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과 일본의 공식 교류는 통신사(通信使)에 의해 이루어졌다. 조선은 건국 초기부터 일본에 통신사를 보냈다. 조선 국왕이 일본  막부장군(일본국왕으로 칭함)에게 보내는 사절을 통신사, 막부장군이 조선 국왕에게 보내는 사절을 일본 국왕사(日本國王使)라고 하였다.  통신사란 용어는 적례(敵禮)적인 입장의 대등(對等)한 국가간에 신의(信義)를 통(通)하는 사절이라는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임진왜란이 일어난 후고 통신사의 왕래가 단절되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 에도막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조선 왕조는  17세기부터 19세기까지 12차례 통신사를 파견하였다. 이들은 조선왕조 사절단으로, 양국 간 외교와 문화교류에 큰 역할을 수행하였다. 총 400~500명에 이르는 조선통신사는 왕의 친서를 받든 정사(正使)와 부사(副使), 이들을 보좌하는 종사관(從事館) 등 삼사(三使) 외에도 그림을 담당하는 화원(畵員), 음악을 담당하는 악사(樂士), 통역 전문가 역관(譯官) 등 다양한 분야의 수행원이 반드시 동행하였다. 일본인들은 이러한 수행원들을 열렬히 환영하였으며 이들로부터 글과 글씨, 그림 등을 얻기 위해 조선통신사가 머무는 숙소에 구름처럼 모여들었다.

▲ '조태억 초상 趙泰億肖像' 가노 쓰네노부(狩野常信, 1711년경)국립중앙박물관 소장1711년(숙종 37) 파견된 조선통신사 정사 조태억의 초상화이다. “법인고천수필(法印古川叟筆)”이라는 좌측 하단의 낙관에서 가노(狩野)파 화가 쓰네노부의 호(號) ‘고센소(古川叟)’를 확인할 수 있어, 조태억이 조선통신사로 일본에 갔을 당시 일본인 화가가 그린 것임을 알 수 있다.조선 사대부의 모습을 일본인이 그린 흔치 않은 초상화로, 부드러운 옷의 주름과 인물의 자세, 색채 등에서 조선과 일본의 초상화 기법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조선통신사와 동행한 도화서(圖畵署) 출신의 화원들은 많은 그림을 그려 일본에 남겼다. 또한, 조선통신사가 귀국할 때에는 일본으로부터 조선왕실에 바치는 그림을 선물로 받아 오면서 양국 간 회화 교류가 이루어졌다.

▲ 고사인물도 故事人物圖, 신윤복(申潤福, 1811년경)제갈량이 남만국의 왕 맹획(孟獲)을 일곱 번 잡았다 놓아주어 심복으로 만들었다는『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칠종칠금(七縱七擒)’ 고사를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주제를 쓴 우측상단 화제(畵題) 아래에 “조선국의 혜원이 그리다[朝鮮國蕙園寫]”라는묵서가 있어 조선 후기의 대표적 풍속화가 신윤복이 일본에 선물하고자 그린 것을 알 수 있다.이 그림은 1811년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사자관(寫字官)으로 수행한 신윤복의 외가 친척 피종정(皮宗鼎)이 신윤복에게 부탁하여 그려 일본으로 가져간 것으로 보이며, 최근 개인 수집가의 노력으로 국내에 환수되었다. <사진=국립고궁박물관>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김성배)은 조선통신사(朝鮮通信使)를 통해 교류된 그림을 전시하는 '그림으로 본 조선통신사' 테마전시를  14일부터 5월 1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 지하 '왕실의 회화' 전시에서 개최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기획된 이번 테마전시는 조선-일본 간 문화교류의 상징인 조선통신사를 주제로 관련 회화를 통해 양국 문화교류의 역사와 조선왕조의 외교관계를 소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통신사를 통해 오고 간 대표적인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 수하독서도 樹下讀書圖, 이수민(李壽民, 1811년경)국립진주박물관 소장소나무 아래에서 선비가 한가롭게 독서하고 있는 모습을 그린 고사인물도(古事人物圖) 형식의 그림이다.김홍도의 영향을 받은 그림의 선이 눈에 띄며, 한 손을 땅에 짚고 책을 읽는 선비의 모습은 당시 중국의 전형적인 화보풍(畵報風)을 따르고 있다.이수민(1783~1839년)은 1748년(영조24)에 조선통신사 수행 화원으로 일본을 다녀온 이성린(李聖麟, 1718~1777년)의 손자로, 그 역시 1811년 조선통신사를 따라 쓰시마에 다녀왔다. 그림 우측의 “조선국초원(朝鮮國蕉園)”이라는 낙관은 당시 일본 현지인을 위해 그려진 그림이었음을 보여준다.이 그림은 재일교포 두암 김용두 (斗庵金龍斗) 씨가 수집하여 기증했다.

일본인 화가가 1711년(숙종 37) 파견된 조선통신사 정사(正使)인  조태억(趙泰億, 1675~1728년)을 그린 '조태억 초상'을 비롯하여 1811년(순조 11) 조선통신사 파견 때 조선 후기의 대표적 풍속화가 신윤복(申潤福, 1758~?)에게 부탁해 그려 일본으로 가져간 '고사인물도(故事人物圖)', 같은 해에 쓰시마까지 조선통신사를 따라간 도화서 화원 이수민(李壽民, 1783~1839년)이 그린 '수하독서도(樹下讀書圖)'가 전시된다. 또한, 1764년(영조 40)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의 에도막부로부터 진상 받아 온 금병풍 '모란도' 등 총 4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전시유물 중 '고사인물도'와 '수하독서도'는 마지막 조선통신사 파견 때 일본으로 보내져 전해지던 것으로, 구입과 기증을 통해 국내로 들어오게 되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조선통신사를 매개로 한 조선-일본 간 문화교류의 역사를 돌아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문화재의 환수를 위한 노력도 함께 조명하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