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ve you ever seen a swallowtail?”
강종길 작가는 이 질문을 기점으로 제비의 시선과 비행의 궤적을 따라가며 소리와 움직임이 교차하는 순간을 회화적 리듬과 시각적 감각으로 포착한다. 이러한 작업을 볼 수 있는 전시 《Have you ever seen a swallowtail?》가 11월 3일 라흰갤러리에서 개막했다.
![구음풍경[떼그르르르르], 2025, Oil on canvas, 145.5x112.1cm. 이미지 라흰갤러리 제공](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511/82462_101519_4839.jpg)
이번 전시는 판소리의 ‘제비노정기’가 모티브. 이 전시를 통해 작가는 풍경을 단순한 이미지가 아닌 소리나 음향의 기운이 어우러진 감각의 장(場)으로 인식하기를 꾀한다.
이를 위해 작가는 제비 꼬리의 형상과 국악에서 음을 꾸미는 기법인 ‘시김새’ (떨거나 흘러내리거나 밀어 올리는 등의 장식음적 요소) 사이의 구조적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러한 결과를 화면에 회화적 리듬과 사유적 공간으로 치환한다. 이렇게 구축한 강종길의 회화는 추상과 구상, 서사와 이미지, 시각성과 청각성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미묘한 진동과 리듬을 시각화한다.
이러한 감각의 중첩은 형태를 발명하거나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힘을 포획하는 것에 주목하려는 작가의 태도와도 맞닿아 있다. 회화는 붙잡기보다는 남겨진 감각을 더듬는 시도에 가까운 까닭이다. 풍경을 ‘제대로’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곧 놓치거나 흘려보낸 후에 남은 흔적들을 손바닥에 문지르는 일”라는 그의 말처럼.
![구음풍경 [둥둥두루], 2025, Oil on canvas, 90.9x60.6cm. 이미지 라흰갤러리](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511/82462_101520_4912.jpg)
그의 회화는 구상과 추상, 서사와 이미지, 시각성과 청각성이 일종의 진자 운동처럼 오가면서, 하나의 닫힌 완결이 아니라 열린 장소로 남겨진다. 그럼으로써 강종길의 화면에는 풍경과 소리, 한국적 감성과 서구적 내러티브가 교차하고, 그의 회화는 ‘무엇이 남아 있는가’를 감각하는 생성의 현장으로 기능한다.
황재민 미술평론가는 전시 서문 ‘제비의 노정뿐만 아니라 ’에서 강종길 작가의 작업을 이렇게 평했다.
“강종길은 ‘제비노정기’를 전시의 모티브로 삼았고 여기에는 몇 가지 층위가 존재한다. 작가는 어린 시절 국악을 배웠다. 그렇기에 판소리 서사와 친숙했고 자연스럽게 그것을 작업에 도입하게 되었다. 더불어 강종길은 2021년부터 풍경이라는 소재에 천착해 왔는데, 특히 풍경을 풍경 그 자체로 담아내고 싶다는, 단지 시각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소리와 음향 등 청각적인 측면 또한 담아내고 싶다는 고민을 지니고 있었다. 풍경을 소리로 표현한 극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널리 불려 온 판소리의 눈대목이라는 점에서 ‘제비노정기’는 작가의 경험과 관심이 하나로 얽힌 일종의 교차 지점으로 기능할 수 있었다.
![구음풍경 [삐드득], 2025, Oil on canvas, 90.9x60.6cm. 이미지 라흰갤러리](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511/82462_101521_4944.jpg)
하지만 하늘을 내달리는 제비의 시선을 사변할 때 풍경은 사라지고 만다. 비행하는 새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계는 뭉뚱그려지고 흩어진 끝에 분별할 수 없이 뒤섞인 상태가 되어, 풍경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속도에 가까운 무엇으로 현현하는 것이다. ‘제비노정기’ 속 제비가 바라보는 풍경을 상상한다는 것은 바로 그러한 속도를 상상하는 것과 같고, 따라서 풍경은 표현되기보다는 돌이킬 수 없이 해체되어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강종길은 원래부터 풍경을 ‘제대로’ 그려낼 생각이 없었다. 시각적인 것과 청각적인 것을 하나의 화면에 맞아들인다는 작가의 목표는 일종의 불가능성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강종길의 회화에서 대상은 필연적으로 추상화되곤 했다. 형태가 분해되고 마침내 속도만 남게 되는 그러한 상태는 강종길이 그려내고자 하는 풍경과 오히려 가까웠던 것이다.
하지만 의아한 점이 있다면, 작가의 회화가 그러면서도 추상으로 완전히 나아가진 않는다는 점이다. 전시에는 구상 혹은 추상이 있는 것이 아니라 구상에 가까운 것, 그리고 추상에 가까운 것이 고루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있는 것은 구상 혹은 추상이 아니라 일종의 진자 운동이다. 대상에서 출발하지만 추상에 가까워지는, 그렇지만 그렇게 추상화된 뒤에도 다시 한번 구상으로 되돌아가는, 그렇게 구상에도 추상에도 완전히 머물지 않는 일시적인 진자 운동. 강종길에게 있어 풍경을 ‘제대로’ 그린다는 건 이러한 운동의 역량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했다.”
![구음풍경 [희희하야], 2025, Oil on canvas, 162.2x112.1cm. 이미지 라흰갤러리](https://cdn.ikoreanspirit.com/news/photo/202511/82462_101522_5028.jpg)
강종길 작가는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과 회화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2024년 개인전 《괄호에 숨표 찍기》(라흰갤러리)를 열고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강종길 개인전 《Have you ever seen a swallowtail?》은 12월 13일까지 라흰갤러리(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50 길 38-7)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