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선한 바람이 기분 좋은 요즘, 가벼운 산책이나 운동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계절에도 예기치 않게 찾아오는 부상이 있으니, 바로 발목염좌다. 발목염좌는 발목 관절을 감싸고 있는 인대가 외부 충격이나 반복적인 꺾임으로 인해 손상되면서 통증, 부종, 불안정성이 나타나는 상태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발이 안쪽으로 꺾일 때 발목 바깥쪽 인대가 손상되는 경우가 많고, 정도에 따라 인대가 단순히 늘어나기만 한 1도 염좌부터, 부분 파열된 2도, 완전히 끊어진 3도 염좌로 구분된다.
처음엔 단순히 ‘삐었다’는 느낌에 그칠 수 있지만, 증상이 심하면 체중을 실을 수 없을 만큼 통증이 강하고 발목이 붓는 등의 증상이 동반된다. 특히 운동 중뿐 아니라 보행 중에도 헛디디거나 미끄러지는 등 사소한 실수로도 쉽게 발생하는 게 문제다. 발목은 몸의 체중을 지탱하면서도 다양한 방향으로 움직여야 하는 관절이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손상에 취약하다. 인대가 한 번 손상되면 재손상되기 쉬우므로, 첫 부상부터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염좌가 발생했을 때는 부상 직후 바로 적절한 응급처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방법이 ‘RICE 요법’이다. Rest, Ice, Compression, Elevation의 앞 글자를 따온 것으로, 충분한 휴식(Rest)을 취하고, 하루 3~4회 20~30분씩 냉찜질(Ice)을 시행한다. 붕대나 테이핑 등을 이용해 압박(Compression)을 해주고, 다친 발목은 심장보다 높이 올려(Elevation) 부종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정도만으로도 경미한 염좌는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통증이 며칠 이상 지속되거나 걷는 데 어려움이 있을 정도라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단순히 인대가 늘어난 게 아니라, 부분 또는 완전 파열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엑스레이로 골절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 시 초음파나 MRI를 통해 인대 손상 정도를 정확히 파악해야 적절한 치료 계획이 가능하다. 2도 이상의 염좌는 물리치료, 재활치료 등을 포함한 전문적인 치료가 필수다.
비수술 치료만으로도 대부분의 발목염좌는 호전된다. 체외충격파 치료나 재생주사 치료처럼 손상된 조직의 회복을 촉진하는 비수술적 방법들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체외충격파는 조직 재생과 혈류 증가를 유도하고, 재생주사 치료는 손상 부위에 회복을 돕는 성분을 직접 주입해 인대 회복을 유도한다. 인대가 다시 붙기까지는 최소 2~4주 정도가 소요되며, 재활 치료를 통해 점진적으로 정상적인 움직임을 되찾는 과정이 중요하다.
재활은 발목 근력 강화와 균형 감각 회복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발등 굴곡 운동 등 관절의 운동 범위를 넓히는 훈련이 필요하며, 이후에는 눈을 감고 한 발로 서기, 기울어진 판 위에 서서 균형 잡기 등 기능 회복 운동으로 이어진다. 이 시기에 무리하게 활동량을 늘리면 인대 회복이 더뎌질 뿐 아니라 또다시 손상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발목염좌는 한 번의 손상으로 끝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인대가 느슨한 상태로 아물면 관절이 불안정해지고, 그 상태로 걷거나 운동을 반복할 경우 관절 내 연골이 손상되면서 퇴행성 변화로 이어진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단순한 부상이 평생 불편함을 안기는 문제로 발전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제대로 치료해야 한다.
발목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예방도 중요하다. 운동 전후 충분한 스트레칭으로 발목 주변 근육의 유연성을 유지하고, 운동할 때는 발목을 잘 지지해주는 신발을 착용하는 것이 좋다. 특히 러닝화는 약 500km 정도 사용한 후 교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과체중은 발목에 부담을 주는 중요한 요소이므로 적절한 체중 관리도 병행해야 한다.
발목염좌는 일상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부상이기에 가볍게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주의해야 한다. 한 번 손상된 인대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인대 조직이 영구적으로 손상되어 관절 기능이 무너질 수 있다. 초기부터 적절한 치료와 재활을 통해 후유증을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글: 원미구 오케이정형외과 원만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