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정취가 물씬 풍기는 10월 25일 토요일, 남한산성으로  현장학습을 떠났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록된 곳.  남한산성은 2014년 6월  인류가 함께 보호, 보존하고 관리하여 후세에 물려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 세계적인 장소를 찾는 이에다 가을 나들이객까지 더해져 남한산성은 어느 때보다도 많은 인파가 북적였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았다.  

▲ (사)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는 25일 남한산성에서 현장학습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이 적을 막아 나라를 지킨 수어장대에서 아픈 역사를 잊지 말고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험한 지형을 활용하여 성곽과 방어 시설을 구축한 남한산성은 축성술의 발달단계를 잘 보여준다.  또한 조선의 자주권과 독립성을 수호하기 위해 도읍으로도 기능할 수 있도록 계획한 산성도시이다.  남한산성  역사를 살펴보면  백제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또 이곳에서는 신라가 통일한 이후 세운 최대 규모의 건물터가 발굴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프게 기억되는 곳이다. 남한산성은 조선시대 병자호란 때 인조가 피난하였다가 결국은 문을 열고 나가 청나라에 항복한 역사의 현장ㅡ수난의 역사로 우리 뇌리에 새겨져 있다. 

▲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의 현장학습에 동행한 학부모들이 남한산성 행궁의 역사를 배웠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먼저 남한산성 행궁(行宮)을 둘러보았다. 행궁이란 왕이 서울의 궁궐을 떠나 능행, 몽진, 휴양 등의 목적으로 도성 밖으로 행차할 때 임시로 거처하는 곳이다. 이곳 남한산성 행궁은 전란에 대비하여 건립한 행궁이다. 인조14년(1636) 병자호란이 일어나자 남한산성으로 피난하여 47일간 항전한 곳이다. 이후 숙종, 정조 등이 시설물을 보수, 증축하여 남한산성은 서울 외곽의 방어를 책임지는 군사요충지로 자리잡았다.

행궁의 정문인 한남루 기둥에 써놓은 주련(柱聯)에서 당시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비록 원수를 갚아 부끄러움을 씻지 못할지라도 항상 그 아픔을 참고 원통한 생각을 잊지 말지어다."

아픈 역사를 잊지 말라는 조상의 가르침을 가슴에 새겼다.

▲ 남한산성 행궁의 역사를 배운 학생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하고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햇살 좋은 행궁 옆에서 현장학습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점심을 먹고 다함께 뇌체조 5단계와 단체놀이를 통해 가족간의 정을 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후 본격적인 남한산성 탐방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걷기엔 약간 힘든 코스임에도 씩씩하게 올라갔다.  호기심을 주체하지 못해서인가, 강사의 해설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 질문을 한다.  이런 아이들이 있어 우리나라 미래에 희망을 가지게 된다.

▲ 병자호란 때 인조 임금이 항복을 하러 나갔던 서문에서 남한산성의 슬픈 역사를 배웠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남한산성은 사적 제57호로 북한산성과 더불어 서울을 남북으로 지키는 산성 중의 하나이다. 산성의 외부는 해발 500미터가 넘는 급경사를 이룬 험준한 자연지형을 이루고 있어 적의 접근이 어렵다. 내부는 경사가 완만하여 넓은 경작지와 45개의 연못과 80개에 달하는 샘이 있어서 물을 갖춘 천혜의 전략적 요충지이기 때문에 병자호란 당시 수적인 열세에도 불구하고 청군에 함락당하지 않았던 것이다.

▲ 산성을 따라 역사를 따라 걷는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산성을 따라 걷다보면 독특한 모양을 한 옹성(甕城)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주 성곽에서 바깥으로 길게 뻗은 작은 성곽을 말한다. 길게 뻗은 모습은 다른 성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것은 성벽으로 접근하는 적을 삼면에서 입체적으로 공격하고, 거점 확보를 위한 시설물이다. 또한 봉화대 역할까지 겸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연주봉 옹성은 멀리 하남시와 서울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이 좋은 장소다. 서울쪽으로 제2롯데월드가 보여 학생들이  탄성을 자아냈다.

▲ 학생들이 연주봉 옹성을 향해 가고 있다. 남한산성은 옹성이 밖으로 길게 뻗어 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서쪽을 지키는 장수의 지휘대인 서장대에는 수어장대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남한산성에 총 5개의 장대가 있는데, 현재는 수어장대만 유일하게 남아있으며, 성 안의 건물 중 가장 화려하고 웅장하다. 지킬 ‘수’에 막을 ‘어’자로 적으로부터 지키고 막는 곳이라는 뜻의 현판을 보니 나라를 지키고자 했던 치열한 모습이 떠올라 비장함이 느껴졌다.

수어장대 옆에는 ‘무망루’(無忘樓)라는 편액이 있는데 병자호란 때 인조가 겪은 시련과 8년간 청나라 볼모로 잡혀갔던 효종의 원한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영조가 지은 것이다. 무망! 잊지말아야 한다.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으면 안되고 항상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져야겠다는 것을 배우는 현장학습이었다.

▲ 현장학습을 마치고 참가자들이 퀴즈를 통해 오늘 배운 남한산성의 역사를 다시 상기해보았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우리나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인조와 병자호란, 소현세자이야기 등을 설명하는 강사들의 열정에 넘치는 해설도 돋보였거니와 그  해설을 하나라도 놓칠세라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바라보는 아이들, 그리고 집중하는 학부모들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 25일 남한산성 현장학습을 진행한 강사들은 더욱 부지런히 공부하여 바른 역사를 알리는 데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사진=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가을 하늘도 맑은 햇살을 아이들의 머리 위에 뿌려 주었다. 아이들이 대견스러운 모양이다. 현장학습을 하기 전에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우리나라 역사 이야기를 할 것인지,  아이들이 과연 역사를 얼마나 이해할까? 고민했는데, 현장학습을 진행하고 보니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똘망똘망 대답하는 아이들을 보며 더욱 열심히 공부하여 아이들에게 우리의 역사와 조상의  자랑스러움을 알려 자긍심을 일깨우는 강사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