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을 마무리하는 (사)우리역사바로알기의 마지막 현장학습 장소는 올해 한글날 개관한 국립한글박물관이다. 갈수록 더해가는 강추위의 겨울 날,   실내학습이라 참 다행이다. 매주 토요일 현장학습이 잠시 겨울잠을 자기 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주제가 한글이라는 것이 더욱 의미가 깊다. 우리나라 사람으로서 한글과 무관한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그럼에도 소중함을 깊이 느끼지 못하는 한글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 가득하다.

▲ 올 한글날 개관한 한글박물관에서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이 강사의 해설을 진지하게 듣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의 독창성과 과학성을 직접 느끼고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한글의 창제 원리와 확산 과정을 알아보고, 한글을 만드신 세종대왕에 감사하며, 한글의 소중함을 체화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해볼 수 있다.

아직 한글을 다 떼지 못한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1조는 먼저 한글 창제  영상을 보았다. 무지한 백성이 도에 어긋난 일을 하지 않도록, 또 억울한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배워야 하고, 글이 쉬워야 배움이 가능하다고 여긴 세종은 쉬운 글자를 만드는 비밀작전을 실행하고 완성하여 신하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반포한다. "이 이야기가 정말 있었던 진짜예요?" 하고 묻던 아이는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이어서 아이들과 한글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한글을 더욱 알아간다.

▲ 한글박물관에서 학생들이 한글을 창제한 이야기를 듣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아직 한글을 삐뚤빼뚤 쓰는 아이들은 이내, 한글의 옛 이름은 훈민정음이고, 그 뜻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한글에 대한 설명을 적은 책 이름은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을 반포했던 한글날은 10월 9일이라는 사실을 줄줄 읊을 수 있게 된다.

한글 없이 자기 이름을 적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느끼며 자리를 옮긴 곳은 한글놀이터 공간이다. 자음과 모음의 생김새, 한글을 발음할 때의 입모양, 기본자음 ㄱ ㄴ ㅁ ㅅ ㅇ 에서 생겨난 가족글자, 노래를 통해 알아본 모음 글자의 천지인 원리, 밝은 소리와 어두운 소리의 차이, 거울을 보며 나의 몸을 이용해 써보는 한글의 생김새 등을 여러 가지 재미있는 설치물과 체험을 통해 즐겁게 알아보았다. 나아가서 이런 한글을 예쁘게 행복하게 전하는 말을 많이 해보고, 아름답게 꾸미고 사용할 것을 다짐한다. 

 한글로 쓰인 최초의 소설 '홍길동전'의 공간에서 땀 흘려 뛰고 미끄럼틀에서 내려오면서 즐겁게 체험하였다.

▲ 학생들이 집현전 학자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박물관의 바로 옆 한글나눔마당에서 맛있는 토스트를 먹는 점심시간이다. 관람객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공간에서 따뜻하게 휴식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역시 아이들은 추위도 모른다. 찬바람이 부는 날이지만 많은 아이들이 밖으로 나가서 자연 속에서 뛰어 논다. 그 모습을 보는 어른들은 흐뭇하게 웃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기도 한다.

▲ 학생들은 훈민정음을 만든 뜻을 알고 바른 말을 쓸 것을 다짐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오후 시간에 2층 상설전시실 ‘한글이 걸어온 길‘을 둘러본다. 훈민정음 어제 서문이 새겨져 있는 입구에서 세종의 마음을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보기도 하고, 지금의 한글과 다른 점을 찾아보기도 한다. 간송 전형필 선생이 기와집 10채 가격을 주고 사들여 지켜낸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며 감동을 하고, 이 책이 바로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임을 기억하기로 한다. 진본은 간송미술관에 있다고 하니 그곳에 가서 꼭 진짜를 보고 싶다는 아이도 있다.

▲ 한글 관련 전시 작품에서 학생들이 재미있는 단어를 찾아보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석봉천자문과 여러 한글 언해서를 본 아이들은 한자만 있는 것이 아니라서 더욱 맘에 든다고 한다. 외숙모에게 한글로 편지와 선물을 자주 챙겨 보내드렸던 정조의 친필 편지를 보고, 아이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세로쓰기의 한글을 읽어본다. 선물 목록을 찬찬히 보고 정조의 효성과 배려심에 아이들은 서로 자기도 닮고 싶다고 한다. 삼강행실도에 그려진 효자 민손 이야기에서 아이들은 다시 한 번 효심을 배운다.

한글로 쓰이기 시작한 신문들, 근대의 딱지본소설, 한글타자기를 본 아이들은 타임머신 여행을 하는 기분인가보다. 많이 신기해하며 관심을 갖는다.

▲ 자녀의 현장학습에 동행한 학부모들도 한글박물관에서 한글에 관해 새롭게 배웠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우리글에 ‘한글’이란 이름을 붙여주신 주시경 선생의 업적도 알아보고, 최초의 국정교과서 ‘바둑이와 철수’를 읽어보며 영희의 옷차림도 감상해본다.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 한 것은 한글날의 옛 이름, 가갸날이다. 그리고 우리 겨레에 쉬운 문자를 선물해준 참 스승 세종의 탄신일이 바로 5월 15일 스승의 날로 정해졌다는 이야기에 아이들은 박수를 친다.

한글을 세종대왕이 만든 사실은 아이들 거의 모두가 알고 있다. 하지만 어떤 마음으로 만들게 된 것인지 알고 나서 아이들은 한글을 소중하게 다시 받아들이고 있었다.

▲ 학생들이 현장학습 후 오늘 배운 것을 사행시로 지어 발표하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

현장학습 사전답사를 왔을 때 농촌 복지관에서 단체 관람을 오신 할머니들 삼십여 분과 마주쳤다. 그 연세에 한글을 처음으로 익히고 기념으로 한글박물관에 오신 것이었다. 그 분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계신 것을 보고 글을 모르고 사셨을 인생에 마음이 아렸다. 만약 우리글이 배우기 쉬운 한글이 아니었다면 할머니들의 도전이 가능했을까?

대한민국에 한민족으로 태어나서 한국어를 하고, 한글을 쓰고 살 수 있는 것에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