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토리얼 콜렉티브 ‘제삼기획(강다원 X 이유민)’이 기획한 《(non)Blind-Spot》은 한국 사회에서 청년이 특정 세대 명칭으로 호명되어 온 과정과 그 속에서 은폐된 다양한 청년의 현실을 동시대 미술의 시선에서 탐구한다. 참여작가 김민, 김소희, 노예주, 머피염, 안진선, 이예란.

《(non)Blind-Spot》은 주류 세대론이 가려온 청년의 자리를 ‘사각지대(Blind Spot)’라는 개념으로 비유하며, 각기 다른 배경의 청년 작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제시한다.

《(non)Blind-Spot》은 ‘88만원 세대’, ‘N포세대’, ‘MZ세대’ 등으로 규정되어 온 청년 세대를 균질화된 담론에서 벗어나 재조명한다. 참여 작가들은 불안정한 노동, 은폐된 기억, 도시적 불안, 투쟁의 현장 등 각자 경험을 작품에 담아내며, 사회가 간과해온 청년의 사각지대를 드러낸다.

제삼기획 강다원 기획자는 “이번 전시는 ‘청년은 공동의 운명에 참여함으로써 비로소 실제 세대를 구성할 수 있다’는 카를 만하임의 논의를 참조하여, 동시대 청년의 위기를 넘어설 새로운 연대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장을 마련한다.”라고 소개했다.

"(non)Blind-Spot"전 포스터. 디자인 박현지 이미지 제삼기획 제공
"(non)Blind-Spot"전 포스터. 디자인 박현지 이미지 제삼기획 제공

김민은 사진가이자 활동가로, 시위 현장을 계속 기록해왔다. 신작 ‘시멘트 컵케이크’(2025)는 병역 거부 당사자이자 대체복무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한 작품. 생활관 사진, 복무 일지, 병무청 서류 등을 통해 제도의 모순과 은폐된 노동을 드러낸다.

김소희는 장소와 신체가 사회 제도 속에서 규정되는 방식을 탐구하며, 비가시화된 청년 노동을 드러낸다. ‘파트타임 썬샤인’(2020)은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을 태양에 빗대어 임시 노동의 흔적을 남겼으며, ‘반죽 서비스’(2025)와 ‘그들이 나를 볼 때 나도 그들을 봅니다’(2025)는 마사지 노동의 대상화와 여성 노동의 위상을 다룬다.

노예주는 동물권, 장애인 이동권, 이주민 운동 등 다양한 사회적 투쟁 현장에서 활동한 경험을 토대로 회화 작업을 이어 왔다. 신작 ‘텔레그램’(2025)과 ‘스크린’(2025)은 직접 참여할 수 없는 시위 현장을 메신저 이미지와 휴대폰 화면을 통해 접한 경험을 회화로 옮긴 작업으로, ‘현장’에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과 무력감을 시각화한다.

머피염은 “허구적 노스탤지어(fake nostalgia)”라는 개념을 통해 불확실한 기억과 욕망을 다룬다. 이번 전시에서는 돌봄 기구, 상자, 명품 쇼핑백 등 일상의 사물을 재조합한 ‘Stuck’(2025)과 ‘Time after Time’(2025)을 선보이며, 기억과 소비문화가 교차하는 청년 세대의 감각을 제시한다.

안진선은 도시의 구조와 진동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을 설치 작업으로 탐구한다. ‘지관묶음’(2023), ‘밀어내기’(2025), ‘관찰을 위한 벤치’(2025)는 관객이 직접 구조물을 경험하고 개입하도록 유도하며, 불안정한 도시 환경과 비가시화된 노동의 문제를 감각적으로 환기한다.

이예란은 게임 속 보조적 존재인 NPC를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의 은유로 활용한다. <구인구직 NPC>(2025) 시리즈와 ‘NPC#_출근’, ‘NPC#_퇴근’(2025)은 노동의 반복성과 주체성의 소거를 표현하며, 동시에 ‘새로운 세상이 올 거야’(2025) 등에서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도 미래를 상상하는 청년의 목소리를 담아낸다.

제삼기획 기획전 《(non)Blind-Spot》는 9월 19일부터 10월 2일까지 PS Center(서울 중구 창경궁로5다길 18, 3층)에서 열린다. 이 전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 2025년도 청년예술가도약지원사업 선정작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 김소희의 현장 퍼포먼스〈반죽 서비스〉가 9월 20일(토) , 9월 28일(일) 오후 5~6시에 각각 열린다. 라운드 테이블 〈청년, 미술, 노동: 청년 미술가로서 노동을 바라보기〉가 9월 27일(토) 오후 4~6시에 열린다. 패널: 김강리, 노예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