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는 단연 ‘미생’이다. 특히 직장인들 사이에 ‘이것은 나의 이야기’라고 공감하고 위로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시청률도 고공행진이다. 첫 회 1.6%에서 시작하더니 벌써 5%을 넘었다.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이라는 점에서 놀라운 수치다. 원작인 웹툰 만화 <미생(未生)>은 100만 부가 팔려나갔다. 가히 미생 신드롬이라고 부를만하다. 

주인공 장그래(임시환 분)의 이력은 독특하다. 다른 동료처럼 명문고->명문대->대기업이라는 순서를 밟지 않았다. 프로 바둑기사 입단에 실패하고 검정고시 고졸 출신으로 인턴생활을 시작한다. 이는 입사 초기 상사나 동료로부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핸디캡으로 작용한다. 심지어 밥도 같이 먹지 않는 ‘왕따’까지 당할 정도다. 
 
옥상에서 김동식 대리(김대명 분)는 아무런 스펙도 없는 장그래를 쳐다보면서 절망한다. 오상식 과장(이성민 분)은 후견인 덕에 낙하산으로 들어온 것을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이런 환경에서 장그래는 의욕이 꺾인다. 그는 “열심히 안 한 건 아니지만 열심히 하지 않은 것으로 하겠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이었다”라고 자조한다. 
 
기업들은 안영이(강소라 분)처럼 모든 스펙을 갖추고 입사하기를 원한다. 당장 써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장그래처럼 평범한 사람을 비범하게 만드는 인재경영은 가능할까? 되묻게 된다.
 
회사는 마치 전쟁터처럼 비친다. 군대와 같은 위계질서 속에 적자생존의 분위기다. 이는 ‘미생’이란 말이 바둑용어로서 바둑돌이 살기 위해서 두 집 이상이 돼야 하는데 한집밖에 안 되는 경우와 같다. 살기 위해서, 아니 오 과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버티기 위해서 한 수 한 수 돌을 놓아야 한다.
 
그럼에도 희망을 얻는 것은 장그래의 인성이다. 
 
첫 번째로 인턴들이 오징어 사이에서 꼴뚜기를 찾아내야 하는 미션이 있었다. 스펙을 중시하는 인턴은 내가 이런 것을 하려고 토익 공부를 했느냐고 불만을 털어놓는다. 장그래는 묵묵히 할 뿐이다.
 
국내 유통업계 최장수 CEO인 이승한 홈플러스 회장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인재감으로 “허드렛일을 잘하는 사람”을 꼽았다. 이 회장은 “하찮은 일이라도 최선을 다하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사람은 반드시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프레젠테이션(PT) 면접에서 진가를 발휘한 점이다. 장그래는 PT 파트너 한석율(변호한 분)이 자신의 상사를 험담할 때 같이 욕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먹을 날린다. 그가 상사를 바라보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대부분 인턴이 면접에서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데 주력했다면 장그래는 전체에 주목한다. 그는 현장을 강조하는 한석율과 반대로 본사의 중요성을 알린다. 마치 본사의 대변인처럼 비칠 정도다. 
 
이 대목에서 강석진 CEO컨설팅그룹 회장이 최고경영자과정에서 자주 하는 말이 떠오른다. “종업원이라는 말보다 조직원이라는 말을 쓰라”고. 장그래는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종업원을 넘어 조직과 하나된 것이다.
 
물론 장그래의 출발선은 다른 동료와 달리 불리하다. 그동안 화려한 스펙도 스토리도 만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기가 없다고 해서 전쟁까지 포기할 수는 없다. 
 
“어떠한 일을 하는가보다 그 일을 어떠한 마음으로 하느냐가 중요하다”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장그래와 같은 수많은 미생을 격려해야하는 이유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