둑을 두었다는 내용과 신라사람들이 바둑을 잘 두었다는 내용이 확인된다. 이번 바둑돌은 기록에 전하는 신라인들의 바둑문화에 대한 실물 근거자료가 될 것이다.

다만 그동안 바둑돌이 출토된 무덤의 피장자는 모두 남성으로 추정되어 당시 바둑이 남성의 전유물로 이해되고 있었지만 이번 피장자는 왕족 여성으로 추정되어 바둑돌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의미를 부여할 자료로 기대된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유튜브(https://www.youtube.com/channel/UCyvYCBA2aJFa8hIdIpur82Q)를 통해 온라인 현장설명회를 진행했으며,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