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오랫동안  ‘생활’과 ‘조각’의 관계를 탐구해온 이은우 작가가 11월 6일부터 개인전 《집안일 Housework》을 갤러리 SP에서 연다. 이번 전시는  ‘생활’과 ‘조각’의 관계를 주제로, 일상의 리듬과 몸의 움직임이 조형적 형태로 전환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드로잉과 소형 조각, 인체 크기의 설치작업으로 구성된 신작들은 집이라는 구체적 공간과 개인의 일과에서 비롯된 작가의 사유를 담는다.

‘집안일’이라는 전시 제목은 작가가 매일 반복하는 생활의 루틴, 즉 산책과 식사, 드로잉과 운동, 그리고 집안일로 이어지는 하루의 흐름에서 비롯된다. 이은우는 하루의 시작과 끝을 이루는 사소한 동선 속에서 손의 움직임과 사물의 균형, 반복되는 생활의 구조를 관찰한다. 드로잉으로 이러한 일상적 시간을 기록하며, 조각으로 그 기록을 다시 공간으로 확장한다. 모눈종이 위에서 교차하는 선과 호(arc)는 규칙과 우연의 경계에서 형태를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겨난 이미지들은 상자, 집, 주름의 모양을 닮은 조각으로 이어진다.

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이은우 작가는 “몸을 움직여 시간을 채우고, 시간을 관통한 몸은 생활을 만든다. 작은 조각은 드로잉으로부터 형태를, 큰 것은 생활의 기하학을 물려받는다”라고 말한다. 이는 곧 그에게 조각이 생활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작품 속에는 작가가 직접 제작한 가구, 수집한 오브제, 길에서 주운 사물들이 함께 놓인다. 각각의 사물은 서로 다른 시간성과 물질성을 품고 있다. 이은우는 그 이질적인 사물들의 균형을 조율한다. 작은 조각들이 드로잉의 태도를 이어받는다면, 인체 스케일로 확장된 조각들은 생활의 구조적 질서를 계승하면서도 탈주한다. 이를 테면 약간 좁은 문, 납작한 창문, 두꺼운 창틀 등 일상의 구조가 연상되는 형태들을 비정형적으로 변주하여, 익숙한 장면을 낯선 풍경으로 치환하는 방식이다.

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집안일, 2025, installation view. 이미지 Gallery SP

안소연 미술평론가는 이번 전시를 “환대하는 조각”으로 설명한다. 근대 이후 미술에서 분리되었던 삶과의 접촉을 복원하려는 시도로, 공예적 감각과 디자인적 기술이 결합된 이은우의 조각은 생활의 기억을 품은 형태로 제시된다. 즉 이은우의 작업세계에서 조각은 미학적 자율성의 실천이 되기보다는 사물과 인간, 노동과 시간이 교차하는 다층적 장소로 기능한다. 이는 조각이 건축의 장식이자 신체의 연장으로 존재하던 오래된 성질을 오늘의 언어로 되살리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은우 개인전 '집안일' 포스터. 이미지 Gallery SP
이은우 개인전 '집안일' 포스터. 이미지 Gallery SP

안소연 미술평론가는 “《집안일 Housework》은 조각을 ‘사는 일’의 연장으로 되돌려 놓는다. 몸의 반복과 시간의 흐름이 생활의 구조를 만들고, 그 구조가 다시 예술의 형식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는 사소한 행위와 손의 노동, 사물의 질서 속에 만들어진 이은우의 조각적 감각을 드러내며, 조각이 다시 인간의 삶과 교감 가능성을 제시한다”라고 소개했다.

이은우 작가 개인전 《집안일 Housework》은 12월 6일까지 갤러리SP(서울시 용산구 회나무로44가길 30)에서 열린다. 전시 작품은 조각 7점, 부조 8점, 드로잉 43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