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사이 힙합 음악이 한국 대중음악에서 댄스가요 못지않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여전히 힙합에 대한 편견이 있다. 일탈, 폭력, 욕설 등이 난무하는 랩을 들으면서 왠지 어둡고 거칠게만 느껴졌다.

열여덟 현욱이가 지난 3월 경기남부학습관 선생님과 친구들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랩을 했을 때 그 충격은 무척 컸다. 표정도 어둡고 말수도 적은 현욱이가 쓴 가사에는 F로 시작하는 영어 욕이 난무했다. 그랬던 현욱이는 이제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감사함에 대해 가사를 쓴다.

10년 정도 지났지 세 아들을 혼자 키운지
밖에 나가면 표정이 어둡던 나를 친구들이 비웃지
이런 바보 같은 아들을 사랑해주는 사람 어렸을 땐 그 사랑을 몰라 봤어
친구들과 있으니 오지 말라 했어
그 말 한마디에 당신의 가슴에 못을 박고 못 박힌 가슴으로 날 끌어안아 줬어
당신이 주었던 사랑, 믿음, 용서까지 이제 미안하단 말하지 마 내가 행복하게 해줄게

▲ 벤자민인성영재학교 경기남부학습관 송현욱 군

현욱이가 벤자민학교 입학 후 달라지기 시작한 계기는 바로 동아리 활동 덕분이다. 벤자민 경기남부학습관 학생들과 힙합동아리 ‘SWAG(스웩, 힙합 용어)을 결성해 활동하면서부터이다. 일주일에 두 번 친구들과 모여 가사를 쓰고 랩을 하고 공연을 준비한다.

“기존에 다니던 학교에서는 늘 뒤에 빠져 있는 학생이었어요. 여기서는 동아리 리더가 되어 친구들을 이끌어야 하니 어떻게 하면 음악을 즐기면서 모든 멤버들이 각자 잘하는 것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현욱이는 한지공예방에서 12시부터 오후 4시까지 아르바이트를 하는 시간 외에는 오로지 음악 작업만 한다.

“벤자민학교에 입학한 건 정말 잘했다고 생각해요. 아니면 공연 기획이나 힙합 동아리 같은 것을 생각도 못했을 거예요. 벤자민학교에서는 기획하고 공연할 기회가 정말 많아요.”

벤자민학교에서 보낸 날 중 현욱이에게 지난 7월 13일은 특히 잊지 못할 날이다. 바로 '잃어버린 우산'의 가수이자 벤자민학교의 멘토인 우순실 씨를 만난 날이었다. 우순실 멘토는 이날 학생들에게 33년 음악인생에 대한 멘토 강연과 학생들의 노래를 듣고 개별 멘토링을 해주었다.

현욱이는 “음악적으로 경력이 많은 분에게 평가를 받거나 피드백을 받아본 것은 처음이었어요. 지금까지 무대에서 떨거나 긴장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멘토님이 저에게 내면에 부끄러움이 많은 것 같다고 하셨어요. 집에 돌아와서도 그 한마디가 생각이 많이 나서 고치고 싶어 일부러 무대에 많이 서 보려고 노력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 벤자민학교 경기남부학습관 힙합동아리 ‘SWAG' 학생들. 왼쪽부터 백지원, 임영훈, 이유진, 나은선, 송현욱, 이재승, 김정연, 김주영

그리고 이번 9월 벤자민학교 나은선 양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하기로 했다.

“중학교 때 친구를 통해 힙합음악을 접하고 랩을 쓰면서 하고 싶은 말을 하다 보니깐 속 시원한 것이 있었어요. 처음 힙합음악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는 말조차 꺼내지 못할 만큼 소심했었거든요. 벤자민학교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 잘 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고, 몰두할 수 있어서 행복해요.”

현욱이는 힙합동아리 친구들과 앨범과 뮤직비디오를 제작 중이다. 올 연말에는 힙합공연도 할 계획이다.

“원래 개인 앨범을 발매하려고 했는데 동아리 친구들과 함께 앨범을 제작하기로 마음을 바꿨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만든 곡도 1~2곡 넣고, 친구들과 공동으로 작업한 곡도 들어가요. 무엇보다 벤자민학교를 졸업해도 동아리는 계속 운영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