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 2025, Oil on canvas, 91x116.8cm. 이미지 본화랑
회전목마, 2025, Oil on canvas, 91x116.8cm. 이미지 본화랑

본화랑에서 8월 20일 개막한 이유진 작가의 개인전 《잔잔한 물결Still Waves》에서는 작가가 그간 탐구해온 회화적 세계를 확장된 시각으로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표류와 고요, 고립과 성찰이라는 상반된 정서를 담아낸 신작들을 통해 사유와 치유의 시간을 선사하고자 한다. 2022년 본화랑에서 개최한 개인전 《표류하는 기억》에 이어 본화장의 두 번째 개인전이다.

이유진 작가의 회화는 화려함 뒤의 공허, 고립 속의 자기 성찰, 그리고 표류와 안식이라는 상반된 정서를 동시에 포착한다. 이를 통해 관객은 작품 속 장면을 단순히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투영하며 성찰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작가가 반복적으로 호출하는 ‘표류’의 모티프는, 외로움에 머무는 대신 그 시간을 자기 발견의 계기로 전환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는 단절과 고립의 경험을 치유와 성찰의 장으로 전환하는 예술적 행위이자, 관객에게 정서적 회복의 공간을 마련해준다.

머물렀던, 2025, Oil on canvas, 65.1x100cm. 이미지 본화랑
머물렀던, 2025, Oil on canvas, 65.1x100cm. 이미지 본화랑

작품 속 물의 이미지는 자아를 비추는 거울이자 감정의 정화 장치로 기능한다. 고립된 대상을 감싸는 잔잔한 수면은 외로움과 평온이라는 모순된 정서를 동시에 품고 있다. 이는 작가가 과거 공동체 속에서 느낀 소외와 홀로 있음에서 비롯된 불안을 ‘흔들림 속에서 다스려지는 감정’으로 형상화한 것이다. 거센 파도가 잦아들어 맑은 물로 변하듯, 화면에는 혼돈을 지나 도달한 내적 평정이 고요히 드러난다. 이러한 정서적 층위는 작가의 기억과 경험에서 비롯된다. 유럽 여행 중 마주한 ‘사람 없는 회전목마’와 어린 시절 놀이공원에서 홀로 앉아 친구들을 기다리던 기억이 서로 중첩되며, 장면은 단순한 기록을 넘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 회전목마는 화려함 속의 고독이라는 양가적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작가 작업 전반에 흐르는 고립된 정서의 상징적 모티프로 이어진다.

샴페인, 2025, Oil on canvas, 60.6x90.9cm. 이미지 본화랑
샴페인, 2025, Oil on canvas, 60.6x90.9cm. 이미지 본화랑

또한 <생일 초> 시리즈는 개인의 가장 축하받는 순간이 끝난 뒤 찾아오는 공허와 고독의 감정에서 출발한다. 케이크 위의 촛불이 꺼지는 순간, 환희의 빛은 사라지고 남는 것은 차갑고 잔잔한 밤의 여운뿐. 그러나 작가는 초를 단순히 소멸의 흔적으로 남기지 않는다. 물 위에 표류하는 이미지로 변환된 촛불은 방향을 잃은 부유와 동시에 머무름의 쉼을 동시에 담아낸다. 표류는 곧 떠돎이자, 정착 없는 자유이며, 불안정 속의 일시적 안식이다.

서재, 2025, Oil on canvas, 60.6x90.9cm. 이미지 본화랑
서재, 2025, Oil on canvas, 60.6x90.9cm. 이미지 본화랑

이처럼 이유진 작가의 작업은 기억과 감정의 심리적 잔향을 회화적 이미지로 전이하는 과정 에서 고립과 치유, 불안과 평정이 교차하는 내면의 풍경을 관객 앞에 펼쳐놓는다. 이는 개인적 경험을 넘어, 누구나 맞닥뜨릴 수 있는 보편적 감정의 장(場)으로 확장되며, 관객에게 자기 성찰과 회복의 가능성을 환기하는 공간으로 자리한다.

이유진 개인전 "잔잔한 물결"전시 모습(부분). 이미지 본화랑
이유진 개인전 "잔잔한 물결"전시 모습(부분). 이미지 본화랑

 

이유진 작가는 협성대학교 예술대학 조형회화학과를 마치고, 홍익대학교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 두 차례 개인전과 다수의 단체전에 참가했다. 이번이 세 번째 개인전.

이유진 작가의 개인전 《잔잔한 물결Still Waves》은 9월 19일까지 본화랑(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299)에서 열린다.