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밀양시내에서 표충사로 가는 시골에 있는 태룡초등학교는 전교생이 39명이고, 한 학년에 한 반씩 있는 작은 학교이다. 이 학교 4학년과 5학년으로 구성된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동아리가 지난 12월 1일과 2일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경상남도 초등부 대표로 출전했다.

지난 12월 2일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초등부 경상남도 대표로 출전한 밀양 태룡초등학교 학생들의 기공경연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2월 2일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초등부 경상남도 대표로 출전한 밀양 태룡초등학교 학생들의 기공경연 모습. [사진=김경아 기자]

붉은 색 무예복장과 붉은 머리띠를 한 24명의 아이들은 긴장한 듯 등장했으나, 음악이 흐르자 당당한 표정으로 힘이 넘치는 국학기공 동작을 펼쳤다. 약간 상기된 얼굴에 씩씩한 기백이 흐르고 힘을 품은 부드러움을 잘 표현했다.

이날 출전한 5학년 조하늘 양은 눈시울이 붉었다. “모두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가 마지막에 동작을 틀려서 미안했어요. 그래도 선생님이 ‘실수 오케이(OK)'라고 하셔서 마음이 진정되었어요.”라고 했다. 하늘 양은 “제가 용기가 없고, 어떤 일을 할 때 서둘러 끝내버리는 성격이었거든요. 그런데 국학기공하면서 인내심을 기르고 더 많이 노력할 수 있게 되었어요. 연습하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되어서 친구관계도 좋아졌습니다.”라며 “선생님께서 국학기공과 뇌교육을 가르쳐주어서 저도 잘 알지 못했던 제 본래 모습을 찾게 해주셔서 감사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아이였고, 용기를 내서 더 노력하면 더 잘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셨어요.”라고 담당교사인 강홍련 선생님에게 감사함을 전했다.

밀양 태룡초등학교 국학기공 동아리반 아이들. (왼쪽부터) 김윤정, 손현규, 조하늘, 손원주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밀양 태룡초등학교 국학기공 동아리반 아이들. (왼쪽부터) 김윤정, 손현규, 조하늘, 손원주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4학년 김윤정 양은 “4학년 된지 2~3주 때부터 국학기공을 했어요. 선생님이 국학기공 영상을 보여주었는데, 너무나 멋있고, 잘하는 게 부러웠어요. 저도 친구랑 우정을 더 많이 쌓고 가까워졌어요. 반 전체가 다 국학기공을 해서 친하지 않은 친구가 없어요.”라며 “제가 좀 책임감 없고 잘 기다리지 못하는 편이었는데, 인내심이 길러지고 집중력도 높아지면서 점점 좋아지고 있어요. 더 많은 사람들이 국학기공을 했으면 좋겠어요.”라고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손원주(5학년) 양은 “처음에는 힘든 운동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면서 온몸에 쌓인 스트레스가 다 풀린 것 같았어요.”라고 답했다. 스트레스의 원인을 묻자 조손 가정인 원주 양은 “평소 할머니와 다툴 때도 있고, 친구랑 싸우고 운적도 있어요. 요즘에는 모르는 친구들과도 친해져서 좋아요. 할머니는 저를 키워주시는 분인데 감사하죠.”라며 “국학기공을 하고 자세가 바르게 되었어요. 항상 구부정했는데 요즘은 펴졌고 등과 허리가 시원해요.”라고 수련효과를 이야기했다.

4학년 손현규 군은 “국학기공을 하면서 집중력이랑 인내심이 늘어난 것 같아요. 기마자세를 할 때 다리에 힘을 줘야 하기 때문에 다리에 집중해서 버티고, 일천세 자세(기마자세에서 보폭을 어깨넓이 1.5배로 넓혀 중심을 잡는 기공 자세)를 할 때 힘들지만, ‘끝까지 해보자. 할 때까지 해보자’하고 힘을 주고 하니까 집중력과 인내력이 좋아졌어요.”라고 신나서 이야기 했다.

밀양 태룡초등학교 강홍련 선생님.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동아리반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밀양 태룡초등학교 강홍련 선생님.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동아리반 아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사진=김경아 기자]

태룡초등학교 국학기공 동아리를 지도하는 강홍련 교사는 올해 3월 발령을 받았고, 전임지인 밀양 초등학교에서도 학교스포츠클럽활동으로 국학기공을 도입해 2014년에 전국학교스포츠클럽 대회에 출전한 경력이 있었다.

강홍련 선생님은 청소년들이 국학기공을 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에 대해 “밀양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지도할 때, 선생님들이 힘들어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점은 선생님에게 반항하고, 학생들 간에는 서로 ‘왕따’를 시키거나 당하는 모습이었죠.”라며 “국학기공을 지도하면서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을 보게 됩니다. 자존심이 센 아이가 있었는데 지도하면서 그 아이의 힘든 부분이 보였고, 그걸 헤아려서 챙겨주게 되었어요. 다른 아이들도 그 아이가 어떤 상황이어서 힘들다는 이야기를 전해주었습니다. 그런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라고 경험을 들려주었다.

그가 태룡초등학교에 왔을 때, 아이들은 작은 학교에서 늘 한반으로 함께 생활해왔기 때문에 다툼이 생겨서 이야기를 들어보면 묵은 감정들이 나왔다. 1학년 때 이야기가 나오고 유치원 때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 자신을 괴롭혔던 기억 때문에 지금 일어난 건 별일이 아닌데도 욕을 하거나 크게 싸웠다.

강 교사는 “뇌교육 명상을 지도하니 아이들은 그동안 상대가 잘못한 것만 보던 것에서 내가 한 행동과 마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교실에서 매우 흐트러진 자세로 있어서 ‘바로 앉아라.’하면, ‘선생님이 나를 싫어한다.’고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는데 사진을 찍어서 보여주면 ‘아! 그렇구나.’하고 인정을 합니다.

국학기공을 하면서도 동작 하나하나가 되려면 자기를 느끼고 바라보아야 하죠. 수업시간에도 국학기공이 도움이 되었던 게 ‘자세 바르게 하라’고 이야기하지 않고, 그대로 멈추고 느끼고 바라보게 하면 알아서 바로 잡게 됩니다. 국학기공에서는 어려운 자세를 할 때 마음이 몸을 떠나면 바른 자세가 나오지 않아요. 그럴 때 ‘네 마음이 몸에 머물러야 하고 그렇지 않을 때 흐트러진다.’는 이야기를 자주 해주는데, 아이들은 연습을 통해 체험을 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한 아이는 ‘네가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할 때 너는 어땠니?’라고 물었더니, ‘나를 놓쳤어요.’라고 자신을 정확하게 와칭하기에 크게 칭찬을 해주었어요. 어른들도 쉽지 않은 일이죠. 아이들은 친구들이 자신에게 하는 말에 너무나 많은 상처를 받아요. 자존심이 세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아이도 있고, 많이 위축된 아이도 있습니다. 자신의 작은 실수도 스스로 용납하지 못하고 다른 아이들이 비난할까봐 두려워했습니다. 작년에는 상담을 받았다는데, 올해는 상담을 받지 않아도 많이 좋아졌어요. 전에는 아이들끼리 잘 못하는 기공 동작을 지적하곤 하던 아이도 이제는 대회에서 다른 친구들을 챙깁니다. 머리끈이 헐렁해지면 묶어주고 격려하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해서 칭찬을 많이 해주었어요.”라고 했다.

그가 국학기공을 접한 때는 1998년으로, 방학 중 뇌교육 교사연수에서 체력단련 프로그램으로 만나 벌써 20년이 넘었다. “뇌교육을 기반으로 한 국학기공을 하면서 교사로서 스승이 될 수 있었어요.”라고 한 강 교사는 “당시는 몸이 좋지 않아 세 아이를 양육하면서 교사생활을 하는 게 힘들었어요. 세 아이를 키워야하니 경제적 이유로 교직을 그만둘 수는 없는데, 교사로서 돈을 벌기위해 그 일을 해야 한다는 게 비참하고 싫었습니다.

제가 수련을 하면서 힘이 생겼고, 국학과 우리 역사를 아이들에게 하나씩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이 초롱초롱 집중하며 쑥 빨려들어 오는 걸 느꼈죠. 아이들의 어깨가 펴졌습니다. 그러면서 내가 왜 교사가 되었는지 알겠더군요. 아이들 상담을 해주며 아이들의 가치를 찾을 수 있게 해주는 일들이 힘들지만 오히려 행복했어요. 퇴근시간에 아이들을 상담해주다보니 더 바빠졌는데, 제 아이들은 저절로 잘 자라더군요. 엄마가 행복하니 아이들에게 무엇을 해주지 않아도 잘 해냈습니다.”라며 미소를 보였다.

강 교사는 아이들 상담을 하며 초등학생들도 자살충동을 느낀다는 점이 심각하다고 했다. “또래 간 문제도 있지만, 부모님과 사이에서 부딪힐 때가 있죠. 주로 부모님들이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봐주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원하는 모습을 기준으로 잘 한다 못한다고 판단하고 야단을 치니 아이들은 힘들어 합니다.”라고 했다.

청소년 상담에 관해 “상담시간에 아이 혼자만 보고서는 상담이 제대로 되기 힘들죠. 아이들 간의 관계를 보지 않고서는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합니다. 아이는 또래에서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경험상 담임선생님의 역할이 정말 중요합니다. 상담은 기법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그 아이의 아픈 부분을 이해해야 하기 때문에 생활 속에서 아이의 모습을 보려면 담임선생님이 적합합니다.”며 ”담임선생님들이 뇌교육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담임선생님이 신념만큼 체력이 뒷받침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국학기공에 참여해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강홍련 교사는 올해 11월 집단상담을 4회차를 진행했다. 놀이 위주로 뇌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어떤 아이가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읽으며 처방을 했다.

강 교사는 “체력이 안 되는 아이는 아랫배 단전에 힘이 없으니, 안정되지 못하고 들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에너지가 넘치지만 그 에너지를 어떻게 써야 할지 모르고, 자존감이 낮은 경우에 상처를 많이 받아요. 자존감이 올라가고 힘이 생기면 쓸 때가 생깁니다. 남을 흉보고 비난하고 하던 아이들이 다른 아이를 챙기고 배려하는 것으로 변화하더군요.”라고 했다.

그는 “아이들마다 차이는 있다. 집중이 안 되는 아이는 전체 교육에서 이해를 잘 못해도 1대 1로 지도하면 잘 알게 됩니다. 개인지도를 하면서 변화된 부분을 칭찬해주죠. 그렇게 계속 수련을 해가면서 아이들은 자존감이 높아지고 가치 있는 선택을 하는 횟수가 점점 늘어납니다. 무엇보다 국학기공을 하면서 아이들은 자신의 내면에 집중하고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메타인지가 높아지고 정서조절이 잘 되었어요. 체력과 함께 심력도, 뇌력도 좋아지는 거죠. 속도는 다르지만 모두 변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게 되니까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생기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