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자민인성영재학교 교사가 된 지도 벌써 4년이 흘렀다. 처음 아들이 이 학교를 선택하고 나 역시 호기심이 생기고 학교에 대한 궁금증으로 벤자민학교 교사의 문을 두드린 것이 시작의 발판이 되었다.

뇌교육의 가치를 실현하는 1년. 자유학년제 대안학교. 1기부터 현재 5기까지 벤자민인성영재학교 학생들이 5년 동안 활동한 내용이 이번에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 책으로 나왔다. 나는 그 동안의 활동이 뇌에 파노라마 같이 지나가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최경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상담교사 [사진=최경미 상담교사 제공]
최경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상담교사

아들이 벤자민학교에 들어가 철인3종 경기를 도전했던 내용을 읽으며 그날의 생생함이 느껴졌다. 내가 코치가 되어 단백질 위주의 식사 준비, 운동 시간을 함께 짜고 매일 운동 시간을 체크하고 대회 날 목이 터져라 응원한 기억들이 나를 여기까지 이끌어 주었다.

책 속에는 학생 스스로 1년을 계획하면서 도전하고, 국어 영어 수학이 아닌 체험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소개하였다. 자기주도성과 창의성을 갖춘 인성영재가 미래에 멋진 주인공임을 알 수 있는 사례가 많아 좋다.

벤자민학교에서 활동하면서 부모님이나 학생들이 초반에 가장 걱정하고 고민하는 것은 친구 문제이다. 벤자민학교를 선택하여 친구가 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마음이 생기는 것은 학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당연 할 수 있다. 이런 걱정은 학교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하게 된다.

하지만 3월부터 권역별 워크숍과 중앙 워크숍을 하며 전국 벤자민학교 아이들이 만나고 다양한 프로젝트와 지구시민캠프를 통해 지역뿐만 아닌 전국에 있는 벤자민학교 아이들이 교류를 통해 각 지역의 성향, 사투리 등을 이해하며 많은 친구가 생긴다.

벤자민학교 학생들은 꾸준한 국학기공 동아리 활동을 통해 대회와 공연 등을 준비한다. 처음에 아이들의 동작이 잘 안 맞지만 준비하는 과정을 통해서 공동의 목표가 즐겁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기 때문에 무대에 집중하여 팀플레이에 맞추게 된다. 개성 있는 행동들은 보완되고 한 팀으로 모두가 협력하면서 무대 위에서 마음껏 준비할 내용을 표현하며 자신감을 찾는다.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과 학생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사진=최경미 상담교사 제공]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김나옥 교장과 학생들과 함께 한 기념사진 [사진=최경미 상담교사 제공]

일반 학교에서는 특기생들이나 공부 잘하는 아이들이 무대에 많이 서기 때문에 무대 경험이 없고 자신감이 부족한 아이들은 들러리가 되기 쉽다. 때로는 연습은 대충 하고 무대에서 잘하면 되지 하는 아이들도 있다.

벤자민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며칠씩 합숙을 하며 자신들이 선택한 과정을 연습을 통해 무대의 주인공은 “나야 나”를 외치며 스스로에게 책임 있는 행동을 보이며 변하기 시작하였다.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서로 변화를 겪으면서 교과서적인 이야기로 “너는 할 수 있어” 응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 아이의 잠재의식 속에 있는 두려움을 털어 내게 하고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 줄 수 있도록 교사는 신뢰와 믿음으로 기다려 주니 아이에게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올 수밖에 없다.

나는 작년과 올해 두 번 아이들과 ‘사이다’(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 국토대장정을 다녀왔다. 졸업생이 만든 프로젝트로 벤자민학교 전국 아이들 중 30여명이 함께했다. 리더 학생들이 나에게 함께 가자고 했을 때는 고맙기도 했지만 50살을 바라보는 나이인데 아이들 체력을 내가 따라갈 수 있을까, 민폐는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망설였다.

그러나 ‘나도 한계에 도전을 해보자’고 각오하고 동참했다. 13일 동안 학생들과 똑같이 무거운 배낭을 메고 걸으며 텐트에서 자고 코펠에 밥을 해먹으며 밤마다 서로 발가락 물집을 터트려주며 동고동락했다. 나는 작년에는 걷는 중 발톱이 빠져 무척 고생하였는데 올해는 중이염이 심해 고막이 찢어지는 고통이 찾아 왔다. 그러면서도 아이들과 걸으며 고민 상담도 하고 아이들의 생활습관 등을 현장에서 조언해주니 아이들과 더 많은 신뢰와 믿음이 쌓였다. 누구 하나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면서 성장한 아이들은 벤자민학교 지역학습관으로 돌아가서 많은 변화를 보여 나 또한 흐뭇하였다.

아이들은 국토대장정이라는 한계 도전을 통해 스스로 깨닫는 시간을 보냈다. 그날의 목적지에 도착해서 쉬는 게 아니라 다시 텐트치고 각자 빨래하며 쌀을 씻고 반찬을 만들면서 피곤해하였다. 학생들은 집에서 어머니가 퇴근하면 밥이 늦거나 자신들을 안 챙겨 주는 것에 엄청 짜증을 낸 자신의 모습이 떠오른다며 어머니는 직장에서 퇴근하고 다시 집으로 출근했던 게 아닐까 말하기도 한다. 이렇게 집을 떠나온 학생들은 자신을 돌아보며 부모를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국토대장정 중 물 절약을 위해 샤워 시간을 줄이면서 생활 속에 불필요하게 시간을 너무 느슨하게 쓴 것은 아닐까 반성하는 학생도 있다. 공부를 관심이 없기 때문에 장점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던 학생은 국토대장정 기간 중에 밥도 잘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 조원을 깨우며 자신의 장점이 많다는 걸 알게 된다. 땀 냄새가 나도 인상 쓰는 사람 없고 친구가 힘들어하면 서로 응원한다. 공동 물품 나누어 들기 등 체험을 통해 자연과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긍정적인 성격으로 변화, 친구들과의 교류와 소통을 통해 사회적 능력까지 향상된다.

'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라는 의미의 사이다 국토대장정을 마친 벤자민 학생들과 최경미 상담교사 [사진=최경미 상담교사 제공]
'사이좋게 이루자 다함께'라는 의미의 사이다 국토대장정을 마친 벤자민 학생들과 최경미 상담교사 [사진=최경미 상담교사 제공]

아이들은 주입식 교육에 젖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다가 벤자민학교 활동을 통해 자연 속에 들어가 자연이 알려주는 생활 지혜를 알아가면서 스스로 공부하고 배운다. 아이들은 기다려주면 속도는 각자 달라도 모두 각자의 속도에 맞게 성장하는 멋진 모습을 보며 나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성장할 수 있었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어 얼마나 다행이고 희망일까? 인생을 바꾸는 꿈의 1년, 교사와 학생이 같이 꿈꾸는 학교. 벤자민인성영재학교는 아이들 자신에게 믿음과 사랑을 갖고 세상의 환한 빛으로 성장시킨다.

“대한민국에 이런 학교가 있었어?”라는 책에는 학생과 교사가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교사, 학부모뿐 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에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 보도록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