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은 점점 더 더워지고 역대 최대의 인파가 피서차, 관광차 해외로 빠져나간다. 필자도 한반도의 남쪽인 남반구 뉴질랜드를 잠시 다녀왔다. 단순한 관광여행이 아니라 '나를 찾아서'란 주제가 분명한 '명상여행'이었다.  70명이 넘는 여행단이 폭포 옆 바위에 앉아서,  1만 년이 넘게 생성된 숲을 걸으면서,  깊은 산속에서 하늘과 바람을 느끼면서,  오가는 비행기 안에서 6일간의 명상여행을 하였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나는 결국 어떤 죽음을 마지 할까' 라는 화두를 풀거나, 강화하는 것이 '명상여행'이다.

친지들은 북섬보다 남섬이 볼거리가 더 많다고 조언해주었지만 굳이 북섬만 돌아보았다. '명상여행'이란 먹고 마시고 떠들고 연신 사진 찍는 소란한 여행이 아니라 ‘깨달음의 여행’이기 때문이다. 관광지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자기'를 찾아가는 시간과 공간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사람들을 피하지도 않지만 번잡한 곳을 찾아 갈 일도 아니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 뱃속을 그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몇 끼는 굶은 채로 맑은 공기와 기운만을 취하여 내 몸을 비워 진리가 되솟아나도록 한다.

지구의 마지막 청정 지역이라는 뉴질랜드에서 만난 대자연은 실로 경이로웠다. 대자연은 늘 가장 좋은 명상여행의 안내자이지만 '뉴질랜드'는 특별하였다. 전혀 오염 없는 공기와 고소고발사건이 거의 없는 평화로운 문화가 ‘명상여행’에 딱 적합하였다. 거기에 12번에 걸쳐 정교하게 짠 명상여행 프로그램은 누구나 스스로 깨닫기에 충분한 ‘도(道, TAO)’의 여행이었다. 12시간을 날아가 오클랜드 공항에 내리자 훅 끼쳐오는 풀냄새, 흙냄새는 잃어버렸던 생명의 고향 향기로 되살아온다. 다음 찾은 곳은 일만 년 넘게 생성되어 온 ‘와이타카레’ 숲이다. 식물과 동물을 해치지 않고 걷도록  설치한 트랙만 250km에 달하는 방대한 살아 있는 녹색전시장이다. 10미터가 넘는 고사리, 하늘을 찌르듯이 서 있는 수령 2천 년의 거대한 ' 카우리(kauri)’ 나무가 당당하다. ‘숲의 여왕’에 걸맞게 큰 나무, 작은 나무, 양지식물, 음지식물, 곳곳에 누어있는 죽은 나무조차도 생명의 찬가 속에서 영원한 교향곡을 빚어내고 있다. 그곳을 걸으면서 ‘나’ 또한 자연의 일부임을 자연스럽게 발견한다.

 다음은 시내 중심가의 ‘오클랜드 단센터’를 향한다. 지구의 반대편에서 단학 수련법과 문화를 열정적으로 전달하는 두 분의 젊은 여자 원장이 들려주는 진솔하고 감동적인 한민족 문화개척사를 듣는다. 다음 세 시간 반을 달려 휴양지로 유명한 '파이히아'에 있는 뉴질랜드 최초의 ‘하루루 모텔’과 ‘폴 모텔’에 짐을 푼다.

 현지인의 말로 큰 소리라는 ‘하루루’ 폭포는 나이아가라폭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도 있었다. 순간적으로 우리말의 크고 밝다는 뜻의 ‘하’와 큰소리의 ‘우루루’가 합쳐진 것처럼 느껴진다. 먼 여행 끝에 바다로 닿기 위하여 이윽고 폭포가 된 강물과 차로 10분이면 도착하는 ‘디스커버리 해변’의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 하루루 폭포에서. 수채+종이. <그림=원암 장영주>

  강물과 바다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고 각종 물새들이 사람을 피하지 않고 공간을 함께 누리니 더욱 자유롭다. 이곳의 바위에 앉아 깊은 명상에 잠기면 어느덧 폭포소리는 잦아들고 누구나 귀중한 깨달음의 기회가 찾아온다. 마침 ‘하루루 폭포’ 위로 무지개가 비껴 걸리며 환영해 준다. 다음날 오전, ‘마오리족’의 전통문화를 체험한다. 우리가 자주 부르는 "비바람이 치는 바다"로 시작 되는 ‘연가’는 6.25동란에 참가한 뉴질랜드 군인들이 부르던 마오리족의 민요이었다. 마오리 족의 인사법인 ‘홍이(hongi)’는 신기함을 넘어 신비하다. 먼저 두 손으로 악수하듯이 상대방의 맥박을 느끼면서 우리는 같은 생명체라는 감각을 깨운다. 다음엔 코를 맞대고 두 번을 비비면서 당신과 나는 같은 공기를 마시는 형제라는 의미를 공감한다. 동시에 이마의 인당을 마주 대니 ‘당신과 나의 조상들은 하나이고, 과거와 현재, 미래의 꿈을 같이 한다’는 뜻인데 어쩐지 ‘홍익 인사법’ 같다. 실제로 다목적 인사말인 ‘키오라(생큐, 굿, 아름답다)’라고 축복하면서 ‘홍이’를 하면 두 사람은 내부로부터 진실로 급속하게 친밀해진다. 이 발견 또한 훌륭한 깨달음이 아닌가.

다음은 ‘케리케리’로 이동하여 ‘지구시민연합 뉴질랜드지부’가 개척하고 있는 ‘마고홀리데이 파크’를 방문한다. 마고(麻姑, mago)란 한민족의 가장 오래된 역사서인 '부도지(符都誌)'에 나오는 ‘지구 어머니’이다. 이곳의 ‘마고 가든’에서 차로 우려 마시고 약초로도 쓰는 ‘가와가와 나무’ 잎의 향기를 맡으며 대자연과 교감하는 깊은 명상을 한다. 이렇게 꿈인지 생시인지 ‘명상여행’의 시간과 공간이 흘러가고 있다.

 

국학원 상임고문, 한민족역사문화공원 원장, 한민족원로회의원로위원 원암 장영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