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빵 드시겠습니까?’ 옆 자리에 있는 할머니께 말을 걸었다. 전남 곡성으로 내려가는 기차 안이었다. 빵을 받은 할머니는 떡을 건넸다. 한입 베어물고 곡성으로 가는 이유를 물었다. 할머니는 고모 댁으로 가고 있었다. 나는 ‘단군문화를 취재하러 간다고 말했다. 할머니 왈, ‘단군은 신화가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단군보다 하나님이 먼저라고 말했다. 그동안 단군문화를 취재한 이야기를 전했다. 

서울, 충청, 대전, 땅끝마을 해남까지. 일제는 조선을 총칼로 탄압하니 3.1운동의 저항을 겪는다. 안 되겠다. 정신을 짓밟자. 문화통치의 시작이다. 뿌리 없는 민족을 만들자는 것. 단군은 신화가 된다. 우리의 2천 년 역사가 사라진다. 할머니는 몰랐다고 말했다. 광복되자, 우리 국민이 가장 먼저 한 일이 무엇이냐? 일본 정신의 상징인 신사를 허문다. 그 자리에 단군전을 세운다. 그 숫자만 수백여 곳에 달했다. 지금 내려가는 곡성군은 100년의 역사가 있는 단군전이 있다. 할머니 표정은 또 한 번 바뀌었다. 두런두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느새 곡성역이란다. 할머니 선물꾸러미를 들고 같이 내렸다. 조상에 대한 뿌듯함으로 환해진 할머니는 택시를 탔다. 한 사람을 대상으로도 국학강의가 가능함을 느꼈다. 마중 나온 김학근 곡성문화원장의 손을 잡고 단군전으로 향했다. 개천절을 앞두고 그때(8월 13일)를 회상하는 것은 비단 할머니뿐이겠는가? 라는 질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KBS1 라디오는 개천절을 기념해 단군에 관한 한국인의 의식을 조사했다. 전국 15세 이상 남녀 2,00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의 6명은 단군이야기를 신화로 인식했다. 특히, ‘우리나라 역사교육에서 단군에 대한 교육이 어느 정도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의 64%가 안 되고 있다고 답했다. 이듬해 코리안스피릿은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고조선을 찾아서’라는 기획으로 10회를 연재했다. 올해는 전국 단군문화 유산을 찾아다니고 있다. 이 모두가 한민족의 얼을 뿌리에서 찾자는 취지다.
 
지난 4월에 취재한 증평군은 20여억 원이 투입된 단군전 역사공원을 지난달 24일에 완료했다고 밝혔다. 잔디광장, 주차장, 황토포장과 점토블록, 태양광 가로등을 조성했다. 국조를 교과서가 아니라 지역 관광자원으로 만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으랴. 국학원은 2008년 천안 흑성산에 6만여 평 규모로 한민족역사공원을 조성했다. 공원의 중심에는 국내 최대의 ‘국조단군왕검입상’이 받침과 기단을 합해 21m 높이로 세워졌다. 정부는 개천절 경축식이 전부다. 대통령은 행사에 참석하지 않은 지 2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지자체와 시민단체는 단군을 바로 알리는 운동을 계속 하고 있다. 코리안스피릿은 이를 취재하고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옛날 독립신문이 그러했듯이.
 
 
 
 
 
 
 
 
 
 
 
 
글. 윤한주 기자 kaebin@lyco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