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여 지난 3일에는 전국 523개 학교가 등교수업을 하지 못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환경은 급격하게 바뀌고 있으며 온라인 개학 등 새로운 상황에 적응해야 하는 청소년의 혼란도 크다.

이러한 환경을 오히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며 성장하는 소중한 기회로 만드는 청소년을 지난 3일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올해 초 국내 최초 자유학년제 고교 대안학교인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권민철(18) 군은 큰 체격에 순둥순둥한 눈빛을 가졌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로 경험을 쌓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권민철 군. [사진=김경아 기자]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로 경험을 쌓으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권민철 군.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3월부터 민철 군은 4개월 넘게 집 앞을 흐르는 당현천(서울 노원구 상계동)을 매일 달렸다고 한다. 30분 쉬지 않고 달리기를 목표로 ‘달리기 앱’을 사용해 체계적인 인터벌 트레이닝을 한 결과 9kg 체중이 줄었다. 몸은 가볍고 체력은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스스로 기획해서 실행하는 벤자민프로젝트 중 첫 개인프로젝트였다.

“달리기는 한계를 이겨내고 성취감을 얻는 운동이에요. 정신력이 단련이 됩니다. 한계에 부딪힐 때 포기할지, 극복할지 선택해야 하죠. 어떤 지점까지 죽을 듯 힘들지만 넘고 나면 갑자기 힘들지 않고 기분이 좋아지는 순간이 옵니다. 앞으로 다양한 프로젝트를 할 텐데 체력이 가장 기본이어서 첫 프로젝트로 삼았죠.”

권민철 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꿈이 명확했다. “군인이 되고 싶었어요. 어릴 때는 제복이 멋있어서 좋았지만 점점 자라면서 애국가를 들으면 가슴이 벅차고 나라를 지키는 일이 정말 소중하게 느껴졌죠. 친구들은 좀 다른 생각이더군요.”

기계를 다루는 일을 좋아하는 민철 군은 공업고등학교를 마치고 육군항공단에 지원해 정비 또는 헬기조정을 할 인생설계를 했다. 그래서 벤자민학교의 멘토인 아버지 권대한((주) 와우베이비 대표) 씨가 자신의 꿈을 찾으며 다양한 경험을 해보라며 자유학년제를 권했을 때도 자신의 확실한 계획을 밝혔다. 아버지는 그 뜻을 존중해주었다. “제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자식에게 네가 원하는 삶을 살라고 하시는 분이세요.”

권 군은 서울의 유명 공고에 진학해 1년 동안 장학금도 받을 정도로 잘 적응했다. 하지만 1학년을 마치며 그는 스스로 자유학년제를 선택했다. “제 계획대로 한다면 직업군인으로서 정년까지 같은 일에 종사하며 순탄하게 살겠지만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큰 아쉬움이 남을 것 같더군요. 1년 간 생각을 정리하며 나를 돌아보는 자아성찰의 시간도 갖고 싶었고, CEO라는 새로운 꿈을 꾸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해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진행하는 스피치 대회에 참가한 권민철 군(왼쪽).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에서 진행하는 스피치 대회에 참가한 권민철 군(왼쪽). [사진=본인 제공]

지난 겨울방학 때 할아버지 댁에 가면서 자동차 조수석에 앉은 민철 군은 운전하는 아버지에게 깊은 질문을 했다. “아버지의 인생에 대해 처음 많은 이야기를 들었어요. 아버지는 돈만 버는 회사가 아니라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는 기업으로 경영하시죠. 주식회사 와우베이비와 시오선 2개 기업을 경영하면서 청소년 문제나 사회문제, 지구환경문제 등에도 신념을 갖고 활동하십니다. 저도 아버지와 같은 CEO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라더군요.”

민철 군은 벤자민학교 첫 프로젝트로 CEO에 관한 여러 정보를 얻고 직접 아버지 회사에서 현장 경험을 쌓고 싶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계획한 외부 활동이 취소되었다.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자 권 군은 자신을 성찰하고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상상훈련을 많이 했다고 한다.

“어려서부터 뇌교육을 했기 때문에 명상하는 것에 익숙해요. 아버지도 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하며 철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합니다. 저도 깊지 않아도 철학자 누군가의 이야기가 나오면 따로 찾아보며 관심이 많았어요.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은 꼭 필요합니다.”

지난 5월 생활 방역으로 전환되면서 그가 속한 벤자민학교 서울학습관 친구들과 오프라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매월 단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김미연 서울학습관 관장님의 추천으로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오르는 등반프로젝트를 하고 있다. 체력을 기르고 한계를 넘으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체득하기 위한 프로젝트이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친구들과 진행하는 등반 프로젝트. (위) 북악산 (아래) 불암산 등반. [사진=본인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친구들과 진행하는 등반 프로젝트. (위) 북악산 (아래) 불암산 등반. [사진=본인 제공]

5월 첫 산행은 대모산이었다. 지친 친구의 짐을 들어주고 물을 나누어 마시며 한결 친해졌다. “인왕산, 불암산, 북악산까지 총 4개의 산을 올랐어요. 오를 땐 힘들지만 정상에 서면 ‘잘 올라왔구나.’하는 보람을 느끼죠. 북악산에 올라갔을 때는 정상에서 제가 사는 아파트가 보였어요. 크게만 느껴졌던 곳이 작아 보이더군요. 역시 관점에 따라, 생각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는 것도 알게 되고 세상이 참 넓다는 것도 느꼈어요.”

가장 최근에는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로 서울의 역사를 직접 탐방하면서 조사하고 발표하는 역사 강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민철 군이 속한 조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태어난 충무로의 역사를 조사하고 발표했다. 민철 군은 “프로젝트들을 하나씩 해나가면서 우리 학교에서 중점으로 하는 뇌교육의 핵심원리인 보스(Brain Operating System, B.O.S: 뇌활용) 법칙을 체험하는데요. 다섯 번째가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라’입니다. 이순신 장군께서는 말도 안 되는 전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23전 23승 무패라는 성과를 이루셨죠. 조사를 하면서 이순신 장군이야말로 모든 환경을 디자인하여 이길 수 있는 전투를 하신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어요.”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조별 프로젝트들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 “각자 다른 특기를 가진 친구들이 모여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이 ‘작은 사회’를 보는 것 같습니다.”

서울 곳곳을 직접 탐방하고 서울의 역사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역사강의 프로젝트를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학생들. 사전답사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았다. [사진=본인 제공]
서울 곳곳을 직접 탐방하고 서울의 역사를 조사해서 발표하는 역사강의 프로젝트를 하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학생들. 사전답사로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을 찾았다. [사진=본인 제공]

권민철 군은 자유학년제를 보내는 학생들을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바라보는 어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그는 “제가 18살인데요. 어른들이 저를 어리게만 보지 말고 본인의 주관이 있는 인격체로서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셨으면 합니다. 또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부모님들이 깊이 성찰하고 스스로의 철학을 갖고 아이들과 대화를 해주셨으면 해요. 그런 것 없이 사회적인 성공의 틀을 강요하지 말았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부모와 그런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배우니 잘못된 인식을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또래 친구에게는 “누군가 정해준대로 살지 말라. 본인의 인생은 본인의 것이고 누구도 책임져 주지 않는다. 후회하더라도 나의 선택으로 후회하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금 민철 군은 학습관 내에 창업동아리를 만들고자 준비 중이다. 창업에 관심 있는 친구들을 모아 사업아이템을 물색하는 등 실질적인 활동을 해볼 예정이다. 그는 “동아리 생성단계인데요. 친구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10대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것을 창업 아이템으로 찾고 시장조사를 하고자 합니다. 친구들과 현실적으로 필요한 체험을 하면서 사회를 먼저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CEO의 꿈을 키우는 권민철 군은 지금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내에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CEO의 꿈을 키우는 권민철 군은 지금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서울학습관 내에 창업동아리를 만들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권민철 군은 “세상에 조금이나마 좋은 영향력을 펼치는 CEO가 되고 싶습니다. 누군가 저를 보았을 때 ‘참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해요.”라고 했다. 인터뷰를 하는 내내 민철 군은 아버지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 자부심이 넘쳤다.

그는 “아버지는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제 길을 갈 수 있도록 돕고 믿어주세요. 아버지 덕분에 할 수 있었던 소중한 경험이 많습니다. 아버지 본인도 하고자 하는 걸 해나가면서 현실에서 기업을 경영하고 가족에게는 따뜻한 가장이고 사회에서는 리더로 활동하시죠. 제가 꿈꾸는 CEO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에게는 아버지를 존경한다고 말하는데 막상 아버지에게는 말씀드리지 못했어요.”라며 쑥스럽게 미소를 지었다.

올해 하반기 권민철 군이 해보고 싶은 프로젝트는 무엇일까? “요즘 생각한 건 우리나라 현역군인, 제대군인에 대한 처우나 사회의 시선이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고 봅니다. 외국에서는 유사시 나라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젊음과 목숨까지 바치는 군인이 매우 존경받는 직업이죠. 우리가 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더라도 우리 군인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캠페인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군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