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명량’의 기세가 무섭다. 지난 24일 1,600만 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배우 최민식의 연기력, 뛰어난 컴퓨터그래픽 등이 흥행의 요인이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이순신이 아니다. 400년 전의 조상을 만나고자 몰려드는 한국인이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회귀하듯 국민은 미래가 아닌 역사에서 답을 찾는 것 같았다. 

조일전쟁(임진왜란)으로 이 나라의 산천은 피바다로 변한다. 임금은 한양을 버리고 도망간다. 명나라의 지원군을 보내달라는 것이 그의 목표였다. 왜군은 부산에서 출발해서 20일 만에 서울에 도착한다. 이렇게 빨리 갈 수 있었던 것은 지키는 군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가 싸웠는가? 전국에서 들고 일어난 ‘의병’이다.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는 의병이 없었다면 이 나라는 오래전에 일본의 식민지나 중국의 속국이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병정신이 한말의 일제침략에서도 독립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국학원 강사들도 마찬가지다.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9곳 구청에서 민방위대원을 대상으로 이순신을 주제로 애국심을 알렸던 그들이다. 기자는 현장을 취재했다. 한 강사는 “조선 지도층이 많았다고 하지만 의병이 나타난 것은 나라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했다”라며 “그 마음이 있어야 안보가 튼튼한 나라가 된다”라고 말했다.
 
이들에게 전화로 물어봤다. ‘영화에서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느냐’라고. 공통으로 격군의 대사를 꼽았다.
 
"우리가 이렇게 개고생한 걸 후손들이 알까 모르 것 네." 
"모르면 호로 자식이제."
 
한 강사는 나라를 지켜준 조상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최소한의 성의로서 ‘국경일에 태극기 달기’를 제안했다. 지난 제헌절에 태극기를 단 아파트 동이 자기 집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다른 강사는 승리의 배경으로 울돌목에서 조류가 바뀐 것보다 백성의 마음이 하나로 모였다는 점을 주목했다. 적은 내부의 파벌이 있었지만, 우리는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한마음으로 전쟁에 임했다는 것이다. 이것이 ‘홍익정신’이 아니고 무엇인가? 라고 되물었다.
 
9월부터 민방위교육에 나서는 강사들은 어깨가 무겁다고 한다. 대원들이 ‘명량’을 봤을 테니 어떻게 하면 더 가슴을 울리는 강의를 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된다고. 이들의 걸음이 지치지 않도록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시대의 격군인 그대들이 있기에 애국심의 불씨는 꺼지지 않을 것이다.
 
서울국학원 강사의 민방위 교육 현장(바로가기 클릭)
박성수 한국학중앙연구원 명예교수의 의병이야기(바로가기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