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과 3일 경주세계문화엑스포공원 백결공연장에서는 천신무예예술단의 ‘화랑찬가’공연이 4차례 무대에 올랐다. 강인하고 용맹한 화랑정신과 함께 청소년 교육의 미래를 조명한 공연은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날 공연에서 주인공 함 화랑을 맡은 함대건(39세, 수석트레이너) 씨는 “경주에서 공연을 하기 때문에 신라시대 화랑을 모티브로 해서 홍익정신을 표현했다.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정신은 화랑도, 풍류도 등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이어졌다. 화랑도 홍익정신을 전하는 집단이었기에 용맹한 화랑의 모습으로 이야기를 전했다. 우리 공연은 고정된 틀에 매이지 않고 장소와 환경에 맞게 노래와 춤, 무예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태로 홍익정신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천신무예예술단 수석트레이너로 마샬아트를 지도하는 함대건 씨. '화랑찬가' 공연에서 함 화랑 역을 맡았다. [사진=강나리 기자]
천신무예예술단 수석트레이너로 마샬아트를 지도하는 함대건 씨. '화랑찬가' 공연에서 함 화랑 역을 맡았다. [사진=강나리 기자]

그는 “우리의 정신적 유산인 홍익정신을 문화와 예술을 통해 누구나 공감하고 누구나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전하는 게 천신무예예술단의 목표”라며 “학교 문제 뿐 아니라 현재 인류가 겪는 갈등과 대립, 분열의 문제를 전환해 상생과 화합으로 하나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아 대중과 소통하려 한다. 많은 사람을 깨우고자 퍼포먼스로 다양하게 표현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예술단 내에서 단원들에게 무예 기공과 군무 등 마샬아트 부문을 지도하는 함대건 씨는 “트레이닝을 할 때 ‘몸은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라는 점을 강조한다. 우리는 동작을 하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진 철학과 정신을 보여주는 것이 무술을 뛰어넘는 예술이 되는 것이라고 알려준다.”고 했다.

그는 “천신무예예술단은 자유학년제 벤자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 재학생과 졸업생 등 청소년과 청년들, 그리고 성인으로 구성되어 현재 22명이다. 오디션을 통해 더 많은 단원을 모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내 최초 고교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졸업한 김윤성 군은 예술가의 길은 가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국내 최초 고교 자유학년제 벤자민인성영재학교를 졸업한 김윤성 군은 예술가의 길은 가고 있다. [사진=강나리 기자]

공연에서 화랑과 학생 역을 맡아 열연한 김윤성(20세) 군은 국내 최초 고교자유학년제 벤자민학교 3기 졸업했다고 한다. “17살 때 자유학년제를 선택해 학교라는 틀에서 해보지 못했던 많은 체험을 했다. 자전거 종주와 직업체험, 아버지와 함께 할머니 댁까지 트래킹도 했다. 제가 하고 싶은 것을 열심히 찾다가 벤자민학교 졸업생으로 이루어진 강연 및 예술공연팀 ‘앙코르’에서 활동하면서 제 길을 찾았다. 청년들이 시나리오를 짜고 대관하고 준비해서 무대에 올린 창작뮤지컬 ‘한울’에서 고조선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주인공을 맡았던 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은 고향 안동을 떠나 부모님이나 친척들의 도움 없이 자립하고 싶어서 경기도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노래 레슨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공연에서 요즘 학생들이 처한 학교폭력, 자살 등 문제를 생생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공연 연습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것은 기공이었다. 동작이나 동선, 보법(步法) 등이 낯설어 어려웠는데, 트레이너들께서 친절하게 알려주고 친구들이 발 벗고 나서서 도와주어 성장할 수 있었다. 전에는 날씨 영향을 많이 받아 감기가 잘 걸리는 체질이었는데, 천신무예 기공을 하면서 몸 상태를 금방 점검할 수 있게 되고 활력이 생겼다.”고 했다.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이보라 씨는 천신무예예술단에서 진짜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기쁨을 찾았다고 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뮤지컬 배우를 꿈꾸던 이보라 씨는 천신무예예술단에서 진짜 자신의 목소리와 몸짓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기쁨을 찾았다고 한다. [사진=강나리 기자]

화랑과 어우동, 학생 역을 맡은 이보라(24세) 단원은 예술대학교 뮤지컬과를 다니다 천신무예예술단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그는 “평생 뮤지컬을 하고 싶었는데 대학교에서 원하는 예술을 할 수 없었다. 공연을 통해 사람들이 감동하고 영혼의 떨림이 있기를 바랐는데, 어느새 사람들에게 보이는 모습에 치중하고 잘 해야 한다는 강박과 경쟁의식에 사로잡혀있었다. 그럴수록 진짜 내 목소리, 진짜 하고 싶은 몸짓도 하지 못하고 피폐해졌다.”며 “천신무예예술단에서는 홍익정신을 전하기 위해 공연을 한다. 공연이 목적이 아니고 메시지를 전하는 수단이다. 잘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보다는 어떻게 하면 잘 전할 수 있을지 집중하면서 표정도 밝아지고, 에너지도 더욱 더 나오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했다.

보라 씨는 “예전에는 무대가 스트레스였다면 지금은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좋은 매개체이고 그 속에서 행복하다.”며 “앞으로 뉴질랜드 마오리족이나 하와이 원주민 청년들과 그들의 평화정신, 우리의 홍익정신으로 어우러지는 공연을 하는 게 목표이다.”라고 했다.

그는 “공연 중 학생들의 문제를 다뤘다. 나도 예술고등학교를 다닐 때는 늘 등수로 비교당하는 게 익숙했다. 친구를 이겨야 한다는 경쟁의식이 나도 모르게 자리 잡고 있었다. 주변의 내 친구나 학생들을 보면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르고 공부하고, 왜 경쟁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경쟁한다. 본인은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아도 그 굴레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천신무예예술단의 화랑찬가 공연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천신무예예술단의 화랑찬가 공연모습. [사진=강나리 기자]

보라 씨는 “청소년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았으면 하고, 자신을 솔직하게 표현할 수 있게 사회에서도 기회를 주기를 바란다.”며 “온 사람들이 함께 청소년을 키웠으면 한다. 부모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 ‘이 아이가 지구를 책임지고 이끌어갈 인재’라는 시선으로 어떻게 하면 잘 성장할지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피력했다.

천신무예예술단은 오는 11월 23일과 24일 열리는 국제국학기공대회의 개막공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