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치 혀를 잘못 놀려 패가망신하고,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고 한다. 혀끝에서 나오는 말은 곧 그 말을 한 이의 운명을 실시간으로 가르는 시대가 되었다. SNS의 발달로 정치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뿐 아니라 일반인의 말과 행동이 실시간으로 중계되듯 퍼져나간다. 한 번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 없다. 말은 '마음의 알'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알, 곧 말을 쓰는 것을 '말씀'이라고 한다. 마음은 마(MA)+음(움, Um)이다. ‘마’는 처음이란 뜻이 있고, ‘음(움)’은 움직임이니 마음은 ‘맨 처음 움직인 생각’이다. 그 생각의 핵심인 ‘알’이 ‘말’인 것이다.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는 성경 구절도 있으니 창조주의 마음 파장으로 창조가 이루어졌다는 뜻이다. 말씀의 힘은 흐르고 되돌아오는 속성이 있다.

  교육부 고위 공직자가 "민중을 개, 돼지에 비유하고 자신은 1%의 귀한 계급에 속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취지의 말을 하였다. 뒤늦게 눈물을 보이며 "죽을죄를 지었다" 고 후회하였으나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다. 한 국회의원이 발언 중에 끼어들어 방해하는 상대당 국회의원과 그를 뽑아준 지역구 국민을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 어느 고위 공직자는 자신은 친일파라면서 공공연히 일본 왕을 위한 ‘만세 삼창’을 했다. 어느 도지사는 막말을 일삼는 자신을 향해 물러나라고 단식하는 도의원에게 쓰레기와 개에 비유하는 막말을 해서 또 다시 고발당했다. 실로 용감무쌍한 공직자들이다.

대우조선의 사태에서 지도층의 막무가내 축재와 한 부장 검사의 부정한 재산 모으기로 떠들썩하다. 문제는 당사자들만이 아니라 소위 상위 1%의 신분에게는 나머지 99%의 국민과 다른 마음이 만연한 대한민국이 아닌지 걱정된다.

국민이 걱정해야 할 일이 어디 한두 가지인가? 거기에 용맹무쌍한 공직자들의 도발하는 발언에 소시민의 심장은 조마조마 콩알만 해지고 있다. 말이 곧 인격이고 공직자의 말은 곧바로 국격이기 때문이다. 개개인의 말도 문제이나 언론의 말씀에도 문제가 많다. '추신수 선수'가 한국의 언론보도 태도를 꾸짖었다. 아직 유ㆍ무죄도 판별되지 않은 유망한 선수가 ‘아니면 말고’ 식의 가십성 보도에 난타당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하며 미국 야구계에 진출한 자국 선수를 보호하고 존경하는 일본 매스컴과 기자들의 태도와 비교했다.

그런가 하면 소위 민중의 말은 어떠한가. '내 지역만은 안 된다.'는 님비 현상이 우리사회에 만연되어 있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결사 반대’와 입에 담기 어려운 ‘쌍욕’을 하며 한쪽이 완전히 무릎을 꿇을 때까지 공격한다. 그것이 나라의 운명이 걸려 있다면 문제는 커지고 만다. 제주도의 강경마을 사태를 보라. 성주 사태 또한 판박이가 되어가고 있다. 완충 작용을 해야 할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을 못 하기 때문이다. 누가 ‘말씀의 향기’가 없는 소위 1% 지도자들의 말을 귀담아 듣겠는가. 결국 주민과 국가 모두 상처만 남은 꼴이 되어 간다.
그중에도 언행에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국가의 미래 권력들이다.  '샤드배치' 문제로 나라의 안위가 경각에 달렸음에 여야 없이 두 눈을 부릅뜨고 오직 나라만을 생각해야 한다. 혹 자신이 잘못 가고 있지 않는지 노심초사하면서 전문가 이상의 식견을 쌓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여야 모두 무책임한 말로 표를 의식하여 국민을 선동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혹 경제는 잘못 되어도 일어나면 되지만 안보는 한 번 무너지면 나라의 존망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 일출 수채, 종이. <그림=원암 장영주>

  단군조선 이래 한민족의 생활 속의 진리를 집대성한 ‘참전계경 제 176사 정식(精食)’에는 입을 조심하라는 말씀이 있다. "정식이란 먹는 것을 적당히 하는 것을 말한다. 호랑이가 고기를 먹으려다 함정에 빠지고 물고기가 미끼를 먹으려다가 낚싯줄에 걸리는 것은 그 탐내는 입 때문이다. 입 때문에 몸을 잃으면 영혼이 의지할 곳이 없게 된다. 자신의 몸에 필요한 만큼만 취하고 그 이상의 욕심을 갖지 않는 것을 정식이라 한다." 입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진실로 진실로 잘 써야 할 일이다.
 
지금은 국가적인 위기이다. 처지가 어떻든지 상대를 존경하고 잘 될 것이라는 밝은 마음으로 건강한 말을 쓰자. 모두가 위기 속에서 한마음이 되어 밝아오는 아침 해의 나라를 더욱 당당하게 발전시킬 기회를 창조하자.

 국학원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