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퍼포먼스온(대표 남상식)이 11월 20일부터 무대에 올리는 연극 <술 취한 사람들>은 이반 비리파예프의 2012년 작으로 국내에는 처음 소개된다. 퍼포먼스온의 남상식 연출은 2017년 <일루전>이라는 작품으로 이반 비리파예프의 작품을 국내에 소개한바 있다. 러시아 출신의 문제작가 이반 비리파예프(1970~ )의 <술 취한 사람들>은 작품 특징이 '에피소드의 몽타주'인데 난해한 구조 속에서도 신박하게 현대의 와해된 가치와 사랑 그리고 신(神)이라는 주제를 늘어 놓는다.

<술 취한 사람들>은 전막을 연결하는 중심 줄거리는 없고 4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진 작품이다. 2막의 작품인데 1막당 4개의 장으로 총 8장의 구성이다. 1개의 에피소드는 1막과 2막에 나눠져있다. 관객은 1막에서 4개의 에피소드를 보게 되고 2막에서 다시 1막과 연결되는 에피소드를 나눠서 보게 되는 것이다. 모든 이야기가 기묘하고 초현실적이며 가볍게 떠도는, 꿈이자 도취의 상황을 보여준다. 극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인간이 도취된 정신 상태에 대한 이야기다. 등장인물은 환각 속에서 부유하는 것처럼 비틀거리지만 감각은 활짝 열려있다. 그래서 모든 것이 가능하고 삶의 의미를 깨닫기까지 한다.
같은 도시, 같은 시간대를 제각기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에피소드가 진행되면서 절묘하게 만난다. 각 에피소드는 모두 같은 날, 늦은 밤에서 새벽에 이르는 동안 일어난 일이다.
<술 취한 사람들>은 술 취한 사람들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것은 도취, 통제를 넘어선 도취의 상태를 표현하며, 그것은 보통의 상황에서는 보이지 않던 삶을 찾고 나를 발견하게 한다. 그런가 하면 도취는 일상에서는 보호되었던 것들을 뒤집고 드러내어 혼란과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렇게 <술 취한 사람들>에서는 놀라움과 두려움이 혼재하며, 그 언어는 희망이며 동시에 경고이기도 하다.
연극 <술 취한 사람들>은 퍼포먼스온과 남상식, 권영호, 최종원이 추구하는 무대 미학과도 맞아떨어진다. 등장인물들은 서사극적 게스투스와 노래를 활용하여 ‘설치’된다. 흡사 인형인 듯 움직이며 노래하듯 중얼대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고독한 모습인 듯 인물들은 표현주의와 서사극에 서 나온 ‘형체’로 무대 위에 구축된다.
연극 <술 취한 사람들>은 오는 11월 2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영등포구 문래예술공장 박스씨터어에서 공연한다. 이 공연은 2025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원로예술인 공연지원사업으로 제작된다. 출연 곽수정, 김명중, 이윤표, 한기중, 해수, 함민구, 이성하, 최종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