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을 하기로 한 날 하루 전 날 오전에 나는 거탑으로부터 그날 16시에 영계인 대통령실에 출두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무슨 이유로 출두하라는 것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출두하자 영계인 대통령의 의전 담당관은 나를 데리고 대접견실로 보이는 방으로 갔다. 

그 방에 불이 켜있었고, 탁자들이 타원형으로 놓여 있었고, 10여 명의 영계인들이 누군가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래이 Society 한 베어 대표가 나보다 먼저 와서 별도로 아직 입장하지 않은 영계인 대통령 앞쪽의 가운데 놓인 의자 뒤 오른편에 놓인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의 곁에 빈 의자가 놓여 있었다. 의전담당관이 나를 빈 의자에 앉혔다. 아무도 말하는 사람이 없어서 방의 분위기가 침묵에 가라앉아 있었다. 무엇인가 회의하기 위하여 책임자 급의 영계인들이 모여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영계인 대통령이 나타나 빈자리에 앉았다. 모두 그에게 경례하였다. 
 
“거리검 대사는 최근에 이 나라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하시오.”
 
사회자가 내게 말하였다. 나는 무엇인가 보고하라고 지시를 받은 바 없었다. 사회자의 지시대로 마이크 앞에 섰지만 무엇을 보고해야 할지 아는 것이 없었다. 
 
“제목을 정해 주시면 제목에 관련된 보고를 하겠습니다.” 
 
나는 그 말 밖에 다른 말은 할 말이 없었다. 
 
“지옥地獄에 관하여 보고하시오.”
 
나는 어이가 없었다. 
 
“무엇을 망설이는 것이요?”
 
사회자가 나를 책망하였다. 이때 내 귀에 나의 아우라에 몸을 감추고 계신 감응신령 쿼크의 목소리가 들렸다. 
 
“천당과 지옥에 관하여 말하면 될 것이다.”
 
나는 미궁에 빠져든 느낌이 들었다. 그때 나의 머리에 번개처럼 지나가는 것이 있었다. 천당이라면 거두절미去頭截尾하고 쓴 말이라 전체를 복원할 필요가 있었다. 청수청소마고성해혹복본당天水淸掃麻姑城解惑復本堂으로 복원이 되었다. 사람이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 그곳이다. 마고대신이 해혹복본하라고 환궁을 통하여 명령했으니 그리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옥은 지구감옥地球監獄이라는 뜻으로 복원이 된다. 나는 순식간에 떠오른 이런 말들로 천당과 지옥을 설명하였다. 
 
“그대가 지금 설명한 것이 천당과 지옥의 실체라는 말인가?”
 
영계인 대통령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이 사람이 한 말이 맞소?”
 
영계인 대통령이 참석자들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참석자들이 이구동성異口同聲으로 대답하였다. 
 
“좋소. 접수하겠소. 그러나 오늘 내가 받아야 할 보고는 천당과 지옥이 아니지 않소?”
“천당과 지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가를 확인하기 위하여 질문했습니다.”
“알았소. 다음으로 넘어가시오.”
 
영계인 대통령이 사회자에게서 눈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대통령궁에 관련된 것을 보고하시오.”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말하였다. 나는 대통령궁에서 대통령과 면담했던 상황을 보고하였다. 그 외에 더 할 말이 없었다. 
 
“다른 것도 보고하시오.”
“살풀이와 고풀이 굿을 하기로 하였는데 굿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오는 대로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는 보고를 끝냈다.
 
“한 베어 대표도 보고하시오.”
 
의전담당관이 한 베어 대표를 지목하였다. 
 
“제가 보고할 것은 대통령궁 경호경비에 관한 것입니다. 사신도四神圖의 배열에 따라, 회원 7명을 동쪽의 청룡에 배속하고, 회원 7명을 서쪽의 백호에 배속하고, 회원 7명을 남쪽의 주작에 배속하고, 회원 7명을 북쪽의 현무에 배속하기로 하였습니다. 또한 사해용왕을 각 방위에 배치하였습니다. 이만하면 대통령궁에서 부정을 몰아낼 때 부정을 만들어내는 잡귀들을 몰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내가 굿청에 참석해도 되겠는가?”
 
영계인 대통령이 내게 물었다.
 
“지상의 대통령에게 윤허를 받은 후에 보고 드리겠습니다.”
 
나는 내가 임의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므로 그렇게 대답하였다. 회의가 끝났다. 굿을 하는 날 나는 오전 일찍 성주산역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도보로 행진하여 귀문관을 통과하였다. 순간이동열차가 미리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경복궁역으로 가는 열차였다. 우리는 승차하였다. 매달 수요일에 민족원로회의에서 포럼을 여는 예인 홀이 보이는 출구에서 하차하였다. 지상으로 올라오니, 출입구에 포럼이 열린다는 안내문이  벽에 붙어 있었다. 
 
▲ 영가靈加들은 자기가 태어난 12간지에 자동으로 배속된다. 누가 배속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천군天軍 배속이라 한다.
 
“거리검은 광화문에 가서  주변의 동태를 살피고 적절한 조치를 하고 와.”
 
감응신령이 내게 지시하였다. 백호가 내게 등을 대었다. 자기의 등에 올라타기를 기다리는 행동이었다. 나는 백호의 등에 올라탔다. 백호는 광화문 앞거리를 달리기 시작하였다. 인간들은 아무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하였다. 다만 무생물로 서있는 건물의 쿼크, 동상의 쿼크, 광화문을 통과하는 차량의 쿼크들만이 쿼크끼리의 교감을 통하여 이 사실을 감지하였다. 인간이 사는 곳이 지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고가 인간을 지구로 추방하였을 때 당시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1만 2천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르고 나니 인간들이 지구가 지옥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렸다.   
 
“내리시오.”
 
백호가 뛰기를 멈추고 말하였다. 백호가 멈춘 곳이 이순신 장군 동장 앞이었다. 이순신 장군의 동상이 눈을 부릅뜨고 지상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여기가 지옥이니라…….하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고했어.”
 
이순신장군 동상 쿼크가 높이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말하였다. 내가 포럼에 참석하기 위하여 자주 이순신장군 동상 앞을 통과했지만 이순신장군 동상쿼크가 내게 말을 걸어 온 것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동상 앞에 놓인 철갑선인 거북선이 출동하기 위하여 시동을 걸고 있었다. 
 
“이순신장군께서 저를 부르셨습니까? 무슨 이유입니까?”
“내가 입고 있는 갑주가 너무 무겁고 시대에도 맞지 않는다. 이 갑주를 벗기고 방탄복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느냐?”
 
정유재란 때 방탄복이 있었다면, 이순신 장군이 왜군 수병이 쏜 조총에 맞아 전사하지 않았을 것이다. 
 
“방탄복으로 갈아입혀 드리겠습니다.”
 
그 일이 가능할지 가능하지 않을지 알 수 없지만 일단 대답부터 하였다.
 
“네가 내가 왜구의 총에 맞은 자리를 검진해 보아라. 몸이 썩어 들어가는 느
낌이 들어서 참지 못하겠다.”
“정기적으로 군의관을 파견하면 되겠습니까?”
 
이러한 말도 장담할 수 없는 말이었다.
 
“되지.”
“이곳을 출입금지구역으로 만들 수 없느냐?”
“어디가 불편하십니까?”
“이상한 자들이 와서 시도 때도 없이 떠들어대어서 머리가 아프다.”
“그들을 유치장에 잡아넣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경찰이 허약해서 이 약속도 지켜질지 지켜지지 않을지 의문이었다. 
 
“알았다. 출동해야 하니까 남은 말은 다음에 하자.”
 
이순신 장군이 더 나를 힘들게 하지 않을 모양이다. 거북선이 발진한다. 어디로 가려는지 알 수 없다. 
 
“경복궁 안에 있는 자체발화 화장터에 가봅시다.”
 
백호가 말한다. 
 
“그 화장터가 어디에 있어?”
“신무문 뒤에. 근처에 명성황후 조난지가 있더군.”
 
우리는 경복궁 안으로 들어갔다. 죽은 사람들의 영체로 보이는 유령들이 왕궁을 지키고 있었다. 을미사변 때 건청궁을 지키던 별감과 시위들이었다. 궁녀들이 어디로 가는지 자진걸음을 치고 있었다. 명성황후를 화장시켰을 자리에서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백호! 저기가 명성황후의 조난지가 맞나?”
“음. 맞아.”
 
조난지에 어둠이 깔려 있었다. 빛을 거부하는 어둠이었다. 그것은 슬픔과 분노처럼 생각이 들었다. 빛은 자체발화로 불타고 있는 시신이 뿜어내는 불길에서 퍼져 밖으로 나오는 차가운 빛이었다. 
 
“그런데 누구를 화장하는 것이야?”
“확인해 보아야지.”
 
우리는 명성황후 조난지를 향하여 다가갔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소?”
 
내가 시위대 대원에게 물었다.
 
“보시다시피 감응신령의 명령으로 홍익을 배반한 자들을 잡아다가 화형에 처하고 있소.”
 
시위대 책임자가 대답하였다.
 
“감응신령이 누구요?”
“그야 홍별감이지.”
“홍익이 무엇이요?”
“대통령궁에서 곧 굿을 한다는데 홍별감에게 가서 물어보시오.”
“그러면 되겠군.”
“보아하니 산 사람처럼 보이는데 왜 죽은 사람이 하는 이런 일에 관심을 갖는 거요?”
“살다 보니 그렇게 되었소.”
“배반자들이 또 와야 할 텐데……. 너무 늦는군...”
 
▲ 백악산이 있는 광화문 주변. (왼쪽) 2014년대, (가운데) 1900년대, (오른쪽) 1930년대의 사진이다.
 
시위대 책임자가 중얼거렸다. 나는 백호의 등에 타기 위하여 사방을 둘러보았지만 백호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귀기가 넘치고 있었다. 경복궁 밖에서 백호가 어흥! 어흥! 하고 포효하는 소리가 고막을 찢을 듯이 크게 들려왔다.  한동안 기다리고 있으려니까 백호가 한 무리의 인간들을 몰고 나타났다. 백호는 그가 몰고 온 인간들을 자체발화 화장터로 몰아넣었다. 그러자 화약에 불이 붙듯이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그들은 순식간에 쿼크조차 남기지 못하고 불길에 사라졌다. 나는 이상스럽게도 당뇨병 환자처럼 몸이 지쳐 있었다. 날이 밝아 오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리고 있었다. 액정판을 보니 근화의 이름이 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너무 일찍 전화 걸어 미안합니다. 선생님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어서 전화 걸었습니다.” 
 
대화가 길어지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저는 이번 굿에서 살과 고를 풀어드려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선생님의 생각은 어떠세요?”
“풀어드려야지.”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무슨 문제?”
“삼성대왕 가사가 너무 짧아요. 좀 더 길게 부를 수 없을까요?”
“반복해서 부르면 되지 않아? 그러면 괜찮을 텐데.”
“대통령을 모시고 하는데 너무 성의가 없어 보이지 않아요?”
“근화의 생각이 그렇다면 다른 데 있는 무가에서 찾아보아야지.”
“찾아보아 주세요.”
“지노귀굿에 나오는 사자삼성使者三聖이 있기는 한데.”
“그 사자는 저승사자예요.”
“삼성으로 보면 삼성이야.”
‘알겠습니다. 고려 무가의 삼성과 지노귀굿의 삼성이 같은 삼성인지 아닌지 기도해보면 알겠군요.”
“좋은 생각이야.” 
“기도해 보고 결과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나와 근화가 할 수 있는 일이 바로 이런 일이었다. 우리는 서로 떨어져 있을 때 무가로 소통하였다. 나는 근화와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꺼내어 내 무가 저장고를 검색하였다. 나는 문서들을 들추어 보기 시작하였다. 서울의 지노귀굿(죽은 사람의 쿼크를 저승사자들이 와서 저승으로 데려가는 굿) 사설을 검색하여 사자삼성에 대하여 추가로 더 찾아보자는 것이었다. 곧 사자삼성이 기록된 옛 문서를 찾을 수 있었다. 다음과 같은 사설들이 검색되었다. 
 
1. 뜬 대왕(망자亡者, 쿼크 홀로그램이 된 대왕님) 
2. 중디청배(7자7치 무명으로 자른 중대中帶를 풀어 도살풀이를 하며 청하는 굿) 
3. 아린 말명(죽은 사람의 쿼크 홀로그램) 
4. 사자삼성(저승사자로 온 삼성)
5. 말미(말미末微, 우주의 맨 끝에 있는 별, 일곱 번째 별) 
6. 넋청(혼청魂請, 굿을 하며 부르는 쿼크 홀로그램) 
7. 뒷 영실(뒤로 쳐진 젊은 죽은 여자) 
8. 넋(쿼크 홀로그램) 
9. 진오기 뒷전(망자 굿 마침) 
 
삼성이 나오는 ‘4번 사자삼성’의 사설은 다음과 같다.
         
아 삼성/만신 몸주/대신 삼성
아린 삼성/쓰린 삼성/가지고도 피진 삼성
업어내고 모셔내다
열시왕에 사자삼성使者三聖
 
사자삼성을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무당은 부채질로 팔풍을 일으켜 삼성이 바람에 업혀 오시게 한다. 
삼성이 사자의 임무가 끝나면 바람의 등에 업혀 드려 오신 곳으로 내모신다. 
망자가 수명이 다하여 죽는다. 
삼성은 열시왕의 사자가 되어 망자를 저승으로 모셔간다. 
삼성은 지노귀굿을 하는 만신의 몸주가 된다. 
삼성은 무당의 몸에 들어가 망자를 저승으로 모셔가는 의식을 행한다. 
삼성은 망자의 아린 삼성, 쓰린 삼성, 피진 삼성이 된다. 
 
천하로는 천축天竺사자/지하로는 지국地國사자
우두나찰牛頭羅刹/마두馬頭사자
마두나찰馬頭羅刹/우두牛頭사자
최판관(사망판결을 내리는 판관)에 낙랑사자
제석궁의 모란(제석궁울 상징하는 꽃)사자
목더리는 강림(저승으로 가는 길목에 북극오성에서 강림하는)사자
 
삼성은 변화가 무쌍한 분들이라 세상에 오실 때 천축사자가 되고, 지하에 가실 때 지국사자가 된다. 삼성은 우두나찰(쇠머리 감투를 쓰고 사자를 체포하러 오는 사자)이 되어 오기도 하고, 마두사자(말머리 감투를 쓰고 사자를 체포하러 오는 사자)가 되어 오기도 한다. 또한 마두나찰이 되어 오기도 하고, 우두사자가 되어 오기도 한다. 우두나찰은 조선시대 우가牛加의 영가를 담당한 저승사자이다. 마두나찰은 조선시대 마가馬加의 영가를 담당한 저승사자이다. 우두사자는 신농처럼 쇠머리를 하고 우가에 온 저승사자이다. 마두사자는 중여곤처럼 말머리를 하고 마가에 온 저승사자이다. 최판관은 사망을 판정하는 분으로 낙낭이라는 곳에서 사자로 온 분이다. 또 제석궁에서 온 모란의 사자이기도 하다. 길목에서 낚아채 가기 위하여 지키는 강림사자가 되기도 한다. 이들을 모두 합하여 일곱 사자라 한다. 삼성은 누군가 죽는다는 연락을 받는다. 삼성은 죽은 사람의 상태를 몸을 울리는 감응으로 알게 된다. 삼성은 몸이 아린 망자에게는 아린 삼성이 되고, 마음이 쓰린 망자에게는 쓰린 삼성이 되고, 피 흘리고 죽은 망자에게는 피진 삼성이 된다. 삼성은 망자를 저승의 열시왕에게 데려다 준다. 그렇게 하는 일이 삼성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하는 일이 나찰이 하는 일이므로 나찰이라 불리기도 한다. 나찰은 불교에서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귀신이라는데, 삼성을 나찰과 결부시킨 것은 삼성에 대하여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역사공부를 하지 않은 탓이다. 삼성이 어떤 분인가? 고려 무가 삼성대왕은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 (왼쪽) 경복궁 후원에 있는 명성황후 조난지遭難址와 (오른쪽) 을미사변 때의 명성황후 국상國喪. 명성황후 조난지는 왜귀가 명성황후를 난자하여 시신을 불태웠다고 알려진 곳이다.
 
삼성대왕
질병 가져가실까 삼성대왕액운 앗아가실까 삼성대왕질병과 액운이 있을 진대질병 액운을 없애 주소서앞 다리 끝 다리 삼성대왕앞 다리 끝 다리 삼성대왕내려와 있을진대
 
삼성대왕에서 삼성을 질병과 액운을 없애주는 분이라 하는데, 사자삼성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삼성대왕 비빔밥
(무당이 사자상死者床에 차린 음식을 그릇에 담아 들고)
몸이 아린 삼성대왕에 마음이 쓰린 삼성대왕이 아니시랴
망자가 숨지자 넋 살리려 애를 먹은 삼성대왕 
업어내고 모셔내던 열시왕의 사자 삼성대왕이 아니시리
절에 가면 부처님보다 신중님(신참 중)이 더 무섭다고
천제보다 더 무서운 삼성대왕님이요
삼성대왕님이 
적색 대왕(적제赤帝 한인천제), 
청색 대왕(청제靑帝 한웅천왕), 
흑색 대왕(흑제黑帝 단군왕검)
으로 오실 적에 
앉았다 가고, 섰다 가고, 벼락으로 가는 것은
삼성대왕이 벼락으로 쳐서 그런 것이니 무서워하지 마시오
삼성대왕 비빔밥을 사시오 사요~
이것을 사면은 불로장생不老長生하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하는 비빔밥이요
(안사요)
안 산다면 할 수 없지
오늘 이 정성에 망자님 천도遷度하러 삼성대왕님이 
문전에 사자진死者陣 군웅진軍雄陣 
상문진喪門陣 중복진重複陣 
귀신군대鬼神軍隊 다 걷어가고 제쳐 가리다
(사자진, 상문진 벗기고 뒷전을 한다)
 
이상의 사자삼성 사설을 고려 무가 「삼성대왕」과 연결하면 「삼성대왕 무가」와 「사자삼성 무가」가 서로 뜻이 통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삼성대왕이 병을 가져가 주고 액운을 뺏어가 준다고 해도 죽음은 피할 수 없는 법, 죽음이 임박했을 때, 삼성이 무슨 일을 하는가를 기술한 것이다. 그러므로 두 가사를 하나로 합친다고 해도 괜찮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두 사설을 합쳐 보기로 한다.  
 
삼성대왕
(망자 살아 있을 때)
질병 가져가실까 삼성대왕액운 앗아가실까 삼성대왕질병과 액운이 있을 진대질병 액운을 없애 주소서앞다리 끝 다리 삼성대왕앞다리 끝 다리 삼성대왕내려와 있을진대
(망자가 죽었을 때)
아 삼성대왕
만신 몸주 삼성대왕
상처가 아린 삼성대왕
마음이 쓰린 삼성대왕
가지고도 피진 삼성대왕
업어내고 모셔내다 
열시왕에 사자 삼성대왕
천하로는 천축사자
지하로는 지국사자
우두나찰 마두사자
마두나찰 우두사자
최판관에 낙낭사자
제석궁의 모란사자
목더리는 강림사자
(무당이 사자상死者床에 차린 음식을 그릇에 담아 들고)
몸이 아린 삼성대왕에 
마음이 쓰린 삼성대왕이 아니시랴
망자가 숨지자 넋 살리려 애를 먹은 삼성대왕 
업어내고 모셔내던 열시왕의 사자 
삼성대왕이 아니시리
절에 가면 부처님보다 신중님(신출내기 중)이 더 무섭다고
천제보다 더 무서운 삼성대왕님이요
삼성대왕님이 적색 대왕(적제, 한인천제), 
청색 대왕(청제, 단군왕검), 
흑색 대왕(흑제, 한웅천왕)으로 오실 적에 
앉았다 가고 섰다 가고 
벼락으로 가는 것은
삼성대왕이 벼락으로 쳐서 그런 것이니 
무서워하지 마시오
삼성대왕 비빔밥을 사시오 사요~
이것을 사면은 불로장생不老長生하고 
무병장수無病長壽하는 비빔밥이요
(안사요)
안 산다면 할 수 없지
오늘 이 정성에 망자님 천도遷度하러 삼성대왕님이 
문전에 사자진死者陣 군웅진軍雄陣 
상문진喪門陣 중복진重複陣 
귀신군대鬼神軍隊 다 걷어가고 제쳐 가리다
(사자진, 상문진 벗기고 뒷전을 한다)
 
나는 정리한 삼성대왕 사설을 근화에게 문자로 보냈다. 근화로부터 잘 받았다고 문자가 왔다. 근화는 앞으로 이 사설을 쓰겠다고 하였다. 
 
“이제 고를 다 지었습니다. 고풀이하면 되겠습니다.” 
 
저녁 무렵에 또 위와 같은 문자가 왔다.
 
“청동팔주령을 근화 씨에게 영원히 줄 것이니 악사는 대동하지 말아요. 청동팔주령의 울림과 근화 씨의 사설만 있으면 될 테니까.”
 
이제부터 청동팔주령은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그런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의 흰 한복을 준비했습니다. 그날 흰옷을 입으세요.”
 
근화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계속)
 
 
▲ 소설가 노중평
 
1985년 한국문인협회 ‘월간문학’에 단편소설 <정선아리랑>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천지신명>, <사라진 역사 1만년>, <마고의 세계> 등 30여 권을 저술했다. 국가로부터 옥조근정훈장, 근정포장, 대통령 표창장 등을 받았다. 현재 한국문인협회원, 한민족단체연합 공동고문, 한민족원로회원으로 활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