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러리LVS가 11월 5일 ~12월 5일 서울 용산 아모레퍼시픽 본사 1층 APMA 캐비닛에서 개최하는 영국 도예가 제니퍼 리(Jennifer Lee)의 개인전 《Jennifer Lee: Traces》는 국내에서 여는 두 번째 개인전으로 회고전 성격의 전시이다.
제니퍼 리는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2018년 로에베 공예상을 수상했고 영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21년 영국 왕실은 예술 분야에서 제니퍼 리의 공로를 인정하여 Order of the British Empire (OBE) 훈장을 수여했다.
이번 《Jennifer Lee: Traces》전은 1980년대부터 2025년까지 제작한 27점의 도자 작품과 4점의 드로잉 작업을 선보여 제니퍼 리가 지금까지 실천한 수행을 깊이 느낄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제니퍼 리는 전통적인 도자 제작 방식인 손으로 점토를 꼬집어서 만드는 핀칭 기법과 점토를 층층이 돌려가며 쌓는 코일링 기법을 활용해 형태를 만든다. 유약을 쓰지 않는 대신 점토에 금속 산화물을 섞어 도자의 색과 톤이 도자기의 표면과 내부에서 조화롭게 이어지도록 만든다. 산화물과 섞인 흙의 일부는 수십 년간 숙성한 것으로, 최초로 혼합된 흙과 현저히 대비되는 시각적인 효과를 보여준다. 하나의 도자기 안에서 여러 색과 무늬가 보이는 것은 산화물과 숙성 시간이 각각 다른 흙이 만나 빚어낸 모습이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독특한 얼룩(speckles)으로 나타난다. 2018년 Loewe Craft Prize 수상 작품은 30여 년간 반죽하고 숙성된 흙으로 제작하였으며 인간이 재료만으로 무한한 세월의 흐름과 자연 변화, 장인정신을 표현할 수 있음을 전 세계에 보여주어 화제가 되었다.

갤러리LVS 이유진 큐레이터는 “제니퍼 리의 작품은 물, 흙, 불과 같은 원초적 재료들과 손으로 빚는 전통적인 제작 과정을 통해 단순히 눈에 보이는 형태를 넘어 자연의 지질적 감각, 장소의 기억과 경험을 그 안에 담아 보여준다. 각 작품은 고유한 정체성을 지닌 채 세월이 쌓인 지층과 자연 풍경, 광활하게 펼쳐진 우주를 떠올리게 하며, 마치 지구의 역사를 손으로 만질 수 있는 기록과도 같이 존재한다”라고 소개한다.

제니퍼 리의 작품은 영국 V&A(Victoria and Albert Museum), 대영박물관, 미국 메트로폴리탄 박물관, LA카운티 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일본 시가라키 현대도예박물관 등 50여개의 세계적인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