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의 25년 차 영화감독 사유진이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철학의 언어로 다시 해석한 인문 영화서 《드라이브의 칼날》을 펴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는 2016년 BBC가 선정한 ‘21세기 위대한 영화 100선’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으로, 난해한 서사 구조와 현실·환상의 경계가 겹쳐지는 독창적 연출로 전 세계 팬의 해석을 불러온 영화다. 이번 신간은 이러한 영화의 복잡한 상징과 구조를 철학·심리·예술적 관점에서 읽어내며, 동시대 관객이 느끼는 해석의 갈증을 해소하려는 시도로 기획됐다.
책은 왜 지금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다시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성장·불확실성·정체성 혼란이 일상화된 시대에, 린치 영화가 보여주는 욕망의 파편, 관계의 균열, 반복되는 무의식적 충동은 단순한 예술적 난해함을 넘어 현대인의 내면과 사회적 구조를 비추는 인식의 장이 된다. 저자는 영화 속 장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가”보다 “어떤 사유를 만들어내는가”에 초점을 두고, 영화와 철학을 가로지르는 독창적 독해 방식을 제안한다.
총 4장으로 구성된 《드라이브의 칼날》은 영화에 배치된 주요 장면과 상징을 중심으로 사유의 흐름을 이어간다. 초반부에서는 현실과 환상의 뒤틀림을 플라톤의 이데아, 아리스토텔레스의 형상 개념과 연결하며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를 탐색한다. 이어 데카르트·스피노자·라캉·들뢰즈 등으로 이어지는 사상가들의 개념을 통해 욕망의 구조, 주체의 분열, 권력의 관계 변형을 해석하며 영화의 핵심 장면들을 다시 구성한다. 후반부로 갈수록 영화 속 ‘환원’과 ‘반복’의 모티프를 현대적 해석으로 발전시키며, “되돌아옴은 과거로의 귀환이 아니라 새로운 의미의 생성”이라는 저자의 관점을 강조한다.
사유진 감독은 충무로에서 조감독으로 시작해 다큐멘터리, 시네댄스, 명상춤 기획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창작자로, 영화와 철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업을 꾸준히 이어왔다. 이러한 경험은 이번 책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돼, 난해한 개념을 이해하도록 돕는 시각적 장면 구성, 영화적 리듬을 활용한 문장의 전개, 서사적 구성이 어우러진 분석 방식으로 나타난다.
책을 펴낸 도서출판 미다스북스 관계자는 “신간 《드라이브의 칼날》은 <멀홀랜드 드라이브>라는 난해한 걸작을 철학·예술·심리의 관점으로 재해석하는 국내 최초의 본격 해설서이자, 영화와 인문의 접점을 읽는 새로운 참고서가 될 것”이라며 “영화를 사랑하는 독자뿐 아니라 철학적 사유를 확장하고자 하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인식을 제공하는 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