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반짝이는 눈망울의 아이들과 부모 등 90여명의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 회원들과 함께 한 '나라사랑 현장학습' 장소는 '허준 박물관'과 '양천 향교'이다. '허준 박물관'은 구암 허준 선생의 출생지이며, '동의보감'을 집필하고, 또한 생을 마감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서구 가양동 '구암 허준 공원'옆에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박애정신을 기리고자 2005년 3월 23일 개관했다. 허준 선생의 '동의보감'을 비롯한 한의학 관련 자료를 보전, 수집, 전시한다.

▲ (사)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가 주최한 '나라사랑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들이 허준박물관에 전시된 조선시대 한의원과 내의원 모형을 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이곳에서는 허준 선생의 생애와 업적에 관한 학술적 측면과 발전적 계승, 의학 정보, 기록 등을 살펴 볼 수 있다. '동의보감'은 2009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가 되었는데, 200여 점의 기록유산 중에 유일한 의학서적이다. '동의보감'은 실제 환자들을 치료한 임상 경험을 통하여 정보를 정리한 점, 중국과 우리나라의 여러 의학 서적을 하나로 집대성한 점, 세계 최초의 일반인을 위한 의학서적 이라는 점 등이 높이 평가돼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허준박물관 벽에 새겨진 허준 선생의 글을 살펴보면 병의 치료는 보이는 현상만이 아닌 근본적인 원인을 치료해야 한다는 의원으로서의 기본 자세에 관한 선생의 신념을 잘 나타내준다. 뛰어난 실력은 기본이며, 환자를 대할 때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심혈을 기울여 보살피던 바른 심성, 임진왜란으로 관료들이 모두 제 앞길 걱정을 할 때 선조를 위해 끝까지 충성을 다했던 충심, 양반 및 일반인 모두를 위한 즉, 홍익을 실천하는 마음으로 동양의학의 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는 '동의보감'을 집필한 점 등 허준 선생은 후세에 길이 칭송되어질 위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 '나라사랑 현장학습'에 참가 학생들이 조선시대에 병을 고쳐주는 이들에 관해 배우고 있다.

답사에 참여한 학생들 중 한 명이라도 일깨워 허준 선생처럼 홍익을 실천하는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기를 소망하는 듯 설명하는 강사들의 한마디 한마디에는 정성이 담겨져 있었다.

두 번째 답사 장소인 '양천 향교'는 '서울시 문화재 기념물 제8호'로서 1411년 태종 11년에 건립된 곳이며, 공자와 여러 성현에 제사를 지내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해 나라에서 세운 지방 국립 교육기관이다. 현존하는 서울지역 유일의 향교로서 대성전의 안쪽에는 공자를 중심으로 그의 제자들, 중국과 우리나라의 성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있다(‘5성(五聖), 송조4현(宋朝四賢), 동국(우리나라)18현(賢)’).

▲ 양천향교에서 조선시대 교육제도를 통해 배움에 관해 학부모들이 생각해보고있다.

<향교의 제향인물> 1. 5성(五聖)(다섯명의 성인(五聖))

1) 대성지성 문선왕 공자大成至聖 文宣王 孔子(기원전 551년~479년)
2) 복성공 안자 復聖公 顔子(기원전 521년~490년)
3) 종성공 증자 宗聖公 曾子(기원전 505년~436년)
4) 술성공 자사 述聖公 子思(기원전 483년~402년)
5) 아성공 맹자 亞聖公 孟子(기원전 372년경~289년경)
2. 송조4현(宋朝四賢)
1) 도국공 주렴계 道國公 周濂溪(1017년~1073년)
2) 예국공 정명도 豫國公 程明道(1032년~1085년)
3) 낙국공 정이천 洛國公 程伊川(1033년~1107년)
4) 휘국공 주자 徽國公 朱子(1130년~1200년)

3. 동국18현(東國一八賢)
1) 홍유후 설총 弘儒侯 薛聰(650년경~740년경)
2) 문창후 최치원 文昌侯 崔致遠(857년~?)
3) 회헌 안향 晦軒 安珦(1243년~1306년)
4) 포은 정몽주 圃隱 鄭夢周(1337년~1392년)
5) 한훤당 김굉필 寒暄堂 金宏弼(1454년~1504년)
6) 일두 정여창 一蠹 鄭汝昌(1450년~1504년)
7) 정암 조광조 靜菴 趙光祖(1482년~1519년)
8) 회재 이언적 晦齋 李彦迪(1491년~1553년)
9) 퇴계 이황 退溪 李滉(1501년~1570년)
10) 하서 김인후 河西 金麟厚(1510년~1560년)
11) 율곡 이이 栗谷 李珥(1536년~1584년)
12) 우계 성혼 牛溪 成渾(1535년~1598년)
13) 사계 김장생 沙溪 金長生(1548년~1631년)
14) 중봉 조헌 重峯 趙憲(1544년~1592년)
15) 신독재 김집愼獨齋 金集(1574년~1656년)
16) 우암 송시열 尤庵 宋時烈(1607년~1689년)
17) 동춘당 송준길 同春堂 宋浚吉(1606년~1672년)
18) 현석 박세채 玄石 朴世采(1631년~1695년)
<참고 네이버 백과사전>

▲ 우리역사바로알기시민연대가 주최한 '나라사랑 현장학습'에 참가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놀이를 하며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향교는 중앙의 사학(四學)과 같으며 여기에서 수학한 후 1차 과거에 합격한 자는 생원(生員). 진사(進仕)의 칭호를 받고 성균관에 가게 되며, 다시 문과시에 응하여 고급관위(高級官位)에 오르는 자격을 얻었다. 1894년(고종 31) 말에 과거제도의 폐지와 함께 향교는 완전히 이름만이 남아 지금은 교육 기능은 없어지고, 제사 기능만 남아있다. 지금 남아 있는 건물로는 제사 공간인 대성전과 전사청, 교육 기능을 수행하는 강당인 명륜당, 학생들의 기숙사인 동재와 서재, 내삼문, 외삼문 등이다. 현재 양천향교에서는 봄과 가을 2회에 걸쳐 석전을 봉행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지역주민과 초,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문과 서예 및 사군자 등을 가르치는 등 청소년의 인성교육 및 옛 전통문화 보전에 노력하고 있다.

▲ 현장 학습을 끝내고 관람한 내용을 문제풀이로 확인하고 느낀 소감을 함께 나누었다.

서울지역 유일의 향교답게 전통과의 소통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모습들이 참으로 감사하게 느껴졌다. 양천향교의 구석구석을 돌며 관련 설명을 들은 뒤 양천향교 뒷산인 궁산에 위치한 양천고성지(소악루: 대략 29,390㎡ 넓이의 옛 성터: 사적 제372호)를 보기 위해 올라갔다. 신증동국여지승람, 여지도서, 대동지지 등 문헌기록에 등장하며, 축성시기는 언제인지 알 수 없으나 역사의 흐름에 맞추어 추정해 볼 때, 이 성은 백제가 축성한 성으로 백제 22대 문주왕이 웅진으로 천도(475년)하기 전, 강 건너 고구려를 견제하며 국경을 지키던 백제성으로 짐작된다. 특히 이곳에서 백제 초기시대의 토기 파편이 발견됨으로써 백제 성이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또한, 임진왜란 당시 김천일 장군 등이 의병을 이끌고 이 성에 주둔하였다가 권율장군을 도와 행주대첩에 참가하기도 했다.

▲ '나라사랑 현장학습'을 마친 학생과 학부모가 함께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홍익을 다짐했다.

1994년에는 산 정상 동편에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소악루가 아름답게 복원되어 강서구민들의 관광 휴식처가 되고 있다. 이날 답사의 마무리를 위해 궁산 정상에 모두 모였다. 답사 전보다 초롱초롱해진 아이들의 눈망울, 질문에 대답하고자 열심히 손을 드는 모습,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는 학부모들의 모습에서 소중한 하루의 여정에 보람을 가슴 깊이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