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동 유레카내과 이경은 원장.
권선동 유레카내과 이경은 원장.

예년보다 빠른 추위와 큰 일교차가 이어지면서 독감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올해 가을 들어 외래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 환자는 20명을 넘어섰다. 이는 작년 같은 시기의 두 배 이상으로, 이미 전국적인 유행 단계에 접어든 상황이다. 코로나19 이후 약화된 면역력과 잦은 바이러스 변이까지 겹치면서 독감의 확산 속도가 예년보다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독감을 단순히 ‘심한 감기’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독감과 감기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독감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 호흡기 감염질환으로, 전염력이 매우 높고 방치하면 폐렴이나 심근염 같은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체로 잠복기 1~4일 후 갑작스러운 고열과 두통, 근육통, 피로감이 몰려오며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전신 쇠약감을 느낀다. 반면 감기는 서서히 시작되고 콧물, 코막힘, 가벼운 인후통 등 국소적인 증상이 중심으로 나타난다.

감기와 독감을 구분하는 가장 명확한 기준은 발열의 정도다. 열이 38도 이상으로 오르고 온몸이 아플 정도라면 단순 감기가 아닌 독감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독감의 전염 속도는 감기보다 훨씬 빠르다. 독감은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에서 나온 비말을 통해 쉽게 전파되며, 면역력이 약한 아이, 노인,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한 명만 감염돼도 집단 내 확산이 빠르게 진행된다.

올해 독감 환자가 늘어난 이유는 코로나19 방역이 완화되면서 생긴 ‘면역 공백’이 크다.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으로 지난 몇 년간 감염병 노출이 줄어들면서 우리 몸의 자연 방어력이 낮아진 것이다. 또한 A형 독감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가 빨라 기존 항체가 잘 작용하지 않는 것도 원인이다. 안타깝게도 독감과 감기,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요즘에는 증상만으로 구분하기 어렵다. 세 질환 모두 발열과 기침, 근육통을 보이지만 독감은 몸살이 훨씬 심하고, 코로나19는 미각이나 후각 소실이 동반되기도 한다. 따라서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스스로 판단하지 말고 의료기관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독감은 증상이 나타난 후 48시간 이내에 항바이러스제를 복용하면 회복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방’이다. 독감예방접종은 감염 자체를 줄이는 것은 물론, 감염되더라도 증상을 완화하고 폐렴이나 심근염 같은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춘다. 백신 접종 후 항체가 형성되기까지는 약 2주가 걸리므로, 더 미루지 말고 지금 맞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예방 효과는 약 6개월 정도 유지되며, 매년 바이러스가 변이하기 때문에 해마다 접종을 새로 해야 한다. 특히 65세 이상 어르신, 13세 이하 어린이, 임산부, 만성질환자는 합병증 위험이 높아 반드시 예방접종을 받아야 한다.

예방접종 전후로 지켜야 할 사항도 있다. 접종 전에는 몸 상태를 확인하고, 발열이나 감염 증상이 있다면 회복 후 맞는 것이 좋다. 접종 후에는 20~30분 정도 병원에 머물며 이상 반응이 없는지 관찰해야 하며, 접종 부위는 청결하게 유지하고 무리한 운동이나 음주는 삼가야 한다. 접종 부위 통증이나 미열, 근육통은 흔한 반응으로 1~2일 내 사라진다. 다만 고열이나 호흡곤란, 심한 두통이 지속된다면 반드시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독감 예방법도 중요하다. 외출 후 손 씻기, 마스크 착용, 충분한 환기와 수분 섭취는 기본이다. 실내 습도를 40~60%로 유지하면 바이러스 생존율을 낮출 수 있고, 규칙적인 운동과 숙면, 제철 과일과 채소 섭취로 면역력을 강화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독감이 유행하는 시기에는 사람이 많은 공간 방문을 피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는 휴지나 팔꿈치 안쪽으로 입을 가리는 등 기침 예절을 지켜야 한다.

독감은 단순한 감기가 아니다. 예전엔 겨울철에만 유행하던 질병이었지만, 최근에는 계절과 상관없이 발생하고 있다. 면역력이 떨어진 지금 같은 시기에는 한 번의 방심이 장기적인 후유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독감예방접종을 진행해 건강한 겨울을 준비하기 바란다.

글: 권선동 유레카내과 이경은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