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뉴욕발 훈훈한 소식이 지구촌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미국에서 흑인 소년을 내세운 사진 한 장이 미국인들의 기부 본능을 일깨웠다. 흑인 학생 위주인 뉴욕 브루클린의 한 중학교 학생들이 최고 명문인 하버드대학을 견학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운동에 100만 달러 이상의 기부금이 모여 화제가 되고 있다.
이것은 며칠 전에 그것도 지구촌 반대쪽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실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의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국학의 정신이 살아있다. 국학이 우리 역사에서만 비롯된 것이어야 한다는 편견은 버려야 될 때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는 글로벌시대를 넘어 지구촌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국학이 왜 글로벌시대에도 가장 적합한 정신인가? 그것은 그 지향하는 가치에 있다. 바로 홍익이라는 가치이다. 홍익의 가치는 한정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고, 인종과 나라를 뛰어넘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거룩한 본능인 홍익, 그 홍익이라는 본성을 일깨워 준 미국 뉴욕의 일상을 통해 우리의 참다운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 민성욱 박사

인터뷰를 통해 뉴욕 시민의 소소한 일상을 전하는 블로그 ‘뉴욕 사람들’을 운영하는 사진작가 스탠턴은 여느 때처럼 뉴욕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삶과 추억, 목표, 두려움 등을 취재 중이었다. 특히 뉴욕에서도 범죄율이 가장 높고 저소득층이 밀집한 브루클린 브라운스빌에서 만난 한 소년으로부터 큰 감명을 받게 된다. 모트 홀 브리지 중학교에 다니는 그 소년은 ‘인생에서 가장 영향을 끼친 사람이 누구냐?’는 물음에 서슴없이 학교 교장선생님 ‘나디아 로페스’라고 답한다. 같은 질문을 같은 학교 여러 아이들에게 던졌으나 돌아오는 답은 모두 교장 선생님이라는 답이었다. 그래서 스탠턴은 그 이유를 아이들에게 물었다.
 

"교장 선생님은 우리가 잘못했을 때 우리를 정학시키지 않고 교장실로 따로 불러 이 나라가 어떻게 세워졌는지 등을 자상하게 설명했다." 면서 "또 한 번은 우리 모두를 세우더니 학생 한 명 한 명에게 ‘너희는 소중하다.’고 말씀하셨다."고 덧붙였다.
학생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 헌신적으로 행동하는 참 스승을 찾은 스탠턴은 곧장 로페스 교장을 찾아갔다. 지난해 미국 전역에서 촉발된 흑인과 백인의 인종 갈등으로 큰 상처를 받았다는 로페스 교장은 흑인 학생들의 자부심을 키워주는 일에 열성이었다. 로페스 교장은 "비록 지금 저소득 밀집 지역에 살고 있지만, 흑인은 위대한 아프리카 왕과 여왕의 혈통이자 천문학과 수학을 발명한 민족의 일원이고 오랜 기간 인고의 역사를 견뎌왔으며 여전히 이를 극복하는 일원이라는 사실과 성공할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했다.
로페스 교장에게서 영감을 받은 스탠턴은 이 학교 학생들이 성공의 동기를 얻도록 이제 막 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에게 하버드대학에 다녀오게 숙식과 교통비를 지원하는 '아이들을 하버드로 보내자' 운동을 시작했고, 그 결과 이미 목표를 초과하였으며, 단기간 내에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아이들에게 꿈을 심어주고자 기부 운동에 동참하였다고 한다.
미국 뉴욕에서 일어나 미국 전역으로 확산되어 전 세계인의 이목이 집중될 수 있었던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인류가 공유하고 있는 공통적인 가치가 서로 통했고 결국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국학에서 말하는 홍익의 가치가 발현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작 홍익의 가치가 발현되어야 할 우리 교육의 현 주소는 어떤가? 청소년들의 각종 행복지수를 조사해 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이다. 학습능력은 뛰어나지만 행복지수는 왜 낮을까에 대한 답이 우리 역사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 이후 우리 역사처럼 상처가 많은 역사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는 많은 아픔과 슬픔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다. 그것이 역사를 통해 전해지는 과정에서 우리 역사로부터 자부심 보다는 피해의식만 심어준 것이 사실이었다. 이것은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가진 조직적인 역사왜곡과 그것을 그대로 답습한 역사 교육계의 안일한 행태가 자초한 것이었다. 이렇게 우리 스스로 우리 역사를 거부하고 부인할 때 주변국들은 역사를 왜곡하여 기정사실화 했고 영토의 영유권까지 주장하고 나섰던 것이다.
기록은 사람들의 기억을 지배한다. 이것이 바로 역사를 왜곡하고자 하는 자들이 노리는 것이다. 역사를 통해 얻는 것은 알게 모르게 많다. 역사는 과거, 현재, 미래를 하나로 연결시켜 준다. 만약 과거의 역사적 사실이 왜곡되어 현재에 까지 이르고 있다면 사회현상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비전 제시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 동안 몇 몇 선진국들의 사례들을 보면 그들은 보잘 것 없는 역사도 자부심으로 만들어 긍지를 갖게 하는 등 자신감과 긍정적인 사고에 기여를 하고 있다. 이것은 곧 역사가 국민 인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일 것이다.

여기서 국학의 중요성이 부각된다. 특히 역사를 타고 이어져 왔던 국학의 가치를 알게 된다. 우리는 역사를 제대로 알면 자기 정체성이 확립된다고 한다. 왜 그럴까? 자기 자신을 잘 알려면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크게 보면 우리는 지구 중에서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다. 또 그 지구는 우주의 한 부분에 불과하다. 하지만 우리 역사를 통해서 볼 때 그 중심에는 자기 자신이 존재함을 인식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기 자신의 정체성 확립을 위하여 자기 나라를 알아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대한민국을 어떻게 잘 알 수 있는가? 그 답 또한 역사 속에 있다. 역사를 통해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다. 이것은 대한민국을 역사로 풀어낼 수 있다는 말과 서로 통한다.
국학의 관점에서 역사를 이해한다는 것은 역사의 지식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밑바닥에 도도하게 흐르고 있는 정신을 읽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아주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역사를 타고 내려오는 정신과 문화, 이것을 통해 대한민국을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한 분야만 보면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 또 한 시대만 잘라서 봐도 이해가 안 된다. 그저 왜곡되기 십상이다.

시대의 흐름, 즉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체적으로 이해하고,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를 통합적으로 이해해야 된다. 그래서 역사학은 인문학 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학문이다. 역사학은 현 사회현상을 진단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존재한다. 그리고 지극히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미래를 제시하기 때문에 미래학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살다보면 하루에 여러 번 분노가 일어나거나 배신감이 들 때도 있을 것이다. 분노와 배신감의 시작과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역사를 알면 이해가 된다. 이것은 개인이든, 조직이든 경험하는 공통적인 감정과 그것을 통해 축적된 정서는 개인과 조직의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역사는 나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이해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나를 넘어선 나를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고 우리와 대한민국을 알기 위한 국학 메소드인 것이다. 우리를 우리답게 만들어주는 국학 메소드, 특히 역사를 통해 풀어내는 국학 메소드는 역사를 지식적인 측면이 아니라 역사 밑바닥에 흐르는 그 정신을 읽어내고 일체화하는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접할 때 우리와 무관한 일로 분리시키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동화되어 똑같이 느껴 봄으로써 일체화되는 것이다. 이러할 때 우리의 역사는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일 것이고 우리의 정체성은 깨어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