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일 국내 극장 개봉을 앞둔 영화 〈미러 넘버 3〉는 교통사고에서 기적적으로 살아난 라우라(파울라 베어)를 중년 여성 베티(바르바라 아우어)가 구조하여 돌보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심리 드라마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이 재난과 상실 이후에 벌어지는 삶의 균열과 재구성의 과정을 다시금 우아하게 탐색한다.

남자친구와 내키지 않는 시골 여행을 가게 된 라우라(파울라 베어).
들판을 가르며 달리던 차는 갑작스러운 사고로 전복되고
그녀만 홀로 기적처럼 살아남는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중년 여인 베티(바르바라 아우어)는
라우라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 따뜻하게 보살피고,
이를 본 남편과 아들은 당혹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는데…
숨겨진 가족의 균열이 서서히 정체를 드러낸다.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2020년 <운디네>는 신화를 현대적으로 불러내 물의 신비를 담아냈고, 2023년 <어파이어>는 불길 속 청춘들의 불안과 사랑을 그려냈다. 그리고 <미러 넘버 3>는 바람 부는 들판과 집을 무대로 상실과 트라우마,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삶을 포착하며 감독의 원소 삼부작을 완성한다. 서로 다른 서사와 감정을 담고 있지만, 세 작품은 자연의 원소와 인간의 감정을 교차하며 페촐트 특유의 우아한 세계관을 하나의 선율처럼 이어가며 영화 팬들의 마음을 차례로 울린다.
제목은 모리스 라벨의 피아노 연작 ‘거울(Miroirs)’의 세 번째 곡 “바다 위의 조각배”를 그대로 차용했다. 영화 속 곳곳에 흐르는 이 곡은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하며, 피아노를 연주하는 파울라 베어의 아름다운 모습은 작품을 한층 더 빛나게 한다.

올해 제78회 칸국제영화제 감독주간에서 첫 상영된 <미러 넘버 3>는 “진정한 연출의 정점”(LeMonde) “유려하고 선율적이며 동시에 신비로운 영화”(Little White Lies), “감독 특유의 우아함과 간결함으로 이룩한, 동화이자 불길한 꿈 같은 심리극”(토론토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 매체와 영화제에서 극찬을 받으며 21세기 독일 최고의 거장으로서 페촐트 감독의 위상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특히 이번 작품은 페촐트 감독과 파울라 베어의 네 번째 협업이다. 파울라 베어는 <트랜짓>에서의 유령 같은 망명객, <운디네>의 신비한 물의 정령, <어파이어> 속의 섬세하면서도 강인한 ‘나디아’를 연기했으며, 이번 영화에서는 그 모든 면모가 겹쳐진 듯한 매혹적인 존재감을 발산한다.

또한 영화는 <내가 속한 나라>와 <유령들>을 통해 불안정한 모성의 얼굴을 각인한 바르바라 아우어가 이끌어간다. 여기에 관객들에게 낯익은 두 배우가 더해졌다. 전작 <트랜짓>과 <어파이어>에 출연한 마티아스 브란트는 이번 작품에서 낡은 자동차 정비소를 아들과 함께 운영하며 무너진 가정을 붙들고 있는 남편 ‘리하르트’를 연기한다. 기계는 고칠 수 있지만 아내의 트라우마만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인물을 비범한 내면 연기로 소화한다. <어파이어>에서 미끈한 몸매의 퀴어 성향의 훈남을 연기했던 엔노 트렙스는, 이번에는 베티의 아들이자 투박하고 무뚝뚝한 자동차 정비공 ‘막스’로 변신해 파울라 베어와 미묘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이렇듯 네 인물이 만들어내는 “기묘하고 은밀한 가짜 가족놀이”(버라이어티)가 상실, 가족, 치유에 어떤 통찰을 가져다 줄지, 궁금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