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관가야, 대가야와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고구려, 백제, 신라, 고대 일본과 활발히 교류했던 아라가야의 전성기 중심지인 함안 가야리 유적이 사적으로 지정되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이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554호로 지정한 경상남도 함안군 ‘함안 가야리 유적’은 함안군 가야읍을 가로질로 남강으로 흘러가는 신음천관 광정천이 합류하는 지점에 위치한 유적이다.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리 유적. 북쪽 봉산산성에서 본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 전경. [사진=문화재청]
경상남도 함안군 가야리 유적. 북쪽 봉산산성에서 본 아라가야 추정 왕성지 전경. [사진=문화재청]

해발 45~54m의 구릉부 사면을 활용해 토성을 축조하고 내부에는 땅 위에 기둥을 세우고 그 기둥 위에 바닥을 만든 고상건물과 망루 등을 축조한 유적이다. 조선시대 사찬읍지(私撰邑誌)인 ‘함주지(咸州誌)’와 17세기의 ‘동국여지지(東國輿地志)’ 등 고문헌에 등장하고, 대일항쟁기 고적조사보고를 통해 ‘아라가야 중심지’로 추정되어 왔다.

이곳은 ‘남문외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226호)’, ‘선왕고분군’, ‘필동고분군’ 등 중대형 고분군들이 둘러싸고 있고, 동쪽에는 ‘당산유적’, 남쪽으로는 함안 말이산 고분군(사적 제515호)이 있다.

2013년에는 5차례의 지표조사를 통해 대략적인 유적의 범위를 확인했고, 2018년 4월에 토성 벽의 일부가 확인되면서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가 본격적인 시굴과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그동안 조사 결과 ▲대규모 토목공사로 축조된 토성과 목책(木柵, 울타리)시설 ▲대규모의 고상건물지 등 14동의 건물지 등을 확인했다. ▲건물지 내에서는 쇠 화살촉과 작은 칼, 쇠도끼, 비늘갑옷(찰갑, 札甲) 등이 나와 군사적 성격을 가진 대규모 토성임을 알 수 있었다. 출토유물을 통해 분석한 결과 유적의 시기는 아라가야의 전성기인 5세기부터 6세기에 해당되는 걸로 추정된다.

올해 3월부터 성벽부에 대한 정밀조사를 한 결과, 가야문화권에서 처음으로 판축토성(板築土城)을 축조하기 위한 구조물들이 양호한 상태로 확인되었다. 흙을 떡시루처럼 얇은 판 모양을 켜켜이 다져 쌓은 판축토성은 아라가야의 우수한 축성기술을 보여주며, 이전에 확인되 사례가 드물다. 이를 통해 우리 고대토성의 축조수법을 규명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된다.

또한 ‘함안 가야리 유적’은 유사한 성격의 김해 봉황동 유적, 합천 성산토성 등과 비교할 때, 상태가 매우 온전하고 주변 유적과 연계된 경관이 잘 보존되어 있어 고대 가야 중심지의 모습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향후 연차적인 발굴조사와 연구를 통하여 아라가야의 실체와 위상을 재조명함으로써 정부혁신 역점과제인 가야사 연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함안군은 가야리 유적의 사적지정을 기념해 오는 31일 ‘아라가야 비전선포식’을 개최한다. 비전선포식은 가야리 현장공개, 문화재관리단체 지정서 교부, 제막식과 기념식수 등의 순서로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