갭이어(Gap-year)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을 비롯한 유수한 대학이 도입하고, 프린스턴의 경우 지원금까지 주며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제도입니다. 대학 진학을 위해 쉴 새 없이 달려왔고, 입학 후 또다시 한차례 학업에 정진해야 하는 학생들에게 재충전의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는 의미가 담긴 제도입니다. 하버드는 40년 넘게 이 제도를 유지해 왔고, 현재도 “Time Out or Burn Out for the Next Generation”라는 글을 소개하며 신입생이 갭이어를 활용하기를 권장합니다.

길이네스 한국탱고아카데미원장 [사진=길이네스]
길이네스 한국탱고아카데미원장 [사진=길이네스]

유명한 예로는 오바마의 딸 말리아가 활용했습니다. 말리아는 1년간 갭이어를 통해 볼리비아, 페루, 아시아를 여행하며 다른 문화를 접했고, 다른 이들을 통해 자신을 더욱 깊이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갭이어를 활용했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버드 학생신문이 시행한 설문 조사에서 “갭이어를 하버드 학생들에게 권하나?”는 질문에 97%의 참여자가 ‘적극 추천’이라는 답을 했습니다. 응답자 중 많은 사람이 1년의 갭이어를 ‘인생의 전환점’이라거나 ‘값을 매길 수 없는 경험’, 혹은 ‘평생을 두고 갚아 나가야 할 귀중한 경험’이라 답했습니다.

응답자 중 많은 사람이 학업, 과외 활동, 대학에서 얻을 수 없는 무형의 자산, 일 년 동안 습득한 경력이나 가능성과 이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학교에 돌아왔다고 말합니다. 응답자 중 거의 모든 사람이 갭이어를 다시 할 것이라 말합니다.

그런데도 1년이라는 세월을 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 모두에 어려운 일입니다. 학생들은 종종 더 안전하고 친숙한 길을 보며, 친구들을 따라가고 싶어 합니다. 학부모는 자녀가 학업에 뒤처질까 걱정합니다. 이익보다 위험이 훨씬 크지 않을까 하는 질문이 따라오며, 두려움이 가시질 않습니다.

하지만 이 두려움은 사실 아이들을 믿지 못하는 부모님의 두려움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시간을 보내고 적응하지 못하면 어떡하나, 아이들은 꿈을 찾거나 쫓는 시간 후의 압박을 견뎌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식의 두려움 같은 것 말이죠.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압박을 쉽게 견뎌내며, 이후의 과정 역시 유려하게 해냅니다. 1년의 시간 동안 더 많은 것을 경험하며 단단하게 자란 아이가 뒤처지거나 도태될 거라 두려워하는 건 부모님 자신의 책임인지도 모른다는 말입니다.

어쩌면 인생에서 1년이란 세월은 꿈을 찾기에 충분한 시간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제 초점은 1년이 얼마나 유용한지 가치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가치를 찾아낼 시간이 주어졌느냐 아예 주어지지 않았느냐 따지는 기회의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로 한국판 갭이어라 불리는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갭이어 멘토로 의뢰를 받아, 부족하지만 지금까지 멘토로 지지하고 있습니다. 저는 평범하게 대학교육까지 마치고 꿈을 찾아 떠날 때까지 4년의 세월이 걸렸습니다. 어쩌면 더 짧게 걸렸을 꿈을 찾는 시간이 몇 배나 더 든 것이죠. 꿈에 더 다가가고서야 돌아보니 자신을 깊이 있게 바라보고 관조하는 시간이 아이들에게, 그리고 삶의 목표를 찾는 모든 이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업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시간과 기회를 주고, 주도적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는 점에 깊이 공감합니다.

생각에만 머무르지 않고 실천을 하기 위해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의 문을 두드리는 학생들의 용기를 언제나 응원합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이는 모든 이들이 어제보다 나아간 오늘을 맞이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