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개인 토요일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전쟁과 잘 어울리지 않는 화창한 하늘이 고맙다. 11월 29일의 (사)우리역사바로알기 현장학습은 전쟁기념관이다. 전쟁을 겪어보지 않아 그게 얼마나 비참한 것인지 실감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강사들 대부분이 전쟁에 관해 알아보는 날이다. 과연 어린 아이들이 전쟁에 관해서 어떤 것을 느끼게 될까 궁금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활동을 시작한다.

▲ 전쟁기념관은 우리나라의 아픈 전쟁사를 보여준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1994년 개관한 전쟁기념관은 우리나라 역대 수많은 전쟁에 관련 자료를 시대별로 전시하고, 국가를 지킨 선열의 호국정신과 위업을 기리는 홍보와 교육을 한다. 우리는 전쟁역사실과, 6·25전쟁실 그리고 호국추모실을 돌아보기로 한다.

▲ 학생들은 거북선 앞에서 이순신 장군의 지혜와 수군들의 노력을 배웠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7~8세 어린이들로 이루어진 1조는 먼저 1층 거북선이 전시된 곳으로 가서 임진왜란과 이순신장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 조선시대 수군의 대표 전투선은 배 밑바닥이 평평한 판옥선이다. 판옥선 갑판 위에 뚜껑을 씌운 뒤 나무판을 덮고 송곳과 칼을 꽂아 적병이 못 뛰어오르도록 만든 배가 바로 귀선(龜船)이라고도 불리는 거북선이다. 거북선을 모르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거북선의 밑바닥의 생김새나 내부의 구조를 직접 보기 전에 알고 있는 아이도 없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아이들은 안에 들어가서 노도 저어보고, 화포를 쏘아보고 싶다고 얘기한다. 거북선이 처음 등장한 사천해전도, 이순신 장군의 학익진 전법도 새롭게 알아간다.

▲ 현장학습에 동행한 학부모들도 모르는 역사 이야기를 들으며 함께 나라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전쟁역사실로 들어가 수많은 무기와 군사 자료를 접한다. 성벽에 고정시켜 멀리까지 강하게 화살을 쏠 수 있는 쇠뇌, 구름처럼 높아 성벽 안으로 들어갈 수 있게 도와주는 사닥다리 운제, 화살 100발을 동시에 발사할 수 있는 신기한 신기전, 일본군들이 폭탄인줄 모르고 주위에 몰려들어 구경하다가 터져버린 비격진천뢰, 크기가 서로 다른 여러 가지 총통을 보며 아이들은 책이나 영화에서만 접했던 무기들을 진짜 우리 조상들이 썼다는 사실에 놀라고 의아해한다. 크기가 큰 철환이 화포에서 발사되어 내 앞으로 날아오고 있다고 상상하고 행동해보자 이야기하니 아이들은 하나같이 놀라 피하는 연기를 한다. 진짜 내 앞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면 참 싫을 것 같다고 한다.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면서도 이름을 까먹어 자꾸 묻던 무기는 마름쇠이다. 도둑이나 적이 다니는 길목이나 진지에 뿌려두면 발에 찔려 걸어 다닐 수가 없고, 적의 말발에도 찔리면 말이 달릴 수가 없다. 영화에서 차바퀴의 바람이 빠지도록 설치한 것을 보았다고 한 아이가 말한다. 옛것을 익히면서 현재 우리의 것을 연결시키는 재능이 아이들에게는 있다. 내가 해설을 하면서 아이들에게 배우는 것을 느낀다.

전쟁에 관해 알고 나서 호국추모실에 들어가니 아이들이 사뭇 진지해진다. 한 아이는 참전용사였던 증조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묵념했다고 한다. 이곳에 들어오니 왠지 기분이 이상해진다는 아이도 있다. 길지 않은 시간동안 아이들은 전쟁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 점심 시간에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이 뇌체조로 몸과 뇌를 풀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예쁜 햇살이 비치는 평화광장에서 점심으로 맛있는 토스트를 먹고, 아이들과 학부모, 강사가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눈다. 자주 참여하여 얼굴이 익은 아이들과 새로 참여하여 아직은 어리둥절한 아이들 모두 즐겁게 손유희와 뇌체조를 함께 한다. 이제는 강사보다 더 잘 하는 아이들이 참 사랑스럽다.

▲ 현장학습 참가 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쳤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오후에는 6·25전쟁실을 둘러본다. 힘들고 아픈 전쟁의 참상을 느끼기 위해 먼저 실감영상실에서 4D 체험을 한다. 또 다른 전쟁이라고 불리는 추위를 이기는 것이 전쟁만큼 힘들었음을 느끼도록 찬바람이 불고 눈도 내린다. 잔뜩 겁을 먹은 아이들이 내 손에 땀이 차도록 꼭 잡는다. 우리는 가짜로 체험을 해 보는 것에도 이렇게 두려운데 진짜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은 어땠을까? 아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이 그때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한다.

▲ 고통스런 피난길을 통해 아이들은 전쟁의 참상을 어렴픗이 느껴본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우리나라 지도를 보며 한강다리가 폭파된 서울을 뺏기고 다시 찾은 이야기를 해주자, 한 아이가 옛날에는 전쟁했던 서울에 지금은 전쟁 없이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말을 한다. 1조 여자아이들은 6·25전쟁실을 그만 보면 안 되냐고 묻기도 한다. 자꾸 두려운 마음이 들어서 그렇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그 당시 전쟁을 치르는 군사들도 그랬다고 하니 많이 놀란다. 1조 아이들 모두가 전쟁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고, 모두 가족과 헤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 전사자 비 앞에서 명단을 본 아이들은 "이렇게 많이 죽었어요"라며 놀라워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야외에 전시된 비행기, 전차, 배를 보러 가는 길목 기념관의 수많은 기둥에는 6·25 전쟁에서 전사한 이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너무 많아서 셀 수도 없는 명단 앞에서 아이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건물의 반대편에도 그만큼 더 있다는 것을 알고는 이내 말을 잃는다. 그 앞에서 아이들은 또 한번 의견을 통일한다. 전쟁이 다시 또 일어나면 안돼요, 절대 안돼요.

▲ 야외에 전시된 무기를 보며 학생들은 우리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현장학습을 마무리하는 퀴즈와 나눔을 하고 아쉬운 이별을 한다. 1조 아이들과 한 명 한 명 꼭 안아 인사하면서 친구나 형제와도 전쟁하지 말자고 약속을 한다.

▲ 현장학습에서 배운 역사를 확인하기 위한 문제를 학생들이 열심히 풀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어려운 내용을 배우면서 아이들이 전쟁은 다시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돌아간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누구도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전쟁, 이젠 멀리 가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