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 일어나! 지각할 거야!’ 
 
스마트폰이 아침을 깨운다.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신문이나 책을 찾아보기 어렵다. 스마트폰방이라고 불러도 좋다. 앉거나 서거나 폰을 놓지 못한다. 사무실은 괜찮은가? PC가 1대도 아니고 2대다. 인터넷창은 한 번에 10개도 열 수 있다. 카카오톡은 실시간으로 답변을 달라고 보챈다. 사람을 만나도 대화가 끊기면 스마트폰부터 꺼낸다. 눈, 귀, 입은 어디 갔나? 엄지만 부지런히 움직인다.
 
100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당시 외국인은 우리나라를 ‘조용한 아침의 나라’라고 불렀다. 지금은 사진을 찍을 때 주먹을 쥐고 파이팅(Fighting)을 외치는 대한민국이 됐다. 
 
이런 다이내믹 코리아(Dynamic Korea)에 역행하는 대회가 지난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일명 ‘멍 때리기’라고. 사전에는 없다. 정신이 나간 것처럼 아무 반응이 없다는 것을 뜻하는 신조어다. 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대회에 참가한 50여 명은 정오부터 3시간 동안 누가 멍하니 있나 겨뤘다. 심박측정기를 통해 심박수가 안정적으로 나오면 우승자가 된다. 움직이면 실격이다. 9살 초등학생이 우승했다. 뭐〜이런 거 가지고 대회까지 여나? 상술(商術)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많이 움직여야 상을 타는 종목만 있으라는 법이 있나? 두뇌를 멈추는 것도 고도의 능력이다.
 
신동원 정신과 전문의는 <멍 때려라!>에서 사람의 뇌에는 기초값(default mode)이 있다고 한다. 멍때리고 앉아있거나 넋 놓고 있는 순간의 두뇌 상태를 말한다. 기능성자기공명장치(fMRI)로 촬영하면 대뇌의 내측전전두엽이 활성화되어 있다. 뭔가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서 기초값이 풀리면 내측전전두엽의활성도는 떨어진다. 
 
특히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은 집중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이다. 적당한 농도의 노르에피네프린은 뇌를 자극해 집중력을 높여주지만 스트레스를 통해 필요 이상으로 분비되면 오히려 집중력을 떨어뜨린다고 한다. 
 
제1회 멍때리기 대회를 주최한 단체는 ‘뇌의 휴식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동감한다. 잠시도 가만히 있지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쉼이 필요하다. 그것이 명상(冥想, Meditation)이 아니고 무엇인가?
 
투자의 귀재라고 불리는 워런 버핏(Warren Buffett)은 출근하면 주식부터 확인하는가? 아니다. 천장을 바라본다고 한다. 빌 게이츠(Bill Gates)는 일 년에 2번 호숫가 통나무집을 찾아가 시간을 보낸다. 그들만의 명상법이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다. 밀려드는 정보로 우리의 뇌는 포화상태가 아닐까? 그로 인해 스트레스, 불면증 등의 현대병(現代病)이 만연하는지도 모른다. 
 
스마트폰에서 엄지를 떼자. 두 손을 내려놓고 눈을 감는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쉰다. 머리가 맑아지고 가슴이 편안함을 느낀다. 명상으로 뇌에 휴식을 주자. 대회에 참가하지 않더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