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가 종소리처럼 울려 퍼지면 온 세상 파도는 일시에 꽃이 된다”

서울 인사동 골목 안, 경인미술관에서 열린 원암 장영주 화가의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꽃바다전展’을 찾았다. 장영주 화백은 세계100대화가로 선정되어 중국정부 초대전에 참가한 서양화가로 이번 전시회는 5월 31일부터 6월 6일까지 연다.
 

▲ '아름다운 지구별에서 꽃바다展'을 연 원암 장영주 화백.

전시관 입구 첫 작품 ‘파도 꽃’을 보며 “파도의 하얀 포말이 정말 꽃 같구나”라고 처음 느껴졌다. 그림을 한참 바라보며 그 속으로 들어갔다가 나와 보면 작품 아래 짤막한 시가 한수 적혀 있다. “나는 이 모습을 발견하고 바라보았을 때 이런 느낌이었는데, 너는 어때?”라고 벗에게 의견에 묻는 것 같다. “오! 그래”하고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때로 다시 작품 속 작은 생명체로 눈길이 끌리기도 했다.

‘동행’이라는 작품 에는 삶의 여정 속에 뜻이 맞아 함께 가는 길동무를 향한 마음이, ‘몽유도해도夢遊渡海圖’에서는 오랜 인생을 살아온 통찰이 엿보였다. ‘엄마’라는 작품에서 그에게 푸른 바다를 품은 어머니는 우리 한민족의 시원을 담은 <부도지>에 나타난 마고 어머니와 연결된다. ‘흰 날개’라는 작품 속 “그대의 흰 나래를 펴 봐요. 더 활짝 펴 봐요. 그것 봐요. 얼마나 자랑스러워요”라는 메시지에서 어깨를 토닥이는 격려와 위로가 느껴졌다.

▲ 작품 명 '드디어'"생전 처음, 내 짝을 찾았다" - 그림 속에서 슬쩍 짝을 바라보는 새의 눈빛에 설렘과 즐거움이 담겨 있다.


전시관 1층은 바다와 파도를 중심으로 바닷새, 해녀, 말, 바람 등이 등장한다. 2층으로 이어진 계단부터 펼쳐진 꽃들의 향연, 그리고 생명력이 꿈틀대는 사람의 몸짓을 표현한 크로키 작품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었다.

기자는 “가장 심혈을 기울인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자”고 요청을 했다. 화가에게 작품은 크든 작든 모자라든 깨물면 다 아픈 자식 같을 텐데 참 무식한 요청이었다. 그래도 그는 선뜻 한 작품 앞으로 갔다. “이 그림을 그릴 때 붓이 두 자루나 부러졌다. 이 파도의 역동성을 표현하려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 장영주 화백은 "파도 하나 하나의 역동성을 표현하고 싶어 노력하다 보니 '꽃바다'를 그릴 때는 붓을 두자루나 부러뜨렸다"라고 했다.


그의 초등학교 동창들이 관람을 하고 있어 화가의 어린 시절을 물었다. 여자 동창은 “영락없는 개구쟁이”라고 했고, 남자 동창은 “어릴 때부터 그림솜씨가 남달랐다. 화가를 꿈꾸는 소년”이라고 답했다. 연륜이 묻어나는 그의 얼굴에 순간 순간 개구진 소년의 표정이 떠올랐다. 화가는 “나는 영원한 소년, 피터팬”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의 작품에 등장하는 작은 새와 동물들의 눈길을 가만히 보면 유쾌함과 동심이 드러난다.

- 과수원 나무 밑에 있는 개( 누렁이)를 그린 작품 속에 어릴 때 추억이 엿보인다.

초등학교, 당시는 국민학교였는데 등굣길 과수원을 지키던 누렁이다. 과일 서리를 하려고 친구들과 열심히 수를 내봐도 누렁이가 평소 순하다가도 지킬 때는 무서워서 한 번도 성공을 못했다. (웃음) 조는 듯 마는 듯한 이 눈초리를 그리는데 30분이 넘게 걸렸다.

▲ 화가의 어릴 적 추억이 담긴 작품 '과수원 누렁이'

- 작품에서 유화 외에도 다른 소재가 어우러졌다.

수채화와 아크릴물감 등 소재를 융복합해서 작업을 했다. 동양화 같은 번짐과 유화가 주는 두툼한 질감같은 것을 표현하려면 융복합 방식을 쓸 수밖에 없다.

- 전시회를 찾은 사람들이 무엇을 가져갔으면 하나?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하고 갔으면 한다. 사람이 자연과 하나라는 것도 느끼고 왜 사는가 하는 것을 알고 갔으면 좋겠다.

- 바다, 꽃, 사람 등 전시회 전체적인 배치에 어떤 이유가 있는지.

천지인과 봄, 여름, 가을, 겨울이다. 밝고 아름다운 지구별과 거기서 만난 생명체와 자연을 그림과 글로 담았다.

▲ 인간이 지닌 강렬한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선택한 크로키 기법의 작품들. 장 화백은 "몸짓을 하는 모델과 화가와 말은 없어도 마음과 마음으로 합이 딱 맞았다"고 한다.

- 인물 크로키에서 강렬한 생명력이 느껴진다.

격렬해서 오랫동안 할 수 없는 동작들이다. 1분 안에 다 그려야 한다. 풍광이나 정물화는 오랫동안 시간을 들여 그릴 수 있지만 생명이 있는 사람을 담고자하면 순간적으로 그려야 한다. 모델이 자신을 순간적으로 표현할 때를 잡아내야 하는데 화가와 교감이 딱 맞아 떨어져야 한다.

- 어머니를 해녀로 표현한 작품 속 인물이 화가의 아내분을 많이 닮았다. 어머니를 닮은 분과 결혼을 하신건가.

기자의 눈에도 그렇게 보였나? 나는 어머니를 그리고 있는데 어느 순간 아내를 닮아있더라. 나도 화들짝 놀랐다.(웃음)

- 어머니를 담은 작품은 많은데 아버지를 표현한 것은 단 한점 이다. 이유가 있는지.

어머니 뒤에는 다 아버지가 있는 거다(웃음)

원암 장영주 화가는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젊은 시절에는 미술교사로 교편을 잡기도 했다. 목우회 공모전 대상을 수상하고 대한민국 미술협회 이사를 역임하기도 했으며, 중국정부 초청 세계 100대 화가전에 참가했다. 다수의 국제전과 12회의 개인전을 한 명망있는 화가이다. 한편 1990년대 말 부터는 한민족의 정신유산을 지구인 정신으로 계승 발전시키자는 현대 국학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국학원 교육원장으로 재직하며 수많은 공직자, 기업체 CEO와 직원, 시민들에게 국학교육을 했다. 지금은 한민족의 철학 속에 담긴 깊은 사유와 희망의 메시지를 그림으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