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포항의 전교생 46명인 작은 어촌학교인 구룡포중학교(교장 이광우) 학생들이 새하얀 한복에 커다란 태극기를 두르고 ‘나라사랑 기공’을 펼쳤다. 지난 12월 2일 대구교육낙동강수련원에서 열린 ‘제 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서 경상북도를 대표해 출전한 이들이 한 동작 한 동작마다 정성을 실어 기공 동작에서 웅혼한 한민족의 기상이 엿보였다.

지난 12월 2일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경상북도 중등부 대표로 출전한 경북 포항 구룡포중학교 학생들이 '나라사랑 기공'을 펼쳤다. [사진=김경아 기자]
지난 12월 2일 열린 '제11회 전국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대회'에 경상북도 중등부 대표로 출전한 경북 포항 구룡포중학교 학생들이 '나라사랑 기공'을 펼쳤다. [사진=김경아 기자]

이날 경기에 출전한 이영진(구룡포중3) 학생은 “올해 2학기 때부터 체육선생님께 지도받았다. 처음에는 잘 하지 못해서 당황스러웠는데, 갈수록 집중력도 높아지면서 좀 더 나은 동작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다.”며 “국학기공 대회에 출전하면서 대범해졌다. 무대에 올라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하면서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당당하게 공연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과 눈을 바라보는 게 버겁다고 느꼈는데 나아졌다.”며 신영섭 선생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겼다.

국학기공을 지도하는 신영섭(41) 교사(체육교과)는 “이번 대회에 경상북도 고등부를 대표해서 출전한 감포고등학교 담당교사인 전준식 선생님과 함께 근무하면서 국학기공을 배웠다. 그때 2년 연속 경북교육감배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올해 구룡포중학교에 와서 학교스포츠클럽활동으로 국학기공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신 교사는 “학생들이 교우관계도 좋고, 단합이 잘 된다. 요즘 학생들이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한데 팀 스포츠이다 보니 협동심이 생기고, 서로 이해심이 높아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자기 혼자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조화롭게 잘해야 한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것 같다. 특히 나라사랑 기공이 아이들의 가슴에 자부심을 키워준다.”고 했다.

그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학생들은 체육활동을 하면서 많이 다친다. 심지어 달리기를 하다가도 다리를 접질려 깁스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국학기공은 차분하게 호흡을 하면서 하기 때문에 안전한 스포츠이다. 음악과 함께 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도 좋다. 그리고 평소 기마자세를 하면서 하체가 튼튼해지고, 지구력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효과를 이야기했다.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담당인 신영섭 체육교사(왼쪽)와 국학기공 동아리 리더를 맡은 이영진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학교스포츠클럽 국학기공 담당인 신영섭 체육교사(왼쪽)와 국학기공 동아리 리더를 맡은 이영진 학생. [사진=김경아 기자]

신영섭 교사는 작은 시골학교의 고충도 전했다. “학생 중 몇몇 흡연자들이 있었는데 기공을 하면서 금연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시골학교에서 흡연율이 20%정도 된다. 우리 학교 주변의 특성화고등학교의 경우 70~80%가 흡연을 한다. 교육청에서 나온 흡연통계를 보지만 현실적으로는 훨씬 높은 것을 체감할 수 있다. 특히 농어촌지역에서는 결손가정이 많고, 초등학교 때부터 흡연을 하는 아이들이 있다.”며 “국학기공 동아리에 들어온 다섯 명이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2학년 때부터 담배를 피웠는데,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금연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학생들이 금연을 하게 되는 계기에 대해 “방과 후 수업이나 토요일 수업에 국학기공을 지도하는데 친구 또래집단이다 보니 친구와 함께 하길 원한다. 흡연을 하면 출전을 시키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는데, 아이들이 출전하고 싶어서 끊는다. 보통 아이들은 역동적인 스포츠나 댄스를 좋아하는데, 국학기공은 정적인 스포츠라 아이들이 처음에는 생소해 한다. 그러나 두세 달 지나서 자신이 변화한 모습을 보면 스스로 하고 싶어서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밝혔다.

신영섭 교사는 학생들의 기공 연습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매번 인터넷에 올리는데, 학생들은 그 영상을 통해 점점 변화하는 자신을 확인한다.

신 교사는 “국학기공을 일선학교에 보급하기 위해 국학기공협회가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아는데 좀 더 저변확대가 되었으면 한다. 도시 학생의 경우 부모의 보살핌도 잘 받고 정보도 많은데 비해, 시골학교의 경우, 대회에 출전할 기회가 많지 않다. 체육시간에 농구나 축구 같은 다양한 종목을 지도하는데, 재학생이 적어 대회에 나가기가 쉽지 않다. 국학기공은 소규모 단위 출전도 가능해서 대회에 나가 무대에 서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성취감도 얻고 자신감이 생겨 인성교육에 많은 도움이 된다.”고 했다. 그는 “농어촌 학교 학생의 60~70%가 결손가정이거나 조손가정, 한 부모 가정이다. 이전 학교에서부터 3년 정도 국학기공을 지도하는데 변화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대한국학기공협회에서도 특히 농어촌 결손가정아이에게 혜택을 주면 자라는 청소년이 사회에 기여할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