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면 가족들이 모인다. 여러 가족이 모이다 보니 공통점도 있었다. 그것은 부모와 함께 사는 어른자녀가 많다는 것. 이른바 캥거루족이다.

자립할 나이가 지났음에도 경제적으로 독립하지 못하고 부모에게 기댄 채 살아가는 이들을 뜻한다. 어미 주머니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는 새끼 캥거루의 습성을 빗댄 신조어다. 이들은 집에 있으면 월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밥도 공짜다.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문제는 일부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60세 이상 부모와 동거하는 자녀가 45.2%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들 가운데 39.7%는 ‘경제적 건강상 이유로 자녀의 독립생활이 불가능해서’라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에 따른 취업난과 우리나라 특유의 가족문화 등으로 캥거루족 양산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같이 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10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의 은퇴준비, 은퇴 후 생활모습 등을 담은 백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4'를 보면 만 20세 이상 성인자녀가 있는 가구의 세 곳 중 한 곳(36.6%)은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한 달 평균 51만 4,000원을 지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용돈’이 아니라 ‘자립’을 꼽는다. 스스로 돈을 벌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은 어릴 적에 할수록 좋다. 올해 개교한 벤자민인성영재학교(교장 김나옥)가 직업체험교육으로 아르바이트를 권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자가 만나본 벤자민인성영재학교 1기생들은 아르바이트를 해보니, 부모님에 대해 고마움을 알게 됐다고 한다. 자녀의 독립심이 부모에 대한 효심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에서는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부모가 독립시킨다. 집만 떠나는 것이 아니다. 월세와 학비, 생활비를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나라 대다수 부모들은 노후에 써야 할 연금도 자식 때문에 포기한다. 집에 있는 30대 아들이 한심해 보여도 도와줄 수 있을 때까지 도와줘야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엄마들이 많다.

이러면 부모는 노후를 잃고 자녀는 미래를 잃는다. 따라서 미래의 캥거루족을 막기 위해서는 부모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공부만 잘하는 아이로 키울 것인가? 아니면 자립하는 인성영재로 키울 것인가? 후자를 선택하면 ‘100만 캥거루족’의 숫자도 줄어들 것이다.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