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가 475년 고구려에 한강유역을 빼앗기고 남하해 64년간 머물던 두 번째 도읍인 웅진(현재 공주)시절 국가에서 진행한 대규모 토목공사의 흔적이 확인되었다.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의 허가로 공주시와 공주대학교박물관이 지난해 6월부터 시행한 ‘공주 공산성’ 발굴조사를 통해 쌍수정 일대 추정 왕궁지를 출입하는 길과 왕궁지 관련 시설을 만들던 토목공사 흔적을 확인해 오는 27일 발굴조사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백제의 국가적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이 확인된 쌍수정 광장 백제 건물지. [사진=문화재청]
백제의 국가적 대규모 토목공사 흔적이 확인된 쌍수정 광장 백제 건물지. [사진=문화재청]

공산성 추정 왕궁지 출입시설은 ‘문궐門闕’ 형태로 양 측면에서 대규모 성토다짐을 했다. 동쪽 경사지에 길이 50m, 너비 36m, 깊이 3.5m의 대규모 성토다짐을 한 형태로 흙을 경사지게 쌓은 다음 다시 수평으로 쌓는 방법을 거듭해 매우 안정적 지반을 만들었다. 또한, 경사면에는 강돌과 깬돌을 깔아 성토구조가 유실되는 것을 방지하는 시설을 갖췄다.

이처럼 대규모 성토다짐과 외벽 보호시설 등 토목구조는 백제의 한성 도읍기 왕성인 풍납토성에서 확인된 이후 최대 규모의 백제 토목공사 흔적이다. 이는 한성에서 웅진으로 천도하며 축조한 대규모 국가시설이란 점을 확인할 자료로, 공주 공산성의 역사적 정체성을 고증할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산 능선을 깎아서 넓고 평탄한 대지를 조성한 쌍수정 광장에는 길이 30m 기둥열이 출입시설과 연결되어 확인되었다. 또한 가장 북쪽 쌍수정 건물이 있는 높은 대지는 자연지형을 의도적으로 깎아 지면보다 높은 여러 개의 단을 만든 시설물로, 국가적 또는 왕권의 위상과 밀접한 연관이 있을 것으로 확인된다.

공주 공산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공주 송산리고분군과 함께 백제 웅진기의 중요 유적으로, 백제가 웅진으로 천동해 왕궁성으로 조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4km 길이의 대규모 왕궁성으로 성안 곳곳에 추정 왕궁지와 관련 유적, 다양한 건물지, 저장구덩이 등의 존재가 확인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