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이 되면 등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선선한 공기와 맑은 하늘 덕분에 자연을 만끽하기 좋은 시기이지만, 무릎 관절에는 꽤나 가혹한 계절이기도 하다.
산을 오르내리는 과정에서 무릎에 실리는 하중은 일상보다 몇 배 이상 늘어나기 때문에, 특별한 통증이 없던 사람조차도 산행 후 무릎에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실제로 등산 이후 무릎이 시큰거리거나 붓고, 움직이기 어려운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무릎은 체중을 직접적으로 지탱하는 관절인 만큼 하중의 영향을 민감하게 받는다. 많은 이들이 하산을 가볍게 여기지만, 오르막에서는 체중의 약 3배, 내리막에서는 최대 5배까지 하중이 실린다. 실제로는 하산 중에 무릎이 받는 부담이 훨씬 크기 때문에, 무리한 하산 과정에서 무릎 연골이나 인대에 손상이 가해지기 쉽다. 더욱이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거나 관절염 초기 증상이 있는 사람, 근육이 약한 사람이라면 산행 이후 무릎 상태가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산을 오를 때 너무 긴 코스를 욕심 내거나, 자신의 체력에 비해 무리하게 정상까지 오르려는 시도는 무릎에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처음에는 뻐근한 통증이나 뻣뻣함 정도로 느껴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만성적인 관절 통증으로 진행되기 쉽고 결국 관절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가벼운 통증이라도 방치하지 말고 조기에 적절한 대처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방을 위해서는 산행 전 충분한 준비운동이 필수다. 관절과 주변 근육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스트레칭을 최소 10분 이상 진행하고, 계단 오르기나 평지 걷기로 몸을 충분히 데워줘야 한다. 하산 시에는 보폭을 작게 하고, 체중을 분산시켜줄 수 있는 스틱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배낭의 무게도 전체 체중의 10~15% 이내로 조절해야 무릎에 불필요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무릎에 통증이 생겼다고 해서 반드시 수술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관리가 이뤄진다면 대부분의 경우 비수술적 방법만으로도 호전이 가능하다. 냉온찜질, 약물 치료, 물리치료, 도수치료와 같은 기본적인 치료 외에도, 통증의 원인을 직접적으로 치료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다.
대표적인 치료 중 하나가 신경주사치료다.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 주위에 약물을 주입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통증을 줄이는 방식인데, 단순히 진통 효과에 그치지 않고 원인이 되는 신경 자체의 회복을 유도한다. 마취나 입원이 필요 없고, 시술 시간도 짧아 바로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프롤로테라피 역시 많이 활용되는 치료법 중 하나다. 손상되거나 늘어진 인대를 정상 상태로 회복시키기 위해 약물을 주사하여 조직의 재생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만성적인 무릎 통증이나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불안정성에 효과적이며, 고해상도 초음파 장비를 활용해 정확한 부위에 주사할 수 있어 치료의 정밀도도 높다.
체외충격파 치료는 통증 부위뿐 아니라 그 주변 근육까지 함께 치료해 근본적인 개선을 돕는다. 무릎 관절뿐 아니라 전반적인 근골격계 질환에 사용되는 치료법으로, 조직의 재생을 촉진하고 염증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집중형과 방사형을 함께 적용하는 듀얼 체외충격파는 치료 효율을 더욱 높일 수 있다.
통증의 재발을 막기 위한 도수치료와 운동치료의 병행도 중요하다. 이러한 치료법은 단순히 통증을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관절 기능의 회복과 자세 교정, 체형 개선을 통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무릎은 한 번 손상되면 완전히 회복하기 어려운 관절인 만큼, 무릎통증이 생겼다면 가능한 한 빠르게 원인을 파악하여 치료해야 한다.
글: 시흥 365탁정형외과 탁대현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