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승 용
글로벌사이버대학교 특임교수
한 명의 스포츠 선수가 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올랐고, 매 시즌 경이로운 골들을 기록하며 세계 축구의 정상에 우뚝 섰다. 그러나 우리가 ‘손흥민’이라는 이름을 부를 때, 우리의 마음속에 차오르는 감정은 단순히 뛰어난 선수에 대한 경외감을 넘어선다. 그의 플레이, 그의 미소, 그의 눈물 속에서 우리는 잊고 있던 어떤 가치를 발견하고, 시대가 던지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희미한 답을 본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 하는가?”이다.
단순한 스타를 넘어, 시대의 상징이 된 이름
손흥민 현상은 이제 단순한 스포츠 신드롬이 아니다. 그것은 극단적 개인주의와 무한 경쟁의 시대에, ‘공동체’와 ‘이타성’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하나의 시대정신(Zeitgeist)이 되었다. 그리고 그 정신의 가장 깊은 곳에는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한민족의 오래된 철학,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숨결이 흐르고 있다.
조셉 나이 하버드대 명예교수가 한국은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는 막대한 소프트 파워를 가졌다고 했는데 손흥민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그라운드 위의 철학자, 그의 플레이가 증명하는 가치
손흥민의 위대함은 그의 발끝에서 터져 나오는 골의 숫자로만 측정될 수 없다. 진정한 울림은 그가 구단의 직원들, 팬들, 심지어 상대편 선수와 감독의 마음에도 골을 넣는다는 것이다.
첫째, 그는 희생을 통한 헌신을 보여준다. 축구 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지칠 줄 모르는 전방 압박과 수비 가담을 기억한다. 세계적인 공격수로서 득점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강할 테지만, 그는 기꺼이 팀을 위해 한 걸음 더 뛰는 길을 택한다. 이는 단순히 성실함을 넘어, ‘나’의 영광보다 ‘우리’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는 철학적 선택이다.
둘째, 그는 상대를 존중하는 품격을 잃지 않는다. 격렬한 몸싸움 후 넘어진 상대 선수를 일으켜 세우는 모습, 자신에게 가해진 인종차별적 모욕 앞에서도 성숙하게 대처하는 태도는 그의 인격이 실력보다 먼저 빛나는 순간이다. 승리가 모든 것을 정당화하는 ‘결과 지상주의’의 세상 속에서, 그의 스포츠맨십은 과정의 중요성과 인간에 대한 존중이야말로 진정한 승리임을 일깨워준다.
셋째, 그는 겸손으로 완성되는 리더십을 실천한다. 골을 넣은 후 어시스트한 동료를 가리키며 공을 돌리고, 인터뷰에서는 언제나 감독, 동료, 팬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그는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하는 리더가 아니라, 주변 사람들을 빛나게 함으로써 스스로 빛나는 리더다. 이는 권위로 군림하는 것이 아니라, 포용과 섬김으로 팀을 하나로 묶는 가장 현대적이고 이상적인 리더십의 형태이다.
홍익인간, 오래된 가르침의 현대적 발현
손흥민이 보여주는 헌신, 존중, 겸손이라는 가치는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 우리는 그 뿌리를 한민족의 건국이념이자 정신적 DNA인 홍익인간 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라는 이 가르침은 단순히 추상적인 구호가 아니다.
그것은 ‘나’의 존재가 ‘너’와의 관계 속에서 비로소 완성된다는 깊은 깨달음이다. 나만의 행복이 아닌 우리 모두의 안녕을 추구하는 상생(相生)의 철학이며, 나와 다른 존재를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더 큰 공동체 안으로 끌어안는 조화(調和)의 정신이다.
손흥민의 이타적인 플레이는 홍익의 ‘공생’ 정신과 맞닿아 있다. 동료가 살아나야 나도 살고, 팀이 승리해야 나의 골도 의미 있다는 것을 그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인종과 국적을 가리지 않고 모든 팀원을 아우르는 그의 포용력은 홍익의 ‘조화’ 정신을 그라운드 위에 구현한 것이다. 그는 축구라는 만국 공통어를 통해, 한국인의 가장 깊은 정신적 유산이 21세기 글로벌 시대에 얼마나 강력한 메시지를 던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다.
손흥민이 우리에게 던지는 희망의 메시지
우리는 지금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살고 있다. 부와 성공은 소수에게 집중되고, 수많은 이들이 경쟁에서 낙오하며 소외감을 느낀다. 이러한 시대에 손흥민의 존재는 하나의 거대한 위로이자 희망이다.
그는 우리에게 보여준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길이 반드시 타인을 밟고 일어서는 이기적인 길이 아닐 수 있음을. 오히려 타인을 위하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때, 개인은 더욱 찬란하게 빛날 수 있음을 말이다. 그의 골은 승점 3점을 넘어, 불평등과 갈등으로 신음하는 현대 사회에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우는 치유의 메시지다.
손흥민은 더 이상 한 명의 축구 선수가 아니다. 그는 그라운드를 걷는 철학자이자, 홍익이라는 오래된 정신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되살려낸 우리 시대의 선한 영향력 그 자체다. 그의 발걸음을 따라, 우리는 개인의 성공을 넘어 인류 전체에 기여하는 삶이 무엇인지 다시금 배우고 있다.
그리고 그 길의 출발에는 언제나 단군 할아버님의 가르침, 홍익인간이 있다. 수천 년 전의 이 정신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살아 있으며, 손흥민이라는 이름을 통해 세계 무대 위에서 다시 울려 퍼지고 있다. 홍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우리 시대가 절실히 붙들어야 할 미래의 방향이다.
손흥민은 지금 다시 개천, 이 시대의 하늘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