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열린 지난 12월 2일 고등부에서 경상남도를 대표해 출전한 팀은 김해 수남고등학교(교장 정우영) 국학기공반이었다.

아름다운 지구의 평화로운 에너지를 표현하는 ‘지구기공’을 펼치는 김해 수남고 학생들의 동작은 넘실넘실 파도치는 듯 부드럽다가도 힘찬 기합소리와 함께 강인함이 넘쳤다. 이날 수남고는 고등부 페어플레이상을 수상했다.

지난 12월 2일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고등부 페어프레이상을 수상한 김해 수남고 학생들의 지구기공 공연.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2월 2일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고등부 페어프레이상을 수상한 김해 수남고 학생들의 지구기공 공연. [사진=김경아 기자]

최근 교육부에서는 초‧중‧고 학생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그중에서도 여학생들의 체육활동 참여가 저조해 개선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수남고등학교는 지난해 3월 개교하여 남녀공학으로 1, 2학년 전교생이 640여 명인데, 이날 대회에는 여학생 팀을 이뤄 출전했다.

수남고에서 국학기공 수련을 직접 지도하는 강미숙(42) 교사는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이 출전하다보니 여학생들로 구성되었다. 국학기공은 장소 구애를 받지 않고, 다칠 위험이 적어 안전하고 여학생이 하기에 무리가 없다. 체력도 기르지만 유연성도 함께 길러 적합하다.”며 “교장선생님의 격려로 전교생에게 확대할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왼쪽부터) 지구기공 공연을 마친 김해 수남고 1학년 김나연 학생, 성윤서 학생, 전서현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왼쪽부터) 지구기공 공연을 마친 김해 수남고 1학년 김나연 학생, 성윤서 학생, 전서현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단체전 경기를 마친 전서현 학생은 “평소 소화가 잘 안 되는 편인데 국학기공을 하면서 그런 게 없어졌다. 기공체조를 하면 소화도 집중도 잘 돼서 집에서도 자주 한다. 처음 할 때는 자세잡기가 힘들었는데, 잠이 오거나 집중이 흐트러질 때 기공을 하면 잠도 깨고 집중하는 시간이 많이 늘어난다.”고 했다.

김나연 학생은 “전에는 우리 반이 산만했는데, 기공을 하면서 차분하고 공부 집중도가 높아졌다. 처음에는 친구들이 국학기공을 잘 모르고 부끄럽다고 안 하려고 했는데, 나중에는 재미있다고 더 하려고 한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때 좀 더 연습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이 많다.”며 “학업과 병행이 힘들까봐 처음에는 안 하겠다고 했는데 나중에 후회가 되었다. 기공을 하면 오히려 정신집중도 잘 되고 공부에 도움이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양은 “원래 운동을 안 좋아했는데 기공을 하고 나서는 재미있어졌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니 학교에서도 무척 좋아해, 응원에 힘입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오늘 대회에서는 우리가 모두 여학생이어서 선생님이 섬세한 선을 살리는 동작을 강조해서 주변에서 우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성윤서 학생은 “친구를 따라 2학기 때 시작했고, 경상남도지사기 국학기공대회에서 1위를 해서 경상남도 대표로 오게 되었다. 무대 오르기 전에는 진짜 떨렸는데, 친구들과 합合을 맞추고 노력하고 준비했던 시간들이 있어서 집중을 하게 되었다. 연습할 때는 서로 ‘네가 더 내려가야 된다. 팔을 더 펴야 한다.’며 충고를 주고받지만 싸운 적이 없다. 기공하는 친구들끼리 통하는 게 있어서 사이가 더 돈독하다.”고 했다.

윤서 양은 “전통스포츠를 한다는 게 너무나 멋지다. 고등학교 전에는 국학기공을 몰랐는데 하고나서 다른 스포츠보다 정신집중이 잘 되고, 평소 공부할 때도 집중력도 높아져서 좋은 스포츠 같다. 여학생 중에는 체육활동을 안 좋아하는 친구도 있지만, 우리 반은 체육시간에도 열심히 하고, 국학기공 연습도 손을 들어서 하고 싶다고 해서 모였다. 선생님이 항상 '너희가 최고다. 연습한 대로만 하면 된다. 정말 예쁘다.'고 격려해주셔서 신 난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 했다.

이날 학생들을 응원하기 위해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을 찾은 정우영 교장은 “평소 인성교육과 체력증진에 관심이 많은데, 국학기공 프로그램이 적절한 것 같다. 내년에는 전교생으로 확대해보자”고 격려했다.

강미숙 교사는 전임 학교인 구산고등학교에서도 국학기공 동아리를 운영했으며, 그 경험을 살려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시작했다. 매일 점심시간과 저녁시간을 20분 씩 활용해 기공수련을 하고 있다. “오후와 저녁 자율학습시간이 되면 학생들이 다들 잠과 사투를 벌이는데, 국학기공을 한 아이들은 생기가 넘치고 집중력도 높다. 하고 나면 아이들 눈빛이 살아난다.”

강 교사는 기공수련을 하는 아이들의 변화에 대해 “활력이 많이 생겼다. 평소에 늘 앉아 있느라고 소화가 안 되던 아이들도 운동을 하면서 소화도 잘되고, 하체가 튼튼해지니 지구력이 좋아졌다고 스스로 말한다. 땀도 엄청 많이 흘린다. 흘리고 나면 개운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연습하려고 빨리 온다.”고 했다.

김해 수남고등학교 학생들이 정우영 교장선생님(오른쪽)과 국학기공 담당 교사인 강미숙 선생님과 함께 한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김해 수남고등학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반을 지도하는 강미숙 교사. [사진=김경아 기자]

그가 국학기공을 수련한 것은 2014년 뇌교육 교사동아리에서 활동하면서부터라고 한다. “아이들에게 뇌 체조만 조금씩 지도하다가, 2년 전부터 교사동아리 내에서 다 같이 국학기공을 배워보자는 의견이 모아졌다. 선생님 중에 국학기공 전문분야인 단무도를 하는 분이 있어 매주 한 번씩 회의할 때마다 국학기공을 배웠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만나는 자리라 피곤한데도, 국학기공을 하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고 의욕이 났다.”

강 교사는 이번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지구기공의 멋과 의미를 살려 동작을 구성했다. “지난 10월 8일 13개국이 출전한 서울국제 생활체육국학기공대회에서 일본팀의 지구기공 공연을 보니 감동적이었다. 그 안무를 참고로 하여 재구성했다. 연습하기 전에는 몸을 푸는 체조를 하느라 기운이 들떠 있던 학생들도 동작을 시작하면 기운이 차분하게 가라앉으면서 몰입되는 느낌을 갖는데 그것을 매우 좋아했다. 공연을 하는 학생들도 힐링이 되었고, 보는 관객들도 ‘힐링이 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페어플레이상 수상을 기뻐했다.

강미숙 교사는 국학기공이 학생뿐 아니라 선생님들에게도 필요하다고 한다. “고등학생이 되서 아이들이 많이 무기력하다. 아이들이 성적 경쟁에 지쳐 ‘나는 안 되는데, 자리만 지키고 있어. 졸업만 하자!’라는 아이들이 많아지면서, 학교 수업이 전반적으로 쳐지는 느낌이 들고, 그 분위기에 선생님도 휩쓸리게 된다. 그럴 때 선생님이 중심을 잡고 끌어나갈 수 있으려면 체력이 필요한데 국학기공이 적합하다”

그는 “국학기공을 수련하기 전에는 나도 무기력하고 아이들의 에너지에 딸려가는 것 같았다. 지금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체력이 뒷받침 되고, 명상이 되어 마음도 평상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되니까 아이들이 아무리 멋대로 행동하거나 말을 해도,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나가는 게 수월하다.”며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하지 않고 ‘너희가 제일 잘 한다. 선물 같은 아이들이야!’라고 칭찬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또한 강 교사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아이들과 상담을 해보면, 그 아이는 공부에 흥미가 없을 뿐이지, 다른 쪽에는 재능이 많더라. 학교에서 그런 다양성을 담을 수 있는 교육과정이 생긴다면, 아이들이 충분히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학기공을 하면서 아이들이 힘이 생기니까 자신을 사랑하게 되고, 무기력에서 빠져 나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 찾아내는 것을 발견했다.”며 학교스포츠 활동으로서의 장점을 피력했다.

국학기공 공연을 마친 김해 수남고 학생들이 정우영 교장선생님(오른쪽)과 지도강사인 강미숙 교사와 함께 한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국학기공 공연을 마친 김해 수남고 학생들이 정우영 교장선생님(오른쪽)과 지도강사인 강미숙 교사와 함께 한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그는 지도한 학생 중 한명의 사례를 전했다. “성격은 밝지만 학업에 흥미가 없어서 수업시간에 많이 졸던 학생이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자신감이 생기니 아이들에게 국학기공을 함께 하자고 모으기도 하고 리더십도 발휘했다. 수업시간에도 목표의식이 생기니 집중을 했다. 올해 체력단련을 위해 하루 중 매시간 1분씩 운동하는 ‘1분 생활체육표’를 만들어 주었는데, 이 학생은 꾸준하게 한다. 좋은 생활습관이 생긴 것이다.”

강 교사는 국학기공수련의 인성교육적인 측면도 강조했다. “우리 반 아이들은 항상 배려하고 쉽게 흥분하지 않는다. 국학기공을 하려면 서로 호흡과 동작을 맞춰야 하는데, 서로 맞추고 배려하는 게 습관이 된 것 같다. 아이들이 수행평가를 할 때도 자신만, 자기 팀만 만점을 받으려 하지 않고 다른 팀에게도 기회를 주며 서로 격려한다.”며 “청소년들이 꼭 국학기공을 체험했으면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