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대충 살아요. 대충 살아도 잘 살아요.”
주위에서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우리는 ‘한가한 소리’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모든 것을 완벽하게 준비하고 완벽하게 하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신봉해 왔으니까. 그런데 완벽주의가 최선일까?
《대충_살기를 권합니다》(김미란 옮김, 한문화, 2025)의 저자 리나 놈스는 완벽주의가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고 심각한 번 아웃을 가져오는 독이라고 경고한다. 특히 소셜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완벽한 모습과 비교하며 스스로 깎아내리는 일은 가장 먼저 멈춰야 할 일로 본다. 우리는 일상적인 업무와 결정에서 ‘잘못될 수 있는’ 모든 방식에 지나치게 신경 쓰고, 모든 선택을 ‘완벽하고 제대로’ 하려고 지나치게 몰두한 나머지 오히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조차 어려워지고 결국에는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대신 작가는 ‘나는 대충주의자, 대충형 인간이다!’라고 선언하며 ‘열심히’의 저주를 끝내고 ‘적당히’의 지혜를 발휘하자고 말한다. ‘대충’이나 ‘적당히’라고 하면 게으르거나 무책임하다고 생각하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지금까지 알던 자기 계발의 정의를 완전히 뒤엎는 도발적이고 혁명적인 선언이다.
작가가 말하는 대충 하기는 “지금 내가 가진 자원과 지금 내가 딛고 있는 바닥을 바탕으로 스스로 세우는 최적화 전략이다.”
또한 “대충주의자는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정신 건강을 지키는 현명한 사람”이라고 재정의하며, 일상생활, 인간관계, 경력 관리에서 무의식적으로 완벽을 추구하느라 낭비한 시간과 노력을 알아차리고, 불완전함을 받아들여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사고 전환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아울러 열심히 살지 않아도 ‘괜찮다’는 파격적인 메시지를 던지며, 예리한 통찰과 위트 넘치는 문장으로 완벽을 추구하는 대신 불완전함 속에서 인간적인 삶의 기쁨을 찾도록 독려한다.
자신에게 ‘대충 하자’라고 할 때 뭔가 죄짓는 느낌이라면 그런 감정을 버려도 된다. ‘대충 하자’고 나에게 허락하면 충족시켜야 할 기준도 낮아진다. 이건 특히 자기혐오가 깊은 사람에게 유용하다. ‘나는 할 수 없어’와 ‘할 수는 있지만 아마 완벽하진 않을 거야’는 생각보다 차이가 크다. 계획을 세운다는 행위는 내가 계획을 세울 수 있는 사람이고, 어느 정도면 충분히 끝났다고 판단할 능력이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어떤 건 중요하고, 어떤 건 생략해도 괜찮다고 판단할 자격이 있다는 뜻이다.

저자는 대충 하면 인간관계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대충 하기는 시간을 벌어주고, 시야를 넓혀주고, 마음을 차분하게 해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의 불완전함을 이해하게 도와준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100퍼센트를 요구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다른 사람들이 기대에 못 미칠 때도 훨씬 너그러워질 수 있다. 반대로 모든 일에 늘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강박은 오히려 인간관계를 쉽게 망친다.
대충 살기를 하려면 무엇부터 시작하면 좋을까. 저자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가 실제로 하루를 보내는 순서대로 인생의 각 영역을 하나씩 정리해 보는 것이라고 한다. 즉 옷장을 열고 시작하는 대충 스타일링 하기, 대충 경력 쌓기, 대충 비건식 하기, 대충 집 꾸미기, 대충 몸 챙기기, 대충 희망 품기로 적용해 본다. 각 항목마다 쉽고 바로 해볼 수 있는 방법들 제시하여 각자 응용해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인생의 모든 것을 대충 하자는 것이 아니라, ‘완벽하게 하려는 일’을 할 일 목록에서 없애고 정말 잘할 수 있는 한두 가지에 집중할 여유를 만들자”는 것이다.
저자가 우리에게 말하고 싶은 것이 바로 이것이다. 《대충_살기를 권합니다》는 지나치게 높았던 기대를 내려놓고, 모든 걸 다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인정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이다.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으로 주저앉지 말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정말 시간을 들일 가치가 있는 것이 무엇이고, 대충해도 괜찮은 건 무엇인지 찾아가는 여정이다.
수많은 워크숍과 코칭 프로그램을 진행한 작가 리나 놈스는 유튜브 누적 조회수 2,400만 회를 기록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멘토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