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을 읽으면서 맨 처음 벤자민인성영재학교(이하 벤자민학교)를 설립 소식을 들었을 때가 생각난다. 국내 최초로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완전학년제 대안학교의 설립취지를 들었을 때, 나는 정말로 꼭 필요한 학교이고 내가 만들고 싶었던 학교였기 때문에 무척 설레었고 기대가 되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그 이유는 미인가 보육시설인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조합원으로서 3명의 아이를 졸업시킨 경험이 생각나서였다. 대안교육 기관이 대부분 그렇듯이 조합원들의 출자금으로 운영되는 공동육아어린이집은 모두가 주인이 되어 어린이집 살림을 공동으로 하기 때문에 좌충우돌 어려움이 많았다. 보통 공동육아 어린이집이 안정되기까지의 시간을 미루어 볼 때, 이 학교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기까지는 최소한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첫째아이의 나이를 계산해보니 내 아이가 이 학교와 인연이 닿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안양관악초등학교 조동미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안양관악초등학교 조동미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하지만 학교의 일선에 선 교육자로서 뇌교육의 가치를 증명해보일 수 있는 학교가 얼마나 필요한지 절실했기 때문에 멘토단 구성부터 시작해서 벤자민 인성영재 페스티벌, 포럼 등의 개최에 열심히 함께 참여했다. 멘토가 되어달라고 부탁드리기 위해 시장님, 시의장님을 찾아뵙고 졸업한 대학원의 교수님을 찾아가 부탁을 드리기도 했다. 벤자민학교 입학 대상자를 찾기 위해 거리에서 홍보를 하기도 하고, 친구의 집을 방문해서 자고 있는 아이를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으나 끝내 못 만나고 돌아오기도 했다. 정규과정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일은 무척 어려웠다. 더구나 현직교사가 대안학교를 홍보하고 다니는 격이라서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학교일선에서도 뇌교육을 통한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렇게 조금씩 가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당장 방황하는 청소년들을 도와줄 수 있는 시스템은 그것대로 필요하다는 말로 설명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내 드는 생각이 자살공화국, 특히 청소년 자살률 1위라는 오명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왜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같은 이런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는지 묻고 싶다. 지금의 공교육 시스템은 누구도 행복하기 어려운 입시라는 거대한 그물망에 걸려있다. 교사나 학부모, 아이들은 처해진 여건에 대해 주인으로 나서기 보다는 대부분 수동적으로 이 청소년 시기가 어찌어찌해서 무사히 넘어가기를 바라는 무기력에 빠져있고 견디지 못하는 사람 중에서는 외국으로 자녀를 보내거나 아주 많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 그것도 몇 안되는 대안학교에 수십 대 일의 경쟁률을 뚫고 진학시키기도 한다. 입시든 대안학교든 자녀교육으로 인해 부모들의 등골이 빠지기는 마찬가지다. 이를 지켜본 젊은 세대들은 결혼을 하더라도 아예 아이를 낳지 않아서 심각한 출산률의 저하로 이어지기도 한다. 몸과 마음의 생기를 잃은 교육이 생기 없는 사회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이었던 내 딸아이는 지금 벤자민학교를 2년째 다니고 있다. 여린 마음과는 달리 인상이 너무 또렷한 편이라 후배들이 무서워하기도 했던 딸아이는 인성영재로 발돋움을 하면서 줄곧 입 꼬리가 올라가고 싱글벙글 잘 웃는다. 한‧중‧일 3개국의 국토종주를 25일간 마치고 나서 딸아이가 했던 말이 귀에 쟁쟁하다.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면서는 무서워서 아무생각도 할 수 없었어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파이팅을 외치고, 힘들어하는 친구의 짐을 들어주더군요.” 아이는 이 말을 하면서 눈시울을 적셨다. 나는 그때 아이의 마음의 키가 어느새 훌쩍 자라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10년은 지나야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내 예측과는 달리 제1기 27명의 입학생들이 눈부신 성장을 이룬 이후 2기부터 5기까지 놀랍게 성장하여 일본, 미국, 중국에까지 학교가 세워지는 등 아주 빠르게 달리고 있다. 아이들이 성장하고 바뀌어 가는 굿뉴스는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쏟아져 나오고 공교육에서도 반신반의하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나 또한 이 책에 나오는 여느 학부모처럼 벤자민학교를 통해 아이와 소통을 하게 되었고 부모로서도 성숙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나는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에서 “부모가 먼저 진정한 어른이 되고자 노력할 때 아이도 잘 성장할 것이라 믿는다.(P163)”는 말에 공감한다. 진실하게 삶을 대하고 자신의 가치를 발견하여 꿈을 키워가는 벤자민학교는 이렇게 어른들에게도 도전이 된다. “사람의 가치가 중심이 되지 못하면 다른 힘이 그 사회의 중심을 차지하게 된다.(P69)”는 저자의 경고를 흘려버리지 말고 가장 중요한 가치전달 도구인 교육을 다시 한번 돌아보아야 한다.

이 책은 우선 모든 교육관계자들이 먼저 읽고 함께 고민해보기를 권한다. 또한 자녀교육에 고민이 많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이 꼭 함께 읽고 한번쯤 쉼표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