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사를 지내고 굿하기로 한 그 날, 나는 근화와 혁거세 선생과 만나서 래이 Society 회원들과 함께 성주산을 출발하여 순간이동열차를 타고 이동하여 시청역에서 내렸다. 비는 오지 않았다. 날씨가 청명하였다. 굿하기엔 좋은 날씨였다. 

“대통령께서 중대한 결심을 하셨습니다.”
 
한베어 대표가 말하였다.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내가 물었다.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이런 결심을 한 분이 없었지 않습니까?”
“그렇군요.”
 
나의 귀에 멸망을 향하여 달리는 시계 소리가 들렸다. 대통령도 내가 듣는 소리를  듣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대통령 궁 정문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눈에 보이는 사람과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이 명확하게 구분되었다. 정문 근무자는 눈을 뜨고서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보지 못하였다. 직원은 눈에 보이는 사람에게만 출입증을 논아주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인원수가 눈에 보이는 사람들보다 몇 배나 많음에도 불구하고 출입증을 논아주지 못하였다. 비표를 받은 사람들은 비표를 달고 대통령궁 안으로 행진하듯 들어갔다. 갑자기 공중에서 천군이라 불리는 12지에 속한 군인들이 사람의 귀로 감지할 수 없는 높은 주파수의 구령을 붙여대며 궁 안으로 행진해 들어왔다. 1만 명의 대부대가 궁의안팎을 겹겹이 둘러쌌다. 대통령이 본전의 현관에 나와서 기다렸다가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어서 오세요.”
 
대통령이 먼저 인사하였다.
 
“좋은 꿈 꾸셨습니까?”
 
내가 물었다.
 
“선생님만 믿습니다.”
“믿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접견실에서 차 한 잔 하고 시작하시지요.”
 
대통령이 먼저 접견실로 들어갔다. 접견실에 백포를 씌운 식탁이 놓여 있고, 차와 다과가 준비되어 있었다. 분위기가 화기애애和氣靄靄해 졌다. 
 
“차, 드시지요. 오늘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로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차를 마셨다. 대통령이 남쪽 창가로 가서 나를 자기 곁으로 오라고 하였다. 그곳에서 경복궁이 내려다보였다. 궁이 날개를 편 새처럼 앉아 있었다.  
 
“나는 비가 쏟아지던 날 수룡水龍이 하늘로 치솟는 것을 보았습니다. 장관이었어요. 그런데 그것이 꿈처럼 보여서 혼란스러웠습니다.”
 
대통령은 그날 놀랐던 가슴이 아직도 진정이 되지 않은 듯하였다. 
 
“수해를 당했다는 보고는 없었습니까?”
 
그날 나는 사해용왕을 동원하여 수해를 막았으므로 수해를 당한 곳이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생각하였다.
 
“없었습니다.”
“거탑에 대하여 아시지요?”
“네.”
 
“거탑에서 영계인들이 기상을 조작하였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나는 지극히 나직하게 말하였다.
 
“그래요? 무슨 이유로 기상을 조작을 하였을까요?”
“이 나라에 무엇인가 경고를 주기 위해서였을 것입니다.”
“경고요?”
“저는 어제 영계인 대통령에게 호출당하여 거탑에 갔었습니다. 대회의실에서 나는 영계인 대통령의 명령으로 이곳 대통령궁에 대하여 브리핑을 하라는 요구를 받았습니다. 그때 영계인 대통령이 우리 정부에 대하여 우호적인 분이 아닐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거리검 선생님은 제게 우호적이십니다.”
“제가 이 나라의 국민이니까요.”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묻겠습니다. 어떤 경고를 주고자 했을까요?”
“이건 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생각이긴 합니다만, 아무래도……. 획기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국가가 멸망하게 될 것이라는 경고일 것입니다.”
“국가 멸망!”
 
대통령의 낯빛이 변했다.
 
“격암 선생은 국가가 멸망할 때가 되면 성주산에 소 울음소리가 낭자해 진다고 하였습니다. 문제는 거탑이 소 울음소리를 어떻게 우리에게 들려주느냐 하는 것일 것입니다.” 
 
우리는 심각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네?”
“지금 대통령궁 주변은 1만 명의 천군이 와서 지키고 있습니다. 이들을 믿고 직원들을 오늘 필수요원만 빼고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퇴근시켰으면 합니다.”
 
대통령이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반드시 그래야 합니까?”
“사모가 청배하면 마고대신이 강림하실 것입니다. 이때 천기
누설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대통령이 승낙하였다. 대통령은 의전담당비서관에게 지시하여 비상대기 요원만 빼고 다른 직원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퇴근하도록 하라고 지시하였다. 지시를 받은 대부분의 직원들이 대통령궁을 떠났다. 본전 주변에서 극소수의 인원만이 우리를 볼 수 있었다. 대표가 래이 Society 회원들을 사방진四方陣으로 배치하였다. 사방진은 동서남북을 방위하기 위하여 병력을 사각四角의 방진方陣으로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나는 영계인 대통령이 은밀하게 보낸 영계인들이 오늘 돌아가는 상황을 보러 올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나는 내 아우라에 몸을 숨겨 온 신명들을 아우라 밖으로 불러내었다. 나는 그분들이 의자에 앉도록 해 주었다.  (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